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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라고 말하는 게 뭐가 어때서

아니라고 말하는 게 뭐가 어때서

: 할 말은 하고 사는 사노 요코식 공감 에세이

리뷰 총점8.6 리뷰 36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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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4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44쪽 | 408g | 135*196*30mm
ISBN13 9788932473529
ISBN10 8932473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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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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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고 나서 제일 기뻤던 일은 이혼했을 때예요. 엄청난 고독을 맛보게 되리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마저도 기뻐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아침 햇살에 빛나는 빨래를 보고 있으니 아아, 살아 있다는 건 멋지구나, 해님이 있다는 게 이렇게 감사할 일이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 눈물이 나올 정도로 감사했어요. --- p.8

학창 시절부터 친하게 지낸 친구가 병에 걸렸다. 불안에 떨거나 울거나 발끈하는 나를 “괜찮아, 괜찮대도.” 하고 그녀가 위로해 주면, 나는 정말로 괜찮은 기분이 들었다. 괜찮다, 그렇게 오오츠카 경찰서 옆길에서 쭉 올라가다가 왼쪽으로 돌면 나오는 골목 안에서 그런 말을 듣는 것을 지극히 당연한 일로 여겼던 나는 병원으로 가는 차 안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수도꼭지를 틀면 물이 나올 거라 생각했는데 단수가 되어 평정심을 잃은 사람처럼 말이다.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나는 깨달았다. 아아, 우리는 전우와 같았구나, 그것도 25년 넘게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일상과 싸워 온. 내 눈물은 그 증표였다. --- p.32

멜론을 여섯 개씩이나 받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이 세상의 모든 순위는 멜론으로 매길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입원해서 멜론 한 상자를 받았을 때 ‘아아, 마침내 나도 병문안으로 멜론을 받을 수 있는 수준이 되었구나, 오랜 여정이었다’ 하고 혼자 감상에 젖었다. 나는 아들 모르게 멜론 한 개를 여러 번에 걸쳐 가늘게 잘라 먹었다. 의식적으로 숨기고 먹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아들이 없을 때만 먹었다. 집 안에 나밖에 없는데도 몰래 먹었다. 여동생이 집에 놀러 왔을 때도 역시 남은 멜론을 몰래 먹었다.
--- p.8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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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읽고 있지만, 귀로 들리는 것 같은 편안한 수다. 언니 같은 인생 선배가 들려주는 소박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 ‘멜론’ 하나로 행복을 느끼게 해 주는 사람. 사노 요코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자연스레 무릎을 치며 “맞아요, 언니!” 하게 된다. 그녀는 그저 사람이 태어나 살고 죽는 것을 담담히 이야기한다. 그리고 ‘인간은 단지 그것뿐인 이야기를 소박하게 바라는구나’ 하고 깨닫는다. “맞아요, 언니! 그거면 돼요. 고마워요. 들려줘서.”
-한효주(영화배우)

나는 사노 요코가 좋다. 그녀의 솔직함이 불편하지 않은 건 우리가 가진 모순 덕분이다. 반려견인 잡종 숏 다리 시바견 모모코가 자지러지게 ‘웃는 개’라고 얘기해 놓곤, 태연히 다른 집 롱 다리 개를 보며 “못생겼어. 개답지가 않아!”라고 한다. 사랑은 가까이에 있는 것을 사랑하는 가운데 생겨난다. 사노 요코의 말처럼 그것은 실로 불공평한 편애로, 미의식조차 바꾸는 것이다.
편애, 편견, 편식. 이런 말들이야말로 개인이 걸어온 궤적의 가장 핵심일지도 모른다. 너무 사랑했거나 너무 싫어했던 것이니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것이 이 책이 정말 재밌는 이유다.
-백영옥(소설가,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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