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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 없는 살인의 밤

범인 없는 살인의 밤

[ 개정판 ] 히가시노 게이고 문학선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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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7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340쪽 | 452g | 146*209*30mm
ISBN13 9788925561943
ISBN10 892556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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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은 여섯 명이었다. 다행히 그중 한 명은 축구부 후배의 여자친구여서 이름도 알고 있었다. 히로미라고 했던 것 같다. 옆에서 눈짓을 보내자 그녀는 조금 놀라더니 이내 미소를 지었다. 그러곤 친구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무리에서 빠져나와 수줍어하는 몸짓을 보이며 잰걸음으로 다가왔다.
먼저 그녀에게 옥상에서 배구를 했느냐고 물었다. 히로미는 혀를 쏙 내밀면서 그랬다고 대답했다.
“선배,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아요. 선생님들이 알게 되면 곤란하단 말이에요.”
“알고 있어. 그보다 매일 옥상에 있었으면 그 추락 사고도 본 거 아니야?”
그러자 히로미는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주위를 살피더니 비밀 이야기를 하듯 입가를 손바닥으로 가렸다.
“사실은 봤어요. 아주 조금이긴 하지만.”
---「작은 고의에 관한 이야기」중에서

“저, 오늘 학교에 못 나갈 것 같습니다.”
하기와라 신지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히로미는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혔다.
“무슨 일이야?”
잠시 침묵. 이윽고 쥐어짜는 듯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꺼냈다.
“남동생이….”
“남동생이 왜?”
“죽었어요.”
이번에는 히로미가 침묵했다. 머리에 떠오른 것은 하기와라 신지에게 남동생이 있었던가 하는 지극히 기본적인 의문이었다.
“병으로?”
“아뇨.”
히로미가 화들짝 놀랄 만큼 강한 어투로 대답하더니 신지는 말을 이었다.
“살해됐어요.”
---「어둠 속의 두 사람」중에서

다카시가 그녀를 다시 본 것은 사진 속에서였다. 학원 친구 집에 놀러 가서 앨범을 보다가 그중 한 장의 사진에서 그녀를 발견한 것이다. 다카시는 머리로 피가 몰리는 걸 느끼면서 그 사진을 가만히 응시했다. 틀림없는 그녀다. 기름한 눈매, 모양이 예쁜 입술…. 사진 속의 그녀는 세일러풍 교복을 입고 다른 학생들과 나란히 서 있었다. 학급 단체 사진이었는데 다카시는 그 많은 학생 중에서 한눈에 그녀를 찾아낸 것이다.
다카시가 넋을 잃고 사진을 보고 있자 친구는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그거 누나 사진이야. 어쩌다가 잘못해서 이 앨범에 들어가게 된 거야.”
---「춤추는 아이」중에서

“자.”
다쿠야가 큰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시체를 묻을까?”
그를 향해 웃었다. 다쿠야도 웃고 있었다.
“삽에 흙을 좀 묻혀두는 게 좋겠지?”
마사키가 말했다. 그도 다쿠야의 영향으로 조금은 생각이 깊어 진 모양이다.
“아뇨. 아직은 아니에요.”
다쿠야는 웃으면서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키스를 해주려나, 순 간 그렇게 생각했다.
“파는 건 나중이죠.”
그는 오른손에 무언가를 들고 있었다. 무엇일까? 게다가 파다 니, 뭘 판다는 것일까?
그의 얼굴에서 갑자기 웃음이 사라졌다.
왜 웃지 않는 건데?
왜 칼을 들고 있는데? 왜….
그리고 충격의 순간, 엉겁결에 껌을 삼키고 말았다.
---「범인 없는 살인의 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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