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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년의 서문
책머리에 칼의 울음 | 안개 속의 살구꽃 | 다시 세상 속으로 | 칼과 달과 몸 | 허깨비 | 몸이 살아서 | 서캐 | 식은땀 | 적의 기척 | 일자진 | 전환 | 노을 속의 함대 | 구덩이 | 바람 속의 무 싹 | 내 안의 죽음 | 젖냄새 | 생선, 배, 무기, 연장 | 사지에서 | 누린내와 비린내 | 물비늘 | 그대의 칼 | 무거운 몸 | 물들이기 | 베어지지 않는 것들 | 국물언어와 울음 | 밥 | 아무 일도 없는 바다 | 노을과 화약 연기 | 사쿠라 꽃잎 | 비린 안개의 추억 | 더듬이 | 날개 | 달무리 | 옥수수숲의 바람과 시간 | 백골과 백설 | 인후 | 적의 해, 적의 달 | 몸이며 이슬이여 | 소금 | 서늘한 중심 | 빈손 | 볏짚 | 들리지 않는 사랑 노래 충무공 연보 인물지 동인문학상 수상작 선정의 말 동인문학상 수상소감 |
金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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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버리고 출발선상으로 돌아가려 한다.
420년 전의 임진년 바다로 발진하던 이순신 함대처럼. 집중된 화력으로, 세상의 정면을 향하여.” 2001년에 출간된 『칼의 노래』를 2012년에 문학동네 출판사로 옮겨서 다시 펴낸다. 책이 나온 뒤로, 겁이 나서 한 번도 들추어보지 않았다. 『칼의 노래』는 내가 지속적으로 글을 쓸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준 책이다. 그 글을 쓰던 겨울의 추위와 순결한 초심이 이제 나를 부끄럽게 한다. 다시 임진년이다. 다 버리고 출발선상으로 돌아가려 한다. 420년 전의 임진년 바다로 발진하던 이순신 함대처럼. 집중된 화력으로, 세상의 정면을 향하여. _『칼의 노래』, 2012, 임진년의 서문 ★ 나는 인간에 대한 모든 연민을 버리기로 했다. 연민을 버려야만 세상은 보일 듯싶었다. 연민은 쉽게 버려지지 않았다. 그해 겨울에 나는 자주 아팠다. 눈이 녹은 뒤 충남 아산 현충사, 이순신 장군의 사당에 여러 번 갔었다. 거기에, 장군의 큰 칼이 걸려 있었다. 차가운 칼이었다. 혼자서 하루 종일 장군의 칼을 들여다보다가 저물어서 돌아왔다. 사랑은 불가능에 대한 사랑일 뿐이라고, 그 칼은 나에게 말해주었다. 영웅이 아닌 나는 쓸쓸해서 속으로 울었다. 이 가난한 글은 그 칼의 전언에 대한 나의 응답이다. 사랑이여 아득한 적이여, 너의 모든 생명의 함대는 바람 불고 물결 높은 날 내 마지막 바다 노량으로 오라. 오라, 내 거기서 한줄기 일자진으로 적을 맞으리. _2001, 초판 ‘책머리에’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