메디치 가문은 아버지 조반니 때부터 아들 코시모의 시대에 걸쳐서 모직물, 교역, 은행 등 다각도로 사업을 펼쳐나갔으며 피렌체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가문으로 발전했다. (중략) 피렌체에는 이미 몇 개의 반코가 있었으며, 메디치 가문은 한 발 늦게 반코 사업을 시작했다. 이전에 피렌체에서 사업에 성공하여 명가가 된 바르디 가문이나 페루치 가문은 모직물이나 교역으로 한몫 잡은 뒤 은행업을 시작했다. (중략) 피렌체의 반코는 국왕이나 귀족에게 돈을 빌려줄 때는 신중을 기했다. 메디치은행도 ‘왕이나 귀족은 언제 배신할지 모른다’는 사실을 충분히 의식하고 있었을 것이다.
---「제2장 메디치 가문, 금융 네트워크를 만들다」중에서
VOC(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이익은 장기간에 걸쳐서 점차 감소되었는데 그것은 주력 상품이었던 ‘향신료, 차, 설탕’의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가격이 떨어지는 상품은 양으로 승부를 볼 수밖에 없는데, 거래량이 증가하면 운송과 보관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하지만 이와 같은 상품별 손익을 계산하는 세그먼트 회계의 구조가 아직 출현하지 않았다. 이익률이 내려가는 향신료를 계속 고집하면서 붙잡고 있는 바람에 17세기 후반부터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견직물과 면직물로 전환’하는 시기를 놓쳤고, 결국 이 분야를 영국에게 빼앗겼다. 이런 점들에 의해 영란전쟁 전에 이미 네덜란드는 영국에게 ‘상업 활동에서 패배’했다.
---「제3장 세계 최초의 주식회사가 탄생하다」중에서
철도회사는 고정자산의 비율이 크고, 장기적으로 경영해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동인도회사와 마찬가지로 철도회사 또한 공익성이 강하기에 ‘정부의 의향’이 깊이 개입된다. 실제 리버풀·맨체스터철도의 경우, 자금조달 시 부채의 비율이나 운임 결정 등에서 정부가 다양하게 요구했다 증기기관차는 새로운 ‘자주식 교통수단’의 출현에 그치지 않고, ‘고정자산이 많은 주식회사가 어떻게 자금을 조달하고 운용하는가’에 대한 세계 최초의 실험이기도 했다. 설사 기술적으로 증기기관차가 완성되었다고 해도 그것을 ‘조달과 운용’ 면에서 지탱하는 조직이 없으면, 세상에 확대될 수 없었을 것이다.
---「제4장 증기기관, 영국의 산업을 바꾸다」중에서
철도가 보급되면서 유선통신, 무선통신, 레이더 등 전기통신이 개발된 영국은 전기통신 기술이 진보하면서 단박에 통신망이 확대되었다. 20세기 후반이 되자 네트워크로 컴퓨터를 연결했으며, 정보를 세밀하게 패킷으로 구성하여 전송하고, 도착지에서 재구축하는 기술도 개발되었다. 이 인터넷 기술에 의해 우리는 이메일, 정보검색, 금융거래 등을 네트워크상에서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보면 철도에서부터 공업화와 정보화라는 ‘두 가지 흐름’이 등장했다는 사실을 알 수가 있다. 하나는 증기기관차로부터 자동차, 항공기로 확대된 탈것의 ‘공업화’다. 또 다른 하나는 역과 역 사이의 교신에서부터 시작된 무선신호, 인터넷으로 확대된 ‘정보화’다.
---「제6장 세계의 회계 기준이 하나로 통일되다」중에서
‘규모’를 중시해서 대량생산을 목표로 하고, 게다가 낮은 비용으로 생산하려는 미국의 제조업은 ‘단품’으로 승부하는 경우가 많았다. 단품이 대량으로, 그리고 저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카네기의 제철, 록펠러의 석유, 캔들러의 코카콜라로 이어져온 ‘단품 승부’의 전통은 T형 포드에서 정점에 이르렀다. 그런 ‘단품 사업’의 계보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바로 가전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한 GE에서부터다. GE는 백열전등부터 시작해 냉장고, 전자레인지, 세탁기, 청소기 등 제품 라인업을 점점 확대시켜갔다.
---「제8장 음악과 회계, 크로스오버하다」중에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상행위에서는 다양한 투자가 이루어졌다. 중세시대 지중해무역에서는 향신료에 투자했으며, 산업혁명 후 등장한 공장에서는 건물이나 기계에 투자했다. 심지어 마이클 잭슨은 저작권에 투자하여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회사가 시행한 투자는 대차대조표에 ‘자산’으로 기재된다. 대차대조표 자산 상부에는 현금화가 빠른 ‘유동자산’, 그리고 하부에는 현금화에 시간이 걸리는 ‘고정자산’이 배치된다. 문제는 그런 자산을 ‘어떻게 평가하는가?’다. 이 ‘자산평가’는 회계에서도 무엇보다도 중요한 문제이며 또한 이만저만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제9장 미래의 가치에 투자하는 숫자의 힘」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