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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죽는다는 것

도시에서 죽는다는 것

: 어떻게 존엄하고 품위 있게 이별할 것인가

[ 개정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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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5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486g | 145*210*30mm
ISBN13 9788958076384
ISBN10 8958076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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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김형숙
경남 거창의 가난한 산골에서 태어나 소를 몰고 산을 누비며 자랐다. 학비가 낮고 취업이 잘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얼떨결에 서울대학교 간호학과에 진학했다. 졸업 후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 취직하여 중환자실 간호사로 일하면서 의외로 자신에게 잘 맞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연명치료나 장기이식 등의 문제를 둘러싸고 발생하는 윤리적 딜레마를 경험했고, 답을 찾아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에 진학했다. 거기에서 생명윤리학을 공부하고 「의료상황에서 가족중심 의사결정의 문제점 고찰」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썼다. 신경외과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다 보면 의식이 저하된 뇌·척추질환자들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하여 그들의 팔다리에 통증을 가하는 일을 종종 하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환자에게 통증을 주는 일이 너무 괴로워 간호사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음을 깨닫고 19년 만에 병원을 떠났다.
지금은 박사과정을 마치고 순천향대학교 간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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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늘 죽음 자체보다도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고통이나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홀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작별인사도 하지 못한 채 죽음을 맞게 되는 상황을 더 두려워했다. 그건 지금 생각해보아도 마찬가지이다. 피해갈 수 없는 죽음 자체보다는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더 문제 삼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때문에 내겐 죽음 앞에 서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채 고통스런 연명치료를 받다 중환자실에서 갑자기 임종을 맞는 마지막은 무엇보다 피하고 싶은 길이다. 그런 점에서 어린 시절에 본 죽음들은 달랐다. 죽음은 늘 사람들과 함께하는 일상에서 찾아왔고, 사람들과 함께하는 임종은 외로움도 고통도 덜해보였다.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맞은 죽음일지라도 장례과정이 열려 있었다. 그러면서 상주들은 온몸으로 애도하며 죽은 이와 작별하고 그 힘으로 다시 살아내는 것 같았다. 어린아이들까지 포함된 구경꾼들도 그렇게 죽음과 삶을 배우며 강해졌을 것이다.
--- p.36~37

심폐소생술을 비롯하여 우리가 하고 있는 처치들이 생명을 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죽음으로 가는 통과의례 같은 것이라 여길 때가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출 수도 없었다. 멈춘다는 건 곧 생명을 포기하거나 경시하는 일이 되는 것만 같았고, 그래서 깊은 회의를 느끼면서도 맹목적으로 죽음의 반대방향으로 환자를 잡아끌고 버티는 기분이었다.
--- p.41

결정과 선택을 대신했던 우리는 불행한 결과 앞에서 각자 슬픔과 책임감에 짓눌려 환자를 제대로 ‘보호’하거나 대변할 경황이 없었다. 스스로 선택하지 않았지만 ‘누가 대신할 수 없는 죽음’을 그렇게 홀로 감당할 수박에 없는 것. 중환자가 된다는 건 어쩌면 고립되고 소외된 상태에서 자신의 병과 죽음에 대해 제3자가 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 p.110

한 대학병원 암 병동에서 어느 시기 동안 사망한 환자들이 100퍼센트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지 말라는 사전의료지시서를 작성했다는 기사도 있었다. 그러나 그 내막을 자세히 살펴보면 실상은 다르다. 대부분의 심페소생술 금지 동의서는 환자가 의식을 잃은 후 가족들이 작성했고, 그 결정에 환자가 직접 참여한 경우는 5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했다. 환자가 의식이 있는 경우에도 DNR(심폐소생술 금지)은 환자 모르게 비밀리에 이루어지기 일쑤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렇게라도 가망 없는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이 시행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는 사람이지만, 그걸 사전의료지시서라고 부를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사전의료지시서란 원래 환자가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특정치료를 선택하거나 거부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하여 미리 작성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렇게 함으로써 환자는 자신의 뜻대로 마지막을 준비할 기회를 얻고, 가족은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게 아닌가 하는, 연명치료 거부 결정에 따른 부담을 덜 수 있는 것이다. 연명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가족들은 어떤 결정을 하든 죄의식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아 보였다. 환자를 포기한 것은 아닌지, 혹은 환자를 고통스럽게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의료진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 p.161

어느 날, 간호사 스테이션. 간호사 한 명이 밑도 끝도 없이 “우리가 사채업자보다 더 무서운 것 같아요.” 하고 내뱉었다. 주변에 있던 간호사들은 무슨 말인지 묻지도 않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뭐, 맘대로 죽을 수는 있나?” “여기 있다 보면 죽는 게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 p.170

나는 중환자실에서 사용하는 모든 첨단의학기술과 처치들을 문제 삼으려는 것이 아니다. 도리어 그것이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는 모습을 수도 없이 보았다. 그렇지만 이제는 쉬엄쉬엄 그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들을 돌아보고 해결해나갔으면 좋겠다. 특히 불가항력적인 죽음을 눈앞에 둔 환자들이 꼭 그렇게 고통스런 처치를 받으며 중환자실에서 죽어가야 하는지 묻고 싶었다. 나는 중환자실에서 고립된 채 죽음을 맞고 싶지 않고, 가족 중 누군가를 그렇게 홀로 보내고 싶지도 않다. 그래서 줄곧 개인적으로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없을지 궁리해왔다.
--- p.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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