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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제9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2018 제9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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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4월 04일
쪽수, 무게, 크기 368쪽 | 438g | 130*205*30mm
ISBN13 9788954650694
ISBN10 8954650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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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제9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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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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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
대상 박민정 · 세실, 주희
임성순 · 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
임현 · 그들의 이해관계
정영수 · 더 인간적인 말
김세희 · 가만한 나날
최정나 · 한밤의 손님들
박상영 ·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심사위원 성석제 신수정 신형철 이장욱 정이현
선고위원 노태훈 이은지 이재경 김녕 안지영 이지은 한설

저자 소개 (7명)

YES24 리뷰 YES24 리뷰 보이기/감추기

젊은 작가들의 문장을 기다리는 4월
도서1팀 김유리 (asalighter@yes24.com)

매해 4월이 되면 기다려지는 책이 있다. 나 역시 어떤 새로운 작가를 만나게 될까 하는 기대감으로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맞이한다. 2010년부터 지금까지 내게 4월은 젊은작가상의 달이었다. 2018년을 맞아 9살이 된 이번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은 더욱 다채로운 색깔로 물들어 있었다. 매해 이렇게 색다르면서도 새로운 색깔을 뽑아낸다니 똑같이, 계속 놀라고야 만다.

김연수 소설가는 그의 에세이에서 “내가 사랑하는 젊은 소설가는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다. 그는 스물네 시간 백치에 가까울 정도로 한 가지 생각만 할 것이다. 문장들, 더 많은 문장들을.” 라고 말했었다. 이번 제9회 젊은작가들은 그 누구보다 더 치열하게 문장들에 매달렸음을 소설로 알 수 있다. 자신이 사는 세상을, 사회를, 그리고 자신을 어떻게 문장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를 치열하게 고뇌한 결과물들은 어느 하나 버릴 것이 없었다.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박민정 소설가. 작년부터 많은 관심을 받는 그녀가 이번 대상마저 가져갔다. 신인답지만 진지하게 한발은 현실에, 한발은 소설에 균형을 잘 잡은 「세실, 주희」. 작가는 주체와 이데올로기를 3명의 인물관계로 말한다. 그것도 완벽한 대칭과 완결성으로. 소설에선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기도 하며,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고 한다. 그리고 그들을 이루고 있는 정체성과 특정 공간들은 대칭을 이루면서 튼튼히 엮인다. 그 묶임 속에는 누군가에게 끔찍한 학도대가 자랑스러운 할머니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갈 곳을 잃은, 어떠한 이데올로기로 묶일 수 없는 유령들이 현실을 전복시키는 이 압도적인 소설을 보고 대상을 줄 수밖에.

익히 알고 있었던 임성순 소설가의 몰입감 있고 빠른 속도감에 현대미술의 허상을 끼얹은 「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 작년 대상을 받았던 임현 소설가의 「그들의 이해관계」도 좋았다. 특히 임현 소설가는 이번에도 기억과 후회, 그리고 어찌할 수 없는 인간을 그만의 형식으로 표현해내 하루 내내 가만히 소설을 다시 읽게 했다. 더불어 부끄럽게도 처음 만난 김세희 소설가와 최정나 소설가의 「가만한 나날」, 「한밤의 손님들」도 그들만의 문장이 뚜렷하게 남았다.

무엇보다 『2018 제9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이 반갑고, 더 좋게 느낀 건 몇몇 소설로 이미 눈여겨보고 있었던 소설가들의 약진이었다. 정영수 소설가의 「더 인간적인 말」은 그가 계속 쓰고 있었던 언어와 서사의 문제는 물론, 그가 어느 순간 ‘우리 모두의 예상보다 훨씬 굳건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들에서 그만, 손을 들어버렸다. 그가 더 많이 떠들어주길 기대한다. 박상영 소설가의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도 이번 작품집에서 너무나 재미있게 읽어 어느 문예지에 실리든 그의 이름이 있다면 사보겠노라, 다짐했다.

본래 이렇게 편집자 리뷰를 길게, 그리고 소설 하나 하나 다 말하고 싶지 않았다. 모두 훌륭했노라고, 그들의 빛이 점점 더 많은 이들에게 퍼지길 바란다는 말로 채우고 싶었다. 하지만 쓰기 시작하니 계속 이번 수상작품집에 관해 떠들고 싶어졌다. 하루에 하나씩 아껴서 읽었다고. 작품집을 읽는 1주일 내내 내가 알고 있던 한국문학의 영토가 덕분에 좀 더 넓어졌다고 말하고 싶었다. 2018년이 가기 전, 부디 한국문학을 처음 읽는 이들이건, 알고 싶은 이들이건, 혹은 잊고 있었던 이들이건 『2018 제9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이른 시일 내에 볼 수 있기를 기원한다. 그럴수록 이들의 새로운 작품을 더 빨리 읽을 수 있을 테니까.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대상을 수상한 박민정은 김준성문학상, 문지문학상을 잇따라 수상하며 지금 한국 문단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내뿜고 있다. 「세실, 주희」는 작가가 초기작에서부터 품어온 문제의식이 구성적 정밀함과 어우러진 수작으로, “성별·민족적 혐오의 정동을 문제화하고, 더 나아가 그 속을 살아가는 세 여성 사이에 여성으로서의 동일성 못지않게 차이 역시 분명히 존재한다는 난감한 문제까지를 사유하고 있는 이 소설의 깊이와 넓이는 놀랍다”(문학평론가 신형철)라는 평을 받으며 대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임성순의 「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은 능청스러운 입담과 가독성 높은 문장으로 미술과 자본이 서로 공모하는 양상을 흥미롭게 펼쳐 보인다. 임현의 「그들의 이해관계」는 버스 사고로 아내를 잃은 남편과 우연히 사고를 피한 운전자를 통해, 이해득실에서 도저히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의 모습을 집요하게 파헤친다. 정영수의 「더 인간적인 말」은 안락사로 삶을 마무리하겠다는 이모의 느닷없는 결정 앞에서 평소처럼 논쟁을 이어나가지 못하고 끝내 침묵할 수밖에 없는 젊은 부부의 나날을 매력적인 만연체 문장을 통해 묘사한다. 김세희의 「가만한 나날」은 설렘에서 환멸로 나아가는 사회 초년생의 회사생활에 현실의 사회문제를 겹쳐놓으며 지금의 이삼십대 얼굴에 새겨진 선명한 표정을 그려 보인다. 최정나의 「한밤의 손님들」은 식당에 모인 한 가족의 대화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에 대한 묘사를 오가며 가족에 내재된 속물성을 감각적으로 드러낸다. 박상영의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은 ‘게이-영화감독-실패한 청춘’이라는 정체성으로 구성된 인물이 이 정체성 때문에 맞닥뜨리는 곤혹스러움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동시에, 그럼에도 끝내 사라지지 않는 청춘의 생기를 경쾌하게 그려낸다.



2018년 제9회 젊은작가상 심사를 위해 젊은 평론가 노태훈, 이은지, 이재경 세 분이 2017년 한 해 동안 발표된 수백 편의 중단편소설을 빠짐없이 읽고 토론하여 좋은 작품을 선별해주었고, 여기에 김녕, 안지영, 이지은, 한설 평론가가 가세해 최종 선고 작업을 도왔다. 이를 통해 열아홉 분의 작가가 쓴 스물두 편의 작품이 본심 심사위원(성석제, 신수정, 신형철, 이장욱, 정이현)들에게 전달됐다. 본심에서 심사위원들은 전반적인 심사 소감이 서로 일치한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 낯익은 작가들도 기대에 부응하는 수준작들을 써냈지만, 상대적으로 그들보다 더 신예인 작가들의 작품에서 발산되는 빛이 더 강렬하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대상은 결국 박민정 작가에게 돌아갔고 심사는 흔쾌하게 끝났다. 이 작가의 성실함과 치열함에 대한 지지와 격려는 그 어느 때보다도 바로 지금 주어져야 한다는 데 다수가 뜻을 같이했기 때문이다.



박민정, 「세실, 주희」 성별·민족적 혐오의 정동을 문제화하고, 더 나아가 그 속을 살아가는 세 여성(J-주희-세실) 사이에 여성으로서의 동일성 못지않게 차이 역시 분명히 존재한다는 난감한 문제까지를 사유하고 있는 이 소설의 깊이와 넓이는 놀랍다. _신형철(문학평론가)

주희는 세실을 속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세실, 당신의 할머니와 여기서 말하는 피해자 할머니들은 조금 달라요…… 세실의 할머니는 야스쿠니 신사에 있다면서요……
그런 말을 세실에게는 결코 할 수 없었고 주희는 조금 참담해졌다. 세실 상, 다른 길로 갈까요? 주희는 세실에게 진지하게 물었고, 세실은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그냥 가요. 주희는 순간 뉴올리언스의 펍에 앉아 있던 자신이 떠올랐다.(『문학동네』 2017년 가을호)

■ 1985년생. 2009년 『작가세계』 신인상에 단편소설 「생시몽 백작의 사생활」이 당선되어 등단. 소설집 『유령이 신체를 얻을 때』 『아내들의 학교』가 있다. 김준성문학상, 문지문학상을 수상했다.

임성순, 「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 순식간에 읽게 하는 흡인력을 가지고 있다. 그림을 좋아하는 작가라면 누구나 써보고 싶어할 만한 작품인데 그렇다고 쉽게 써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예상치 못한 반전과 전형성에 빠지지 않은 점도 높이 살 만했다.
_성석제(소설가)

현대 미학은 개념적이고 관념적이며 통시적인 맥락이 중요한 탓에 그것을 즐기려면 학습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렇기에 부자들이 사랑했다. 잉여의 돈과 시간이 없는 이들에게는 결코 들어올 수 없는 장벽 너머의 세계였으니까. 미학적 감수성이 새로운 계층을 만들어냈다.(문장웹진 2017년 9월호)

■ 1976년생. 2010년 장편소설 『컨설턴트』로 세계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 장편소설 『문근영은 위험해』 『오히려 다정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극해』 『자기 개발의 정석』이 있다.

임현, 「그들의 이해관계」 임현은 사회파적 관심을 바탕에 내장한 채 결점투성이, 모순덩어리, 그리하여 필경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했었어야 했다’고 후회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존재론적 한계를 극한까지 밀어붙이고 있다. 그것은 가치판단의 윤리로부터 소설의 윤리로 선회하는 장면이라고 할 만하다. _신수정(문학평론가)

기적? 기적이라니. 사고를 피한 게 기적이라면 그러지 못한 쪽은 무엇인가. 기적의 반대말이 뭐야.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 그게 기적 아닌가? 그러면 뭐, 해주는 그래도 된다는 말인가? 그게 다 상식적이고 일반적인 일이었다는 건가? 그냥 그럴 수 있는 사고였다는 거야 뭐야.(문장웹진 2017년 3월호)

■ 1983년생. 2014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에 단편소설 「그 개와 같은 말」이 당선되어 등단. 소설집 『그 개와 같은 말』이 있다. 2017년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했다.

정영수, 「더 인간적인 말」 이 소설은 주춧돌부터 차근차근 쌓아올려 단단하게 지은 집 같다. 그러다 마지막에 다다르면 갑자기 플롯이 툭 끊기는 느낌을 받게 된다. 지금까지 단단한 줄 알았던 그 집이 실은 허공의 안개 속에 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내가 선 땅을 내려다보게 된다. _정이현(소설가)

우리는 실재적인 것, 우리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을 대화 주제로 삼는 일에 익숙지 않았다. 나와 해원은 오히려 관념적인 것, 우리와 먼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쪽이 더 편했다. 우리는 우주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는 며칠이고 떠들 수 있었지만 이모의 죽음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았다.(『문학동네』 2017년 겨울호)

■ 1983년생. 2014년 창비신인소설상에 단편소설 「레바논의 밤」이 당선되어 등단. 소설집 『애호가들』이 있다.

김세희, 「가만한 나날」 직접적 접촉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일종의 공동정범으로서 수많은 사회적 비극들에 연루되는데, 「가만한 나날」은 풍부한 리얼리티와 절제된 감정 속에서 그 풍경의 한 대목을 소묘하고 있다. _이장욱(소설가, 시인)

이십대 중반까지는 돈을 지불하고 뭔가를 학습하고 받아들이기만 했다. 그런데 이젠 돈을 내는 것이 아니라 받았고, 내 머리와 손끝을 써서 뭔가를 생산해냈다. 그 느낌이 너무 좋았다. 쓸모 있는 존재라는 느낌.(『창작과비평』 2017년 겨울호)

■ 1987년생. 2015년 『세계의문학』 신인상에 단편소설 「얕은 잠」이 당선되어 등단.

최정나, 「한밤의 손님들」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닐지라도 이렇게 과감하고 능숙하게 밀고 나가는 모습은 인상적인데다가, 그 기교가 기교로만 그치지 않고 친밀성의 관계 내부의 괴물성을 실감나게 드러내기까지 하고 있어서, 나는 얼떨떨한 기분으로 이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게 됐다. _신형철(문학평론가)

다시 유리 액자를 올려다봤다. 그러자 그림이 조금 변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실제로 그림이 변했는지, 그림을 보는 내가 변했는지, 둘 다인지, 둘 다 아닌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다만 그림을 보는 동안 생각에 생각이 더해지고 새로운 생각이 덧붙여져서 어디까지가 그림이고 어디부터가 생각인지 알 수 없었다.(『문학의오늘』 2017년 겨울호)

■ 1974년생. 2016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전에도 봐놓고 그래」가 당선되어 등단.

박상영,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소수자를 예술의 대상으로 소비하는 일에 대한 이 소설의 본능적 거부감은 깊은 호소력을 지닌다. 아르빌에서 서울 외곽에 이르는 왕샤와의 희비극적 모험담은 경쾌하면서도 쓸쓸한 청춘소설의 면모까지 보여준다.
_이장욱(소설가, 시인)

이렇게 다들 죽거나 사라지는 거면 결국 내 인생에 남는 건 뭘까.
왕샤는 계속해서 내가 대답할 수 없는 질문만 했다.
어쩌면 그게 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그것에 대해서 말하지는 않았다. 그것이야말로 왕샤가 가장 바라지 않는 일인 것만 같았다.(『문학동네』 2017년 가을호)

■ 1988년생. 2016년 문학동네신인상에 단편소설 「패리스 힐튼을 찾습니다」가 당선되어 등단.



젊은작가상 수상자들에게는 상금 각 500만원과 트로피가 수여되며, 수상작품집의 인세(10%)가 상금을 상회할 경우 초과분에 대한 인세를 수상자 모두에게 똑같이 나누어 지급한다. 수상작품집은, 젊은 작가들을 널리 알리자는 상의 취지에 따라 출간 후 1년 동안은 특별보급가로 판매한다.

회원리뷰 (57건) 리뷰 총점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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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파워문화리뷰 『2018 제9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젊은작가들의 유연함을 읽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블* | 2018.04.05 | 추천7 | 댓글10 리뷰제목
그동안 젊은작가상 수상작가들의 작품을 읽어오면서 구태의연한 이야기보다는 신선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 좋았다. 새로운 작가를 알아간다는 느낌도 중요했다. 이 책을 읽지 않으면 신예 작가들을 알지 못했을테니. 마치 조바심을 내는 것처럼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읽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7년 수상작품집도 구입하고 한 편을 읽었을 뿐인데, 벌써 한 해가 지나 2018년;
리뷰제목

그동안 젊은작가상 수상작가들의 작품을 읽어오면서 구태의연한 이야기보다는 신선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 좋았다. 새로운 작가를 알아간다는 느낌도 중요했다. 이 책을 읽지 않으면 신예 작가들을 알지 못했을테니. 마치 조바심을 내는 것처럼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읽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7년 수상작품집도 구입하고 한 편을 읽었을 뿐인데, 벌써 한 해가 지나 2018년 수상작품집이 나왔다. 작년 수상작품집에서 보았던 작가의 이름이 또 보여 반갑기도 했다.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이 나온지 9년이 되었다. 작품을 읽어오면서 한국의 미래를 책임질 작가들의 면면을 안다는 게 무척 반가운 일이었는데, 올해의 작품집에서 이름이 익숙한 작가가 하나도 없다는 점이 무척 새로웠다면 새로웠달까. 그만큼 새로운 작가들의 탄생되었다고 봐야겠다. 일곱 명의 작가의 이름을 되새기고, 그들의 작품의 느낌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 같다.

 

책들의 내용은 신선했다. 어디선가 본듯한 작품들이 별로 없었다는 게 새로웠다. 총 일곱 편의 소설 들에서 작품에 몰입해 읽었다. 대상 수상작인 박민정의 「세실, 주희」에서는 친구 J에게 의지해 미국 여행중 한 축제장에서 벌어졌던 일로 인해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와있던 자신의 영상을 바라보며, 일본에서 한국인 가수를 좋아해 한국에서 살며 한국어를 배우는 세실과의 이야기를 한다. 그 나라의 문화를 제대로 알기란 어렵다. 역사를 배우지만 피상적일 뿐이다. 깊이를 알 수 없단 얘기다. 주희가 미국인들보다 더 미국인이처럼 대화하고 행동하는 J를 부러워했던 감정과 세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주며 느끼는 감정들, 위안부 집회를 하는 장소에서 아무렇지 않게 전쟁피해자라고 말했던 것에서 주희는 뉴올리언스에서의 자신을 떠올렸다. 이런 상황들은 반복되는 것일까.

 

두번째 이야기는 임성순의  「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은 비자금의 한 형태로 보았던 미술계에 몸담은 한 남자의 이야기를 한다. 미술계의 사건으로 그림들을 소개하고 부풀리기에 앞장섰던 그가 그 길로 들어선 자신의 이야기와 한국에서 실패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재기를 꿈꾸었던 것들을 말한다. 세번째는 2017년 대상 수상작가이기도 했던 임현의  「그들의 이해관계」 다. 아내가 안개에 휩싸인 도로를 건너던 버스안에 있어 사고를 당해 죽었다. 원래는 다른 버스였지만 출발한 버스로 인해 다른 버스를 타야 했던 일이 나중에야 밝혀졌다. 사고를 피했던 운전자가 해고를 당한게 옳은가 옳지 않은가는 이해관계에 따라 가해자가 될수도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나락으로 떨어지더라도 이런 불꽃을 쏘아올릴 수 있다면 삶은 의미가 있는 게 아닐까. 나도 이곳에 내가 발굴한 작가의 그림을 걸고 싶었다. 불꽃은 되지 못하겠지만, 불꽃을 쏘아올리는 발사대 같은 것이라도 되고 싶었다. 나는 그림 앞 벤치에 앉아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나는 도대체 뭘 하고 있던 걸까? (70페이지, 임성순, 「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 중에서)

 

정영수의  「더 인간적인 말」은 죽음은 누가 선택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건넨다. 변호사로부터 걸려온 전화. 아내와의 이혼을 담당하는 변호사인줄 알았지만 이모의 유산 상속에 대해 이야기하는 전화였다. 여기에서 자신에게 많은 유산을 남기는 이모가 현재 살아있다는게 문제라면 문젤까. 자신의 죽음을 스스로 선택하겠다며 스위스로 갈 계획을 짜둔 이모를 방문해보지만 이모는 계획을 바꾸려 들지 않는다. 존엄사에 대해 아내와 논쟁을 벌이지만 결정은 이모가 해야 한다. 어느 소설에서도 앞으로 살아갈 희망이라고는 보이지 않아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던 이가 있었잖은가. 

 

전체적으로 보자면 일종의 절대량 같은 게 있어서 그게 늘 유지되고 있는 건 아닐까. 확률상으로는 이상할 게 하나도 없는, 다만 엄청나게 큰 분모와 상대적으로 매우 작은 분자 값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항상 누군가는 복권에 당첨되는 것처럼 사고를 당할 누군가가 반드시 필요했던 건 아닐까. (109페이지, 임현,  「그들의 이해관계」 중에서)

 

블로그 후기 광고대행사에 근무하며 채털리부인이라는 가상의 인물로 광고를 하는 한 여자의 이야기 김세희의  「가만한 나날」과 어두운 거리의 오로지 한 곳에서만 빛을 발하는 한 식당에 들어선 여자와 그녀의 엄마와 동생을 오리와 돼지라 칭하며 일어나는 이야기인 최정나의 「한 밤의 손님들」. 그리고 마지막 작품이 퀴어 영화를 만드는 남자의 이야기인 박상영의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가 있다.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는 상당히 재미있게 읽혔다. 한 동성애자의 고백처럼 여겨지기도 했는데, 퀴어 영화를 만들기 위해 이라크 파병을 나가 만났던 왕샤의 이야기는 꽤 설득력이 있다. 마음이 열린것일까. 시대가 변했기 때문일까. 퀴어 이야기이지만 그다지 불편하지 않은 걸 보면. 결국 성적 취향의 차이인걸까.

 

매 수상작품 마다 신예 작가의 평론이 수록되어 있어 소설을 더 풍부하게 해준다. 소설을 바라보는 방법, 느끼는 방법들을 알 수 있다. 독자가 이해하지 못했던 일들도 평론가들의 글로 명쾌하게 드러나는경우도 있다. 새로운 작가들의 소설을 읽는 일이 좋다. 마치 굳었던 생각들을 유연하게 해준달까. 소설을 읽는 일도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다. 젊은작가상 수상작들을 읽는 일도 유연한 사고의 일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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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2018 제9회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골드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꿈*******자 | 2018.05.03 | 추천6 | 댓글7 리뷰제목
우리네 인생은 소설보다 더 소설 같다는 이야기를 한다. 오늘 하루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은 인생을 살아도, 그 인생이 지속되어도, 시간이 흘러 내 삶을 뒤돌아보면 우린 나름 생각한다. 내 이야기를 소설로 쓰면 몇 권은 나올 수 있을 거라고. 하루하루가 특별한 일 없이 흘러가는 것 같지만 그 속에 우리 네 고민이 들어 있고, 인생의 어려움이 들어 있다. 때문에 우리는 고민과 어려;
리뷰제목

우리네 인생은 소설보다 더 소설 같다는 이야기를 한다. 오늘 하루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은 인생을 살아도, 그 인생이 지속되어도, 시간이 흘러 내 삶을 뒤돌아보면 우린 나름 생각한다. 내 이야기를 소설로 쓰면 몇 권은 나올 수 있을 거라고. 하루하루가 특별한 일 없이 흘러가는 것 같지만 그 속에 우리 네 고민이 들어 있고, 인생의 어려움이 들어 있다. 때문에 우리는 고민과 어려움을 스스로 극복하고 해결하며 살아가게 된다. 멀리서 내 인생을 바라봤을 땐 아무런 특이사항 없이 흘러가는 것 같지만 자세히 내밀하게 들여다보면 그 속에 희로애락이 숨 쉬고 있다. 오늘은 이런 일이 내일은 저런 일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그 일이 나를 성장시키고, 내일의 나를 만들어 간다.

 

단편 소설을 읽다보면 그게 우리 네 인생 같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어떻게 살아왔고 살아갈지, 이 사회의 단면을 몽환적으로 혹은 절망적으로 묘사할 때가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그렇기에 더 소설을 읽게 되는지 모른다. 인생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소설과도 같으니까. 매년 젊은 작가상 수상집을 구매하려고 한다. 새로운 작가를 아는 것도 좋지만, 올해는 어떤 이야기들이 심사위원의 마음을 잡았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이번에 만난 수상작들의 작가들은 몇 명 빼고는 모르는 작가라 더 반갑다. 훗날 이 작가들의 다른 책을 찾아 읽을 수 있을 테니까. ^^

 

대상작인 ‘세실, 주희’는 비슷한 또래의 다른 국적의 세실과 주희의 이야기다. 미국에 갔을 때 친구에게 당(?)했던 일을 마음에 품고 불편함을 느끼던 주희가 자신과 같이 일하는 일본인 세실에게 자신의 친구와 같은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민족적 차이와 혐오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은 미술 작품이 어떻게 자본과 결탁해 부풀려지고 배불려지는지 그 모습을 흥미롭게 그렸고, ‘그들의 이해관계’는 버스사고로 아내를 잃은 남자와 우연히 그 사고를 피해 살 수 있었던 운전자에 대한 이야기다. ‘더 인간적인 말’은 스위스로 가 안락사 하겠다는 이모의 결정에 논쟁하지 못하고 침묵하게 되는 부부의 이야기를 그렸다. ‘가만한 나날’은 첫 직장에서의 일이 사회문제와 겹쳐지면서 승리자의 기쁨 어린 모습이 어리석은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하게 만든다. ‘한반의 손님들’은 식당에 모인 엄마와 두 딸의 대화에서 인간의 탐욕과 속물근성을 볼 수 있었다.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는 게이, 영화감독, 그리고 실패한 청춘이라는 선상에서 청춘의 심란하고 방황하는 모습을 이야기 한다.

 

읽을 때엔 어렵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렇게 다시 한 발짝 뒤에서 보면 이야기의 핵심들이 조금씩 눈에 보인다. 이 중 가장에 기억에 남는 건 ‘가만한 나날’이다. 블로그를 운영하며 새로운 물건이 나왔을 때 좋은 댓글을 써주는 곳에 입사한 주인공은 자신에게 딱 맞는 일이라며 좋아한다. 같이 입사한 친구가 이건 아닌 것 같아. 하며 퇴사를 할 때도 우월감에 젖어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 자신이 칭찬한 제품을 쓰고 아픈 아이의 사진을 보고 생각에 잠긴다. 산소통과 거기에 연결된 호스 그리고 호흡기. 그들에게 합당한 보상을 한다고 해서 아픔이 없어지는 건 아닐 터. 좋은 댓글을 쓰는 게 일이라고 하지만 그런 댓글 때문에 누군가 피해를 입었다고 하면 어떤 기분이 들까? 나는 댓글을 100% 믿는 편은 아니고 가능하면 나쁘다고 말하는 댓글을 보며 나름 평가해보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이게 물건뿐이겠는가? 이렇게 책을 읽고 리뷰를 쓰는 것도 엄청난 책임이 따를 수 있다는 것이 그래서 무섭기도 하다. 책이야 읽다가 그만 두면 되지만 가습기 살균제 같은 건 쓰다가 아이가 아팠으니 부모의 심정은 어떨까 상상할 수 없다. 나만 아니면 되고, 돈을 받았으니 유리한 검사 결과를 발표할 수도 있겠지만, 그 뒤에 오는 누군가의 피해는 어떻게 감당하게 되는 건지. 인터넷이 우리의 생활을 편리하게 만든 부분도 있지만 그로 인한 피해도 만만치 않음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단편 소설을 읽으며 지금 현재 우리 사회를 생각한다. 소설들은 결국 이 사회를 비추는 거울인 경우가 많으니까. 이번에 만난 작가들. 기억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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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2018 제9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지*고 | 2019.05.07 | 추천4 | 댓글4 리뷰제목
책을 읽으면서 강박적으로 작가의 이력을 찾는다. 언제 태어났고 언제 이 글을 썼는지, 그리고 언제 세상을 떠났는지.『2018 제9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은 더없이 친절하다. 젊은 작가들의 이력뿐만 아니라 작가노트, 작품 해설, 나아가 심사평까지 실려 있기 때문이다. 젊은 작가와 수상 작품을 논하기 전에 ‘젊은작가상’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등단 십 년 이하의 젊은 작가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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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강박적으로 작가의 이력을 찾는다. 언제 태어났고 언제 이 글을 썼는지, 그리고 언제 세상을 떠났는지.『2018 제9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은 더없이 친절하다. 젊은 작가들의 이력뿐만 아니라 작가노트, 작품 해설, 나아가 심사평까지 실려 있기 때문이다. 젊은 작가와 수상 작품을 논하기 전에 ‘젊은작가상’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등단 십 년 이하의 젊은 작가들이 한 해 동안 발표한 중단편소설 중에서 가장 뛰어난 일곱 편을 선정하는데, 그중 한 작품을 ‘대상’으로 선정하기는 하되 그것은 축제의 흥겨움을 배가하기 위한 것일 뿐, 일곱 작가에게 돌아가는 상금의 액수는 동일하며 이들 모두는 ‘젊은작가상 수상 작가’로 공평하게 호명된다.(p. 335) 2019년 10회를 맞아『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10주년 특별판』이 나오기도 했다. 에둘러 이야기하는 소설을 만날 때면 곧바로 알아들은 척했지만, 의혹에 시달렸다. 과연 잘 알아들은 것일까. 한편으로는 작가도 정답을 모를 것이라고 위안을 삼기도 했지만 말이다.『2018 제9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은 젊은 작가들뿐만 아니라 독자들에게도 축제의 흥겨움을 제공하는 것 같다. 의혹에 시달리지 않으니 절로 어깨가 들썩인다고 할까.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취향일 수도 있겠는데, 이에 대해 신형철 문학평론가의 의견을 들어 보자.

 

평론가로서 글을 쓸 때는 ‘취향’보다는 ‘입장’을 말하는 것이 좋고, 또 ‘입장’ 표명보다 더 좋은 것은 ‘인식’의 생산이라고 믿는 편이지만, 그렇다고 취향이 없을 수야 없다. 어떤 소설과 독자 사이에는 입장이나 인식 말고 취향만이 또렷이 남을 때가 있는데 그런 독서는 특별한 경험이 된다.     (p. 348  심사평)

 

임현의『그들의 이해관계』가 그랬다. 더없이 친절한 느낌에 쭉쭉 나아가다가 우뚝 멈추게 되었는데, 바로 이 대목을 읽을 때였다.

 

병원을 빠져나오던 그날 나는, 불안해하는 해주의 등을 두드리며 괜찮을 거라고 위로했는데 해주는 그런 나를 가만 바라보기만 했다. 그 순간에는 그게 너무 슬퍼 보일 뿐 다른 무얼 뜻하는 줄은 몰랐다. 그랬으므로 빠른 보폭으로 저멀리 나를 앞장서 걸어가는 해주를 가만 내버려두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왠지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게 다 해주를 위하는 거라고, 그걸 지금 내가 하고 있다고 믿었던 것 같다.     (p. 101~ 102  임현|그들의 이해관계)

 

가만 내버려두었으면서도 왠지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기분, 나는 자기 합리화를 잘 알았다. 다만, 인정하고 싶지 않아 모르는 척할 뿐이었는데, 글에서 마주하니 묘했다.

 

무얼 하긴 했는데 그건 해주가 아니라 다 나를 위해서 그랬던 걸지도 모른다. 해주가 분명 보았다고 했을 때, 아무도 보지 못한 걸 왜 혼자만 봤느냐고 따질 일이 아니었다. 왜 너만 계속 다르게 듣냐고, 괜한 일에 제발 걱정 좀 하지 말라고 안심시키려고 애쓸 게 아니었다. 무엇보다 화를 내던 해주를 말릴 게 아니라, 뭐가 그렇게 너를 암담하게 만들었느냐고 물었어야 했다. 말해보라고, 그게 뭐든 같이 견디자고. 아니면 그냥 옆에서 가만 듣다가, 듣고 싶어할 말을 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텐데, 너무 내 말만 해버렸다는 생각에 외로워졌다. 그걸 해주 혼자 견디게 했다는 생각에 미안했다.     (p. 104  임현|그들의 이해관계)

 

임현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이해관계’를 계속 검색했다. 분명히 알고 있는 단어였는데, 낯설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임현 작가는 익숙한 것을 낯설게 만드는 힘이 있는 듯하다.

 

매번 그렇듯,「그들의 이해관계」를 쓰는 동안에도 누구나 내 글을 읽어주기를 바랐다. 그러고는 평소처럼 혼자 텔레비전을 보거나 양치질을 하거나 현관의 흐트러진 신발들을 정리하다가 가까운 빈 벽에 대고 가만히 “너무 나 같다······” 중얼거려주기를 기대했다. 어쩌면 누구 한 사람 정도에게는 그런 순간이 몹시 필요하지 않을까. 그게 별다른 이유 없이 지금을 조금 견디게 해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p. 126~ 127  작가노트일인칭들)

 

그런 순간이 몹시 필요했다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 덕분에 지금을 조금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뛰어난 소설가들의 능력과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세 개의 단계를 알게 된 것도 수확이라면 큰 수확이다.

 

인간은 불완전하고 관계 역시 그러해서 인간관계란 언젠가 내부적 한계에 부딪혀 앞으로 나아갈 수도 뒤로 돌아갈 수도 없게 될 때가 있다. 그런 인물들이 제3자를 만나면 그 앞에서 비로소 그들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고 문득 성숙해지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 개별 인간 혹은 인생에는 깊이라는 것이 있고 그 깊이에는 차이가 있는데, 그 깊이의 미묘한 차이를 알아보고 또 그것을 미묘한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뛰어난 소설가들의 능력이다. 그런 소설은 ‘가르친 사람은 없지만 배운 사람은 있는’ 이상한 상황을 만든다.     (p. 348  심사평)

 

언젠가 벤야민은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세 개의 단계를 언급한 적이 있다. 첫번째는 발상과 감각에 해당하는 ‘음악적 단계’, 두번째는 조립하는 ‘건축적 단계’, 세번째는 문장 단위로 직조하는 ‘직물적 단계’이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 ‘단계’이면서 동시에 ‘요소’들이기도 하다. 작가마다 이 세 요소의 비율과 배치를 본능적으로 선택하고 그에 따라 다양한 개성들이 탄생하기 때문이다.     (p. 362  심사평)

 

무턱대고 작가를 꿈꾼 적이 있다. 사실 지금도 꿈꾸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반성을 많이 했다. 자극도 받았다.「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를 쓴 박상영 작가의 작가노트에 이런 글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매일 새벽 네 시에 일어나 노트북을 들고 밖으로 나가 불이 켜진 아무 카페에나 들어갔다. 샷이 추가된 진한 아메리카노를 마신 뒤 정신없이 소설을 썼다. 어깨가 떡처럼 굳어버리면 거짓말처럼 아슬아슬하게 지각하지 않을 시간이었고, 눈곱을 뗄 틈도 없이 통근 버스를 타러 갔다. 짜증이 가득한 얼굴로 사무실에 앉아 음향장치가 고장난 기계처럼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일을 했다.     (p. 319~ 320  작가노트|한없이 평범한 날들)

 

지금은 짜증이 가득한 얼굴만 닮았지만, 행동력도 닮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박상영 작가의 행동력은 여전히 대단한 것 같다. 그는 2019 제10회에도 이름을 올렸다. 대상이다. 노력한다고 모두 꿈을 이루는 것은 아니지만, 노력하지 않으면 어떤 누구도 꿈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다시금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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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155건) 한줄평 총점 9.6

혜택 및 유의사항 ?
평점5점
기대되요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j******4 | 2018.09.01
평점5점
재밌어요 해가 바뀔 때마다 기다리는 젊작 수상집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YES마니아 : 로얄 s********5 | 2018.07.09
평점5점
매년 읽지만, 한번도 실망하지 않은 책!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YES마니아 : 플래티넘 t****s | 2018.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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