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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혐오, 그 후

여성혐오, 그 후

: 우리가 만난 비체들

이현재 | 들녘 | 2016년 10월 3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8.5 리뷰 2건 | 판매지수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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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10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152쪽 | 272g | 140*210*20mm
ISBN13 9791159252013
ISBN10 115925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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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이현재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인정 이론과 페미니즘을 접목시킨 논문으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시립대 도시인문학연구소 HK 교수로 재직 중이다. 최근에는 여성주의 정치경제학, 도시화와 로맨스 등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공간 개념의 철학사를 구성하기 위한 연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저서로 『여성의 정체성』(책세상), 『사랑 이후의 도시』(라움)(공저), 『현대 페미니즘의 테제들』(사월의 책)(공저) 등이 있으며 공역서로 악셀 호네트『인정투쟁』, 깁슨-그레엄『그따위 자본주의는 벌써 끝났다: 여성주의 정치경제 비판』, 낸시 프레이저 외『불평등과 모욕을 넘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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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여성 비체의 출현은 착한 대상과의 사랑을 꿈꾸는 남성들의 환상을 충족시키지 못할 것이며, 이런 점에서 남성들의 불안감은 더해갈 것이다. 비체혐오의 깃발은 ‘사랑’이라는 욕망의 이름표를 달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 p.46-47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나와 타자의 욕망이 어디서 결합할 수 있는지 그 접점을 찾아내는 것이다. 모든 타자들과의 접점을 찾아내자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현실성도 없고 가능성도 없다. 나의 말에 귀 기울일 수 있는 타자들을 찾아 그들과 연대하자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나만의 소리에서 우리의 말로 변이해가는 과정의 핵심이다. 누군가 이것이야말로 ‘온건한’ 페미니즘의 병폐라고 말한다면, 나는 이것이야말로 페미니즘의 ‘급진성’이라고 대답하고 싶다. 온건함이란 오히려 자신의 욕망과 감정에 무한한 확신성을 가진 채 자신을 유지하려고 하는 태도이다. 이와 달리 접점을 시도하는 페미니즘은 기꺼이 나의 욕망과 타자의 욕망을 변화하는 것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것으로 본다. 변이하는 가운데 접점을 찾아내고, 접점을 찾아내는 가운데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나간다는 점에서 페미니즘의 작업은 그 어떤 것보다 급진적이다. --- p.47

타자를 대면하여 경험한다는 것은 신념과 결부된 감정의 격돌을 경험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나는 타자와의 접속을 통해 그들이 나와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는 것에 위안을 얻기도 하지만, 나와 다른 감정을 가진다는 것에 좌절하기도 한다. 나는 다른 신념을 갖는 사람들이 나의 존재방식을 거부하거나 비난하는 것에 상처받으며, 나에게 상처를 주는 타자의 존재방식에 분노한다. --- p.59

온라인에서의 결속이 강력한 감정적 동일시에 기반한 것이었던 만큼 오프라인에서의 정치력 역시 유례없이 강력하였다. 특히 여성 비체들은 여성혐오에 대한 ‘분노’, ‘남성혐오’, ‘여성혐오의 혐오’ 등의 부정적 감정을 패러디와 ‘미러링’이 가져다주는 ‘즐거움’, ‘쾌락’ 그리고 구성원들 간의 ‘동질감’ 등과 연결하면서 강력하게 결속하였다. 그녀들은 자신의 감정을 언어화하기 위해 다양한 정보와 이론들을 공유하고 평가하는 가운데, 소라넷을 폐지시키고 강남역에 결집하였다. 그리고 오프라인에서의 정치적 활동이 지지를 얻게 되면서 그녀들은 자신들이 만들어낸 힘, 즉 권력을 확인한다. --- p.65~66

여성 비체에 대한 혐오는 특히 여성혐오를 패러디하는 여초 카페들의 미러링의 방식이 본격화되자 더욱 거세졌다. ‘김치녀’, ‘된장녀’, ‘꼴페미’ 등의 신조어를 만드는 가운데 일베 커뮤니티 남성들은 새롭게 등장한 여성들이 얼마나 종잡을 수 없는지를 이야기하였고, 잡을 수 없는 것, 경계를 넘나드는 것들이 얼마나 더럽고 비천하며 혐오스러운가를 성토하였다. 그들은 가상 공동체 안에서 ‘여성혐오’라는 감정을 여성비하의 ‘쾌감’과 연결시킴으로써 공동체 의식을 강화한다. 누가 더 잘 여성을 비하했는지를 경쟁적으로 과시함으로써 그들은 자신의 감정을 확인하고 동질성을 획득해나간다는 것이다. --- p.68~69

공감은 내가 타인의 삶에 참여(participate)하는 태도이다. 공감은 타자를 “판단하거나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하 는 태도를 가리킨다.” 진정으로 누군가의 감정을 함께 느낀 다는 것은 “그의 곁에(with)”서 나와 다른 그의 상황과 감정을 함께 경험한다는 의미이지, 그와 동일하게 느낀다거나 그의 옆에서 거리를 두며 그를 판단한다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공감을 통해 나는 나와는 다른 타자의 감정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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