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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내 말 좀 들어 주세요

제발 내 말 좀 들어 주세요

: 어느날 갑자기 가십의 주인공이 돼 버린 한 소녀의 이야기

Sallim Young Adult Novels-03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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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05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249쪽 | 436g | 148*210*20mm
ISBN13 9788952211361
ISBN10 8952211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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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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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세라 자르
샌프란시스코에서 자랐고, 이 소설의 무대가 된 퍼시피카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다. 지금은 유타 주의 솔트레이크 시에서 남편과 함께 살고 있다. 첫 번째 소설인 『제발 내 말 좀 들어 주세요』는 2007년 내셔널 북 어워드 청소년소설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되는 등 정교하고 세련된 문체, 심오한 교훈, 심금을 울리는 감동적인 이야기로, 잘못을 뉘우치고 원래 자리로 되돌아가려는 사람에 대한 인간의 포용력, 구원의 마음, 통찰력을 독자들에게 일깨워 준다는 평을 받으며 독자들의 열화와 같은 찬사를 받았다.
역자 : 김경숙
책과 언어와 아이들을 무척 좋아하여 바른번역에서 출판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두 아이의 엄마로서 아이들에게 더 좋은 책, 더 예쁜 책을 많이 읽어 주고 싶은 마음으로 오늘도 행복하게 번역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책 읽는 허수아비』 『수줍음과 용기』 『좋은 비밀, 나쁜 비밀』 『할아버지 할머니랑 오래오래』 『내 특별한 친구』 『엄마, 난 누구예요』 『핀과 밀로의 옷 입기』 『할아버지 생각(Remembering Grandpa)』 『매디슨 공주와 강아지(Princess Madison and the Paisley Puppy)』 『샤오이와 도트(Shaoey and Dot)』 『나의 그린내 Sweathearts)』 등이 있다.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순간 나는 아빠를 살짝 훔쳐보았다. 얼핏 아빠의 볼에 눈물이 흘러내리는 듯했다. 어쩌면 밤안개에 반사된 전조등 불빛이 아빠의 볼에 어른거린 탓인지도 모른다.
나는 무슨 말인가 하기 시작했다. 무슨 말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만해라.”
그게 대략 3년 전의 일이다.
그때 이후로 아빠는 내 눈을 쳐다보지도, 내게 말을 걸지도 않았다. 정말로 말을 걸어 주지 않았다. --- p.8

그게 문제였다. 퍼시피카는 고등학교라고는 하나밖에 없는, 우스울 정도로 작은 마을이라서 마을 사람들 모두가 다른 사람의 일을 샅샅이 알고 있었고, 돌고 있는 소문이 멈추려면 누군가 더 큰 바보짓을 저질러야만 했다. 그런데 내 이야기는 2년 동안이나 1등 자리를 지키는 영광을 누리고 있었다. 소문은 이랬다. 고교 졸업반 남학생이 8학년(중학교 2학년―옮긴이)짜리 여자애 위에서 팬티를 내렸다가 붙잡혔는데, 현장을 습격한 사람은 다름 아닌 그 여자애의 아버지였다. (“맙소사! 여자애의 아버지? 나라면 차라리 죽어 버리겠어!”)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사건이었다.

그 이야기는 그 일이 있고 토미가 처음 등교한 아침부터 복도와 탈의실, 그리고 파티와 교실 뒷자리에서 들려왔다. 그때 토미는 친구들에게 사소한 부분까지 모조리 털어놓았다. 그게 내 오빠이자 자신의 친구인 대런 오빠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걸 알면서도. (오빠는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었다.) 내가 9학년이 되어 테라노바 고등학교에 갔을 때는 학교 전체가 디에나 램버트에 대해서라면 알 만큼 알고 있었다. 나는 학교에서 누군가 내 얼굴을 볼 때마다 사람들이 그 사건을 떠올린다는 걸 알았다. 거울을 볼 때마다 나도 그 일을 생각했으니까. --- p.12

제이슨과 리가 가까워진 것은 순전히 내 탓인 것 같다. 나는 제이슨에게 리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계속 말해 왔다. 너희들이 한번 만나 봐야 한다는 둥, 너도 리를 좋아하게 될 거라는 둥. 그런데 정말로 제이슨이 리를 좋아하게 된 거다. 나는 괜찮았다. 정말이다. 친구 사이가 연인 사이로 바뀌어 버리면, 키스는 할 수 있겠지만 우정이라는 단어와는 작별인사를 해야 한다. 그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려고, 내가 더 나은 결말을 가진 거라고 생각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리는 제이슨과 깨지면 더 이상 제이슨과 어울려 다니지 못하겠지만, 나는 여전히 제이슨의 친구로 남아 있을 수 있다. --- pp.17-18

나는 머릿속으로 계산을 하고 있었다. 월급을 얼마나 받아야, 몇 주 동안이나 조리대에서 피자를 여덟 등분으로 잘라야, 얼마 동안이나 나를 쳐다보는 토미의 시선을 참아야, 내가 집을 나갈 수 있는 비용이 될까? 오빠가 조수석 창문으로 머리를 들이미는 바람에 나는 깜짝 놀랐다.
“내리지 않고 뭐 해?”
나는 자동차에서 나와 오빠를 따라 집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집이라기보다는 그저 내가 살고 있는 건물일 뿐이었다. 물론 내 상상 속의 사건이 현실로 실현되기를 기다리는 동안만. --- p.80

그런데 나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없었다. 비록 내가 그런 사람이 되기를 간절히 바랐다고 해도. 내 안에 그런 인격이 들어 있기는 했다. 나도 그 인격으로 보고 상상하고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인격이 되고자 하는 나는 누구였나? 나는 영원히 8학년 헤픈 애로 낙인이 찍힌 디에나 램버트였다. 토미에게는 우스갯소리에 불과한 얘기가 우리 아빠에게는 가장 치욕스런 일이었다. 나는 리가 테이블에서 울도록 내버려 두고 일어났다.
“캠프 여행 잘 다녀와.”
나는 주방으로 들어가서 리가 가 버릴 때까지 나오지 않았다. --- p.107

아빠가 가만히 서 있었다. 나는 아빠 눈에 보일 우리 모습을 상상했다, 분홍색 부엌에 앉아 있는 아빠의 가족. 피곤에 지친, 불평이라고는 할 줄 모르는 아내. 자신을 똑 닮은 아들. 아기였던, 자신의 꼬마 소녀였던 딸. 그리고 앞날이 창창하고, 아직은 중대한 실수를 저지른 적이 없는 손녀딸 에이프릴. 언젠가 아빠가 실망하지 않고 우리를 쳐다볼 날이 올까? 혹시 오늘은 아닐까? 아빠가 우리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볼 수 있을까?
아빠가 앉았다.
엄마가 캐서롤을 접시에 담았다.
나는 버터 그릇을 옆으로 전달했다.
에이프릴이 커다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우리를 쳐다보았다.
램버트 가족, 식사를 하다.
---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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