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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 발행일 | 2010년 11월 22일 |
|---|---|
| 쪽수, 무게, 크기 | 304쪽 | 360g | 148*210*30mm |
| ISBN13 | 9788963720319 |
| ISBN10 | 8963720314 |
비타민 F
: 나오키 상 수상작
시게마쓰 기요시 저 / 김난주 역
|
양철북
|
2010년 11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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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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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들어갔을 때 우리 집이 캄캄하다는 것은 일단 오늘 하루 우리 가족이 평온무사했다는 증거였다.
혼자서 밤참을 먹고 있을 때, 간혹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히데아키가 거실로 내려오는 일이 있었다. 대수로운 얘기는 하지 않았다.
“아빠, 오셨어요.”
“어어, 그래.”
짧은 대화가 끝나면, 히데아키는 냉장고에서 먹을 것을 꺼내 금방 자기 방으로 가버렸다.
서글프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 편이 마음 편하기도 하고, 방 두 칸짜리 전셋집에서 시작된 네 가족의 역사가 이렇게 서서히 종말을 맞이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기분도 들곤 했다. --- pp.229-230, 〈부스럼 딱지 눈꺼풀〉 중에서
눈을 감고 말했다. 이어 할 말은 생각하지 않았다. 굳이 이치에 닿아야 할 필요도 없다. 그저 제멋대로 움직이는 입에 맡겼다.
“아빤데…… 아빠하고 얘기하는 거 싫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빠는 너하고 얘기하는 거 재미있으니까. 네가 어른이 된 후에도 재미있을 거고, 언제든 재미있으니까. 평생, 아빠는 아빠니까, 응.”
대체 무슨 소릴 지껄이는 거야. 자기 자신이 우스꽝스러웠다. 정말 하고 싶은 말은 또 하지 못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결국 하고 싶은 말이란 그것밖에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 p.125, 〈판도라〉 중에서
“가정이란 것은 말이지, 모두들 뛰쳐나가고 싶어하는 곳이야. 나는 그렇게 생각해. 모두가 돌아가고 싶어하는 장소가 아니라 그 반대라고. 어떤 가정이든, 정도 차이는 있어도 가족들 모두가 집을 떠나고 싶어하지. 행복이니 뭐니 그런 것하고 관계없이 말이야.” --- p.294, 〈어머니 돌아오다〉 중에서
여느 때와 아무 다를 바 없는 평범한 밤이었다. 취한 것도 아니었고, 낮에 회사에서 기분 나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소박한 행복을 만끽하는 편이 어울리는 거실 풍경이었다. 그런데 텔레비전 화면에서 불현듯 눈길을 돌려 가족을 바라보는 순간, 갑작스럽게.
이게 나의 인생인가, 하고.
거 참, 하고 맥이 빠지는 듯한.
쳇, 하고 혀를 차고 싶어지는.
그렇다고 새삼스럽게 다시 시작할 수도 없는.
그런 인생을 살고 있다는 것을 다쓰야는 그때 처음 깨달았다.
혼자서 밤참을 먹고 있을 때, 간혹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히데아키가 거실로 내려오는 일이 있었다. 대수로운 얘기는 하지 않았다.
“아빠, 오셨어요.”
“어어, 그래.”
짧은 대화가 끝나면, 히데아키는 냉장고에서 먹을 것을 꺼내 금방 자기 방으로 가버렸다.
서글프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 편이 마음 편하기도 하고, 방 두 칸짜리 전셋집에서 시작된 네 가족의 역사가 이렇게 서서히 종말을 맞이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기분도 들곤 했다. --- pp.229-230, 〈부스럼 딱지 눈꺼풀〉 중에서
눈을 감고 말했다. 이어 할 말은 생각하지 않았다. 굳이 이치에 닿아야 할 필요도 없다. 그저 제멋대로 움직이는 입에 맡겼다.
“아빤데…… 아빠하고 얘기하는 거 싫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빠는 너하고 얘기하는 거 재미있으니까. 네가 어른이 된 후에도 재미있을 거고, 언제든 재미있으니까. 평생, 아빠는 아빠니까, 응.”
대체 무슨 소릴 지껄이는 거야. 자기 자신이 우스꽝스러웠다. 정말 하고 싶은 말은 또 하지 못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결국 하고 싶은 말이란 그것밖에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 p.125, 〈판도라〉 중에서
“가정이란 것은 말이지, 모두들 뛰쳐나가고 싶어하는 곳이야. 나는 그렇게 생각해. 모두가 돌아가고 싶어하는 장소가 아니라 그 반대라고. 어떤 가정이든, 정도 차이는 있어도 가족들 모두가 집을 떠나고 싶어하지. 행복이니 뭐니 그런 것하고 관계없이 말이야.” --- p.294, 〈어머니 돌아오다〉 중에서
여느 때와 아무 다를 바 없는 평범한 밤이었다. 취한 것도 아니었고, 낮에 회사에서 기분 나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소박한 행복을 만끽하는 편이 어울리는 거실 풍경이었다. 그런데 텔레비전 화면에서 불현듯 눈길을 돌려 가족을 바라보는 순간, 갑작스럽게.
이게 나의 인생인가, 하고.
거 참, 하고 맥이 빠지는 듯한.
쳇, 하고 혀를 차고 싶어지는.
그렇다고 새삼스럽게 다시 시작할 수도 없는.
그런 인생을 살고 있다는 것을 다쓰야는 그때 처음 깨달았다.
--- p.199, 〈바닷가 호텔에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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