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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7년 09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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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EPUB(DRM) | 67.64MB ?
ISBN13 9788954646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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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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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한정아
이언 매큐언 Ian McEwan

1948년 영국 서리 지방 알더샷에서 태어났다. 군인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싱가포르와 독일, 리비아 등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자랐다. 1970년 서식스 대학교 영문학부를 졸업한 후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에서 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소설가 맬컴 브래드버리의 지도하에 소설 창작을 공부했다. 1975년 소설집 『첫사랑, 마지막 의식』으로 데뷔해 이 책으로 서머싯 몸 상을 수상했고, 1998년에 『암스테르담』으로 부커 상을 수상했다. 2001년 발표한 『속죄』는 매큐언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며 LA 타임스 도서상, 피플스 부커 상, 전미비평가협회상 등을 수상했고, 2007년 이 작품을 원작으로 조 라이트 연출, 키라 나이틀리 주연 영화 〈어톤먼트〉가 개봉되어 큰 사랑을 받았다. 그 밖의 작품으로 『이노센트』 『토요일』 『체실 비치에서』 『시멘트 가든』 『검은 개들』 『이런 사랑』 『솔라』 『스위트 투스』 『칠드런 액트』 『넛셸』 등이 있으며, 2000년 영국 왕실로부터 커맨더 작위를 받았고, 2011년 예루살렘 상을 수상했다.

YES24 리뷰 YES24 리뷰 보이기/감추기

이언 매큐언이 들려주는 '속죄'의 의미
--- 김규영 (kimgyuyoung@yes24.com)
이언 매큐언의 작품 『첫사랑, 마지막 의식』을 처음 읽었을 때 현기증이 났다. 아내를 사라지게 하는 엽기적이고 탐미적인 '입체기하학'은 내가 처음 접한 그의 단편이었다. 그리고 한참 뒤 내가 좋아하는 여배우 키이라 나이틀리가 『속죄』를 원작으로 한 영화를 찍는다는 말에 뒤늦게 이 책을 구입했다.

1930년 영국의 어느 시골 저택. 감수성 만큼이나 예민한 결벽증을 가진 주인공 브리오니는 소설가를 꿈꾸는 열세 살의 소녀이다. 이언 매큐언은 섬세한 표현으로 그녀의 시선에서 주위를 둘러보게 한다. 아름답지만 다소 권태에 빠진 듯한 언니 세실리아, 곧 집에 돌아오는 똑똑한 오빠 레온, 그리고 롤라를 비롯한 사촌들... 그녀는 그녀만의 견고한 왕국에서 나름대로의 정갈하고 질서정연한 삶을 보내고 있다. 조숙하고 영리하기 그지 없는 어린애다.

그런 그녀가 막 사랑에 빠진 젊은 연인들을 불행에 빠뜨린다. 자신의 짝사랑일지도 모르는 감정을 배신한 남자 로비에게 대한 복수였을까? 이해할 수 없는 복잡다난한 감정으로 가득찬 로비가 세실리아에게 보낸 편지를 보았기 때문일까? 어리지만 때론 섬뜩할 정도로 영리한 브리오니는 단편적인 사실과 자신의 상상력을 교묘히 조작해서 로비를 강간범으로 지목한다. 그리고 그 폭력의 수위는 강간 혐의로 복역하던 로비가 징집되어 2차 대전의 지옥을 겪으면서 집단 광기의 모습으로 또다시 증폭된다. 브리오니의 자아 과잉과 오만함은 이렇듯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의 생애에 크나큰 상처를 안긴다. 사소한 한 마디의 말, 우연찮게 발생한 사건이 거세게 급류를 타며 모든 것을 휩쓸어 버리는 과정이 너무나 치밀하다. 복잡하고 모순투성이인 '인간'의 나약한 모습이 여과없이 나타난다.

이언 매큐언의 작품은 언제나 그렇듯 무언가 규명지을 수 없는 불쾌한 끈덕함이 있다. 『체실 비치에서』도 『암스테르담』에서도 절절하게 생생하면서도 또한 폐부를 천천히 밀고 들어오는 무언가가 있었다. 매순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섬세하게 진행되는데, 그가 그리는 세상은 아름답고 잔잔한듯하면서도 또한 잔인하다. 이 책에서 그의 섬세하고 치밀한 문장들은 "죄인줄 모르고 저지르는 죄"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어른이 되어 자신의 거짓에 상처받은 언니와 로비에게 어떻게든 속죄하고 싶어 간호사가 된 브리오니는 과연 진실된 '속죄'에 다다를 수 있는 것일까? 어른이 되었지만 간호사라는 험한 일을 한다고 보여주려는 모습과 자신의 사촌을 원망하는 모습에서 여전히 그녀는 13살 어린아이다. 위선과 기만은 어린 시절 당돌하고 천진난만한 소녀일 때도, 어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다. 결국 그녀의 속죄는 자신이 사랑한 두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한 '속죄'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이란 존재는 어찌 이다지도 이기적인 것인가…

사람은 자신이 만들어놓은 틀을 쉽게 깨어나오지 못한다. 때로는 끔찍한 잘못에 시달리면서도, 여전히 변명거리를 만들어내고 자신이 바라보는 세상의 눈을 쉽사리 버리지 않는다. 잠을이루지 못할 정도로 죄의식에 사로잡히면서도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릴 변명이 있고, '몰랐다'고 무지(無智)는 죄가 아닌 것처럼 말한다. 작가가 이 소설에서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인간이란 존재의 그 하찮음을 비웃어주고 싶었던 것일까?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넘어서 나름대로의 '속죄'를 하고자 하는 인간의 몸부림을 가상히 여기고 있는 것일까?

이 책은 초여름 후덥지근한 오후의 가랑비를 연상시킨다. 영화처럼 아름답고 매끄럽지만은 않은, 끈끈한 무엇인가가 내 마음에 달라붙게 한다. 하지만 그것은 그 어떤 사랑 이야기보다 깊고 짙게 내 몸을 적신다.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그날 아침 롤라는 어른 같은 모습으로 유아실에 들어왔다. 마음 속으로는 자신이 이런 연극이나 할 나이는 지났다고 생각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녀는 엉덩이에서 풍선처럼 부풀었다가 밑으로 갈수록 점점 더 좁아지고 발목 부근에서는 나팔꽃처럼 활짝 벌어지는 주름진 플란넬 면바지에 캐시미어 반팔 스웨터를 입고 있었다. 작은 진주가 알알이 박힌 목에 딱 붙는 목걸이에, 밝은 갈색 머리칼은 밝은 녹색 머리집게로 묶었고, 주근깨가 있는 팔목에는 은팔찌 세 개가 느슨하게 흔들리고 있었으며, 움직일 때마다 장미 향수 냄새가 나는 것이 어른처럼 보이려고 꽤나 신경을 쓴 듯했다. 그러나 어른처럼 보이는 데 겉치장보다 훨씬 더 효과가 있었던 것은 자제하려고 애를 쓰는데도 불구하고 언뜻언뜻 드러나는 가식적인 관대함이었다. 롤라는 브리오니의 지시에 냉정하게 반응하면서도 감정을 풍부하게 넣어 대사를 읊었고 - 밤 사이 대사를 연구하고 전부 외운 모양이었다 - 연출자의 권위에 도전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남동생을 격려하기도 했다. 그런 롤라의 모습은 마치 세실리아 언니나 엄마가 어린애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연극에 출연하기로 하고서 지루한 기색을 내비치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롤라에게는 투박하지만 어린애다운 흥분과 열정이 없었다. 전날 저녁 브리오니가 사촌들에게 매표소와 매표함을 보여주었을 때, 쌍둥이들은 프런트 앞에 앉겠다고 서로 다투었지만, 롤라는 팔짱을 끼고 서서 비웃는 것도, 정말 좋아서 웃는 것도 아닌 애매한 미소를 지으면서 어른처럼 예의바른 칭찬의 말을 했다. "멋있다, 브리오니. 이런 걸 다 생각해내다니 참 영리하구나. 이걸 모두 너 혼자 만들었니?"
--- p. 58
그러나 그 다음 한 주가 지나가기도 전에 그렇게도 굳건했던 확신에 미세한 금이 가기 시작했다. 자주는 아니었지만 브리오니는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이 문자 그대로 자기가 본 것에만 근거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이었다. 그녀에게 진실을 알려준 것은 눈이 아니었다. 눈으로 확인하기에는 너무 어두웠다. 바로 곁에 있었던 롤라의 얼굴조차 어둠 때문에 둥그런 윤곽만 희미하게 보였는데, 하물며 몇 피트 떨어진 곳에 있다가 브리오니가 다가가자 등을 돌려 달아난 그 사람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었겠는가. 그렇다고 아무 것도 보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그의 체격과 움직임이 매우 눈에 익었다. 그녀의 눈은 그녀가 알고 있고 경험한 모둔 것이 사실임을 입증해 주었다. 진실은 조화를 이루고 있었고, 상식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진실이 그녀의 눈을 이끌었다. 따라서 그녀가 몇번이고 반복했던 "내가 그 사람을 봤어요"라는 말은 말 그대로의 의미를 담고 있었고, 열의에 찬 발언이었을 뿐 아니라 정직한 말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녀가 의도한 뉘앙스는 사람들이 열심히 귀기울여 듣고 이해했던 것보다 더 복잡한 것이어서, 자신이 이런 뉘앙스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마음이 불안해지곤 했다. 그렇다고 그 뉘앙스를 제대로 전달하려고 진지하게 노력을 해본 것도 아니었다. 그럴 기회나 시간이 없었고, 어른들이 이를 허락하지도 않았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이삼일 동안, 아니 단 몇 시간 안에 상황은 너무나 빠르게 전개되었고 이미 그녀의 통제권을 벗어나 있었다.
--- p. 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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