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2년 02월 0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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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36쪽 | 572g | 152*225*30mm |
ISBN13 | 9788950935665 |
ISBN10 | 895093566X |
발행일 | 2012년 02월 0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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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36쪽 | 572g | 152*225*30mm |
ISBN13 | 9788950935665 |
ISBN10 | 895093566X |
프롤로그 왜 ‘남자의 물건’인가 1부 남자에게 늙어보이면 지는 거다! 이 쩨쩨한 인생은 도대체 누가 결정했나? 시키는 일만 하면 개도 미친다! 아이폰과 룸살롱 설레는가? 그럼 살 만한 거다! 세상의 모든 아들은 아버지를 들이받는다 자기열등감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다 새벽에 자꾸 깬다, 신문이 오려면 아직 멀었다 그리움을 아는 자만이 기쁨을 안다 루저를 위한 달걀 프라이는 없다 이러다가 정말 한 방에 훅 간다! 한국 남자들이 말귀를 못 알아듣는 이유 제발‘나 자신’과 싸우지 마라! 공부 못하는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시간이 언제부터 미친 걸까? 성공하려면 왜 꼭 참고 인내해야만 할까 ‘아저씨’개념의 해석학적 순환 망사스타킹?보이지만 안 보이는 것으로 하기 그러니까 친구가 없는 거다 남자는‘개’아니면‘애’다! 진짜 무서운 건 늙은 수컷들의 질투다! 시간이 아주 많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 그 표정으론 어림 반 푼어치도 없다! 의사소통적 합리성의 기원 마음의 정기검진이 시급하다 불안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남자라서 행복해요! 사람 마음을 사로잡는 10가지 비밀 “내 그럴 줄 알았지!”에 대한 변명 모든 뜨거운 사랑은 죄다 탄식으로 끝난다 치료 내러티브와 성공 내러티브 2부 남자의 물건 남자의 물건을 꺼내면 인생이 살 만해진다 -김갑수의 커피 그라인더, 윤광준의 모자, 김정운의 만년필 이어령의 책상 신영복의 벼루 차범근의 계란 받침대 문재인의 바둑판 안성기의 스케치북 조영남의 안경 김문수의 수첩 유영구의 지도 이왈종의 면도기 박범신의 목각 수납통 |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로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로 명성을 얻은 김정운 님. 말년(그에겐 아니다)에 폈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그는 책 한 권이 뜨자 일약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재미진 심리학자로 자리매김했다. 헌데 조금은 불편하다. 그를 보고 있기가. 그나마 책으로 만나는 건 괜찮으나 방송을 통해 본 그의 모습은... 아내는 그의 얼굴, 목소리만 나와도 질색 한다. 정말 싫다는 거다. 아마도 예전 책에서 김혜수 가슴 운운했던 내용으로 지금껏 그를 판단하고 있나보다.
불편하긴 나도 마찬가지다. 대놓고 잘난 척하는 것까지야 누구나 그럴 수 있다. 내 주위에도 자뻑 환자들은 수두룩 하니까. 헌데 재미와 통찰의 경계에서 자주 삐걱거린다. 맥락상 꺼내지 않아도 될 이야기를 '빨간 딱지'를 척~하고 붙이며 노골적으로 해댄다. 중년 남자의 쓸개 빠진 Y담 정도로 치부하기엔 그의 논의가 아깝고, 그렇다고 고개 주억이며 읽기엔 다소간 불편하다.
'김정운이 제안하는 존재확인의 문화심리학'이란 부제가 붙었다. 표지부터 저자의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자기애가 충만한 사람에게 엿보이는, 표지 모델로 직접 나섰다. 자신의 물건이라 말하는 만년필 하나를 입에 물고 말이다. 어찌 보면 <무한도전>이 오랜도록 인기를 끄는 이유와 맞닿아있지 않을까? 대한민국 평균 이하들의 솔직담백한 이야기와 도전이 사람들에게 어필하듯, 대한민국 평균 이하의 외모와 성격(그가 적시한 내용을 반영하자면)을 가진 그가 '우주 꽃중년'(저자가 말한 내용은 아니나 정황상 그렇단 얘기다) 운운하는 것이 루저(책 내용에 들어있는 개념을 빌리자면)들에게 반향을 일으키는 것일 수도 있다.
자칭 여러가지문제연구소장(박원순 님이 먼저 쓰지 않았나?)인 그가 진단한 한국사회의 문제는 '불안한 한국 남자들의 문제'다. '존재 확인이 안되기 때문'이란다. 또한 '한국 남자들의 존재 불안은 할 이야기가 전혀 없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고 한다. 동감한다.
사회적 지위가 그럴듯할 때는 그래도 버틸 만하다. 자신의 지위에서 비롯되는 몇 가지 이야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회적 지위가 사라지는 순간 그 이야기도 끝이다. 남자가 나이가 들수록 불안하고 힘든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도무지 할 이야기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자의 물건이다. 자기 물건에 관한 이야기를 한 번 해보자는 것이다.... 물건을 통해 매개된 존재의 스토리텔링이 어떻게 가능한가를 살펴보자는 이야기다. '여자의 물건'이라면 바로 여러 가지가 떠오른다. 목걸이, 반지, 가방, 구두, 화장품 등등. 그래서 여자들은 삶이 흥미로운 거다.... 여자의 물건은 그토록 화려하고 다양한데, 남자의 물건이라면 기껏 '거무튀튀한 그것'만 생각하다니. -P8~9. 프롤로그 중에서
하여 그는 이어령, 신영복, 안성기, 차범근, 조영남, 유영구, 이왈종, 박범신, 김문수, 문재인 등 다양한 분야의 대표적인 인물을 인터뷰하고 나선다. 크게 2부로 구성된 이 책에서 1부 '남자에게'는 예의 김정운 님이 설파했던 수컷의 문제를 짤막한 단상으로 엮어놓은 것이다. 어찌 보면 전작인 <나는 아내와...>의 연장선이라 할 수 있는데, '남자의 물건'이란 컨셉트를 잡아놓고 이 부분을 넣어야 했을까, 싶다. 나름 시시껄렁한 일상 속에 남자 이야기를 담고 싶었음에 틀림 없으나, 그래서 약간은 호기심도 동하며 읽어보지만, 결국 마무리는 수상하게 끝난다. 책을 반드시 재미있게 써야 한다는 나름의 강박을 가진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자신의 치부(?)는 물론 아내를 비롯한 가족 이야기를 너무나 우스운 오브제로 활용한다. 이 부분이 아내가 그를 극렬히 싫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읽어나가는데 무리는 없다. 거두절미하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짐작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책의 목적이기도 한 2부 '남자의 물건'은 그와 절친한 사이라 여겨지는 시인 김갑수(100분 토론에서 시사평론가로 소개되기도 했다) 님과 사진작가 윤광준 님, 본인의 물건을 꺼내놓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아주 재밌다. 커피 그라인더와 오디오에 열광하는 김갑수 님, 대머리가 아닌 빡빡이로 삶을 바꾸며 모자에 집착하는 윤광준 님, 만년필로 자신의 유년과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김정운 님. 3인 3색의 묘한 조화가 이색적이다. 그 뒤에 이어지는 10명의 물건 이야기.
김정운 님 자신이 인터뷰어가 되어 10명을 찾아나섰는데, 이러한 형식은 조금은 구태의연하다. 경청과 통찰, 빛나는 글솜씨를 자랑하는 지승호, 김혜리 기자가 있고, 좀더 대중적인 인지도를 지닌 김제동 님이 있다. 셋의 공통점은 잘 들어준다는 것이다. 인터뷰이에게서 이야기를 끌어내는 탁월한 인터뷰어라 말할 수 있는데, 김정운 님의 인터뷰는 상대보다 자신이 돋보이려는 경향이 다소간 보인다. '대놓고 잘난 척하는' 캐릭터를 우직하게 밀고 나갈 생각인지, 아니라면 그게 가장 편한 방식인지는 모르겠으나, 조금은 불편하다. '불편하면 읽지 말던가. 왜 재미있게 읽어놓고 딴지야!' 버럭하는 그의 목소리가 들린다. 왜냐고? 적어도 인터뷰에서만은 본인 이야기는 좀 과감히 빼면 안될까? 몰입이 안되잖아요,라고 답할 수 있겠다.
10명의 물건들을 우선 둘러보면,
이어령의 책상
신영복의 벼루
차범근의 계란 받침대
문재인의 바둑판
안성기의 스케치북
조영남의 안경
김문수의 수첩
유영구의 지도
이왈종의 면도기
박범신의 목각 수납통
예상 외의 인물들이 눈에 띈다. 주관적으로 말하자면, 문재인 님과 안성기 님, 김문수 님(특히 더 그렇다)의 경우에는 내놓는 물건 자체가 그닥 마음에 오질 않는다. 그냥 그 사람의 캐릭터를 설명하기 위해, 다소간 연출되고 기획된 흔적이 남는다는 얘기다. 재미있는 것은, 10명의 인물들이 그 어떤 연관 관계도 맺기 힘들 정도로 다양하다는 점. 김문수가 있는데, 문재인이 있다. 재미없기로는 문재인이 최악, 김문수가 그 다음이라 평하는 저자이지만, 공감이 안되기로는 김문수의 수첩이 제대로다. 좌우를 떠나서, 20년 전의 그의 변절을 떠나서 '팩트만 기록하고, 팩트로만 이야기 하자는' 그의 말에 동의가 안될 뿐더러, 그릇된(무지한,이라 표현하고 싶지만. 나름 그도 이승만에 대한 책을 읽으며 정보를 수집하여 동상을 세우자고 주장했다고 하니 그릇된,이란 표현이 더 맞겠다) 그의 역사인식에는 크게 우려되는 부분이 많다.
또한 문재인의 바둑판도 그의 성격을 드러내는 하나의 오브제일 뿐. 그 만의 물건이라 칭하기엔 다소간 애매하다. 조영남의 안경 또한 이야기가 빤하다.(TV 출연하면서 친해진 결과일 수도) 유영구 님은 저자가 교수로 있는 학교의 이사장이고, 박범신 님 또한 같은 학교의 교수로 재직했던 인연이 있다. 이렇게 따져나가니 남는 건 이어령, 신영복, 차범근, 이렇게 세 명이 남는다. 실제로도 3명의 물건이 가장 그럴 듯하고, 색다른 이야기가 있다. 심지어 신영복 선생은 이 책의 제호까지 손수 써주셨다. 김정운 님의 인복이라 해야 할까? 아니면 나름 성공한(어제 TV 특강에서 최인철 교수는 심리학자도 재미있는 사람이다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로 김정운 님을 평했다.) 대중작가로서의 친화력이라 해야 할까? 아무튼 세 명의 물건이 깊게 뇌리에 남는다.
그리고 김정운 님은 하나의 과제를 낸다. '당신의 물건은 무엇이냐?'고. 곰곰 생각하다가 내 책상에 놓여있는 필통을 꺼내든다. 성격상 잘 버리지 못한다. 어릴 때부터 워낙 가난하게 살았던 지라, 버리는 걸 잘 못했다. 완전히 망가지고, 찢어져야 버릴 수 있었던 당시에 유독 집착한 건, 남들의 관심과 사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주 이사를 다니며 변변한 친구 하나 만들지 못했고, 시골 학교에 다니면서 '나 잘난 놈이야' 어필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었으므로... 누군가 나를 인정하고, 칭찬하고, 공감하는 것에 퍽이나 예민했다.
그 중 하나가 마음을 담은 선물이다. 누군가에게 선물 받은 것은, 그 선물의 감동이 전해진 경우에는 절대 버린 적이 없다. 잃어버린 적은 있어도 스스로 휴지통에 처박은 적은 없다는 얘기. 그 중 23년 동안 여전히 잘 쓰고 있는 물건이 하나 있다. 바로 필통이다.
1989년 중 1때 여동생이 선물한 까만색 모닝글로리 필통. 어찌 보면 당시로선 획기적인 디자인이었다. 원체 블랙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군더더기 없는 심플함이 나를 사로잡았다. 모닝글로리란 회사가 1987년에 처음 등장했으니 거의 기업의 역사와 맞물린 물건이 아닐까 싶다. 저 필통을 중고등학교는 물론 대학교, 군대, 졸업 후 10년 넘게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꿋꿋이 가방에 넣어다녔다. 가끔씩 사람들이 묻곤 한다. 핸드폰 케이스냐고.
그동안 참 많이도 따라다닌 필통이다. 신혼여행 때도 함께 했으니. 참 사연 많은 물건임에 틀림 없다. 지금도 내 가방에, 책상에 언제나 눈에 잘 보이는 곳에 위치한 필통. 동생의 마음이 담긴 선물이기도 하지만, 심플한 디자인에 블랙 컬러는 그 어떤 필통보다도 내게 미적 쾌감을 선사한다. 상태로 봐서는 20년을 더 써도 무방할 정도로 튼튼하다. 세월이 흘러 필통 안에 담길 필기구는 변하겠지만, 필통만은 오랜도록 나와 함께 할 것 같다.
어찌 보면 '영혼을 잃지 않는 편집자'로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평생 1만 권의 책읽기'를 완성하는 그날까지 나를 따라다닐 것 같다. 글쓰는 삶, 책 만드는 삶을 살게 하는 원천으로서, 펜이 거기에 담겨 있으므로. 오랜도록 난 필통을 분신 삼아 가방에, 책상 위에 그것을 넣고, 놓고 다닐 것이다. 만약 이 글을 '모닝글로리' 담당자가 본다면 과감히 연락을 달라. 나중에 모닝글로리 30년 혹은 40년 사사에 이 필통과 함께 '모닝글로리'를 사랑하는 고객으로 출연할, 이야기를 쓸 용의가 있으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남자의 물건>의 결론을 내린다. 그렇다. 불안한 한국 남성이 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 이야기가 풍부한 사람, 시간이 아주 많은 어른으로, 아빠로 살고 싶다. 또 김정운 님에게 드리고 싶은 말은 '재미있게 글을 쓴다'와 '노골적으로 자신을 드러낸다', 그리고 '솔직하게 성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를 다소간 유의미한 방향으로 고민해줬으면 한다. 아내 분도 이런 글쓰기를 싫어하지 않을까,싶은 노파심에서다.
요즘 우리 집에서 제일 바쁘지만 그 모습이 싫지 않다. 그 나이의 여자들이 다 그렇듯이 아이들 키우랴, 살림하랴 등등으로 인해 꿈꾸던 삶을 살지 못했던 그들이 폐경기가 다가오면 자신의 삶에 대한 진한 회의감이 있나 보다. “나 뭐하고 살았어?”이렇게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면 서서히 자신과 가족으로부터 탈출을 시작한다. 마치 사춘기 시절처럼 친구들 만나 수다 떨고 영화보고 산에도 가고 좀 더 여유가 있으면 10만원이 넘는 공연도 보며 지나온 젊음을 아쉬워한다. 어제 광화문 연가를 보는 연령층도 대부분 아줌마들이라고 하니까 인생이 허한 여인들이 많은가 보다.
그렇다면 아저씨는 뭐하고 있을까?
이제 밖으로 나가는 것이 귀찮아진 자신은 집에서 혼자 노는 게 좋다. 그래도 이 나이에 책을 읽는다는 것은 자신에 대한 긍지기에 가끔 주변의 아줌마들 만나면 파워 블로그 명함도 보여주며 “나 이런 사람이야!”라며 괜한 자기 자랑을 하고, 열심히 커피 머신 가지고 장난친다. 아메리카노, 바나나 카페라테, 에스프레소, 카페모카 등을 만들며 스스로 도취한다. 또 얼마 전에 구입한 값나가는 이어폰 가지고 재즈를 들으면 행복하다. 이런 일상을 이야기하면 대부분의 친구들은 부럽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겉모습은 그럴지 모르지만 속에는 많은 근심 걱정이 있다. 어쩜 그것을 잊으려고 발버둥치는 몸부림인지도 모른다.
파마만 하면 누구나 베토벤이 되는 줄 착각하는 김정운 교수의 글이 표면적으로는 재미있지만 조금 더 그와 친해지면 그의 글속에는 아저씨의 삶에 대한 잔잔한 아픔이 녹아있다. 심리학자답게 그는 중년의 아픔과 슬픔을 잘 파악하고 해결책도 제시한다. ‘남자의 물건’이라는 요상한 제목 때문에 인터뷰어와 인터뷰이의 콤비플레이로 만들어진 가벼운 담론인 줄 알았다. 요즘 이런 책들이 인기 있지 않은가?
그러나 ‘남자의 물건’은 그렇게 가벼운 책은 아니다. 그는 조금 무거운 주제를 가볍고 재미있고 쉽게 풀어나가는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저자의 글을 좋아하는 이유다.
‘남자의 물건’이라는 이중적인 의미를 가진 이 책을 집필한 동기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한다. “한국사회의 문제는 불안한 한국 남자들의 문제다. 존재 확인이 안 되기 때문이다. 불확실한 존재로 인한 심리적 불안은 적을 분명히 하면 쉽게 해결된다. 적에 대한 적개심, 분노를 통해 내 존재를 아주 명확히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 할 것이 없기 때문에 한국 남자들은 모여서 기껏 정치인 욕이나 한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삶에 대해 할 이야기가 없다. 이것은 역설적으로 말하면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저 주어진 일상에 순응하며 앞만 보며 달리기 때문에 삶에 대한 평가는 결과가 증명을 한다. 그러기에 우리는 쉽게 희망을 말하고 목표를 정하고 거기까지 달려간 사람들의 성공이야기에 감동을 받는다.”나도 저들처럼 될 거야“ 이런 희망을 갖는 것을 나쁘다고 말할 수 는 없다. 그러나 그 꿈을 이룬 사람이 얼마나 될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쟁에서 낙오되기에 38선, 사오정, 오륙도 라는 현실이 우리의 삶에 더 친근함에도 우리는 그들을 실패자로 본다. 매일 산으로 출근하는 그들을 측은한 눈으로 바라보며 연민을 표한다.
그러나 꼭 그럴까?
나 자신도 월요일마다 만나는 늙다리 아저씨들과 산에 갈 때가 있다. 대부분의 늙다리들은 의무감을 가지고 정상에 오르기 위하여 애를 쓴다. 그러나 난 조금 힘들면 주저앉는다. “너희들끼리 갔다 와. 난 여기서 쉴래!”그들을 보내고 앉아 편안하게 책을 읽기도 하고 음악을 듣는다. 심심하면 오가는 등산객들의 얼굴과 몸매를 감상하는 즐거움을 누리기도 한다. 산에 간다는 것을 꼭 정상에 오르는 것과 동일시 할 필요는 없다. 내가 갈 수 있을 만큼 가면된다. 그것이 내 인생의 즐거움이다. 젊었을 때 봤던 ‘빠삐용’이라는 영화가 감동적인 이유는 자유를 얻기 위한 그의 용기와 신념 때문이었다. 인생은 빠삐용처럼 살아야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제는 섬에 남아있던 드가가 보인다. 빠삐용은 그에게 함께 탈출을 권했지만 드가는 사양한다. 두려움 때문이다. 그렇다면 드가는 실패한 인생을 살았을까?
아니다. 그는 나름대로 섬세한 감정을 가지고 꽃들을 가꾸고 바다를 바라보면서 자기 나름대로의 삶을 살았을 것이다. 섬이 드가의 자유를 구속할 수 있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었지만 반대로 드가의 선택이 그 섬에서 자유를 누리며 살았다고 볼 수 있다. 김정운 교수는 이렇게 논리적인 설명을 더 한다.
‘선택의 자유는 인간 존재의 근거다. 내 삶의 의미는 내가 선택했는가, 아닌가에 의해 결정된다. 심리학에서 이 선택의 자유와 아주 비슷하게 쓰이는 개념이 있다. ‘내적 동기’와 ‘선택의 자유는 사실 서로 다른 개념이다. 아무리 재미없는 행동도 내가 선택하면 재미있어진다.’
‘남자의 물건’에 등장하는 인터뷰이들은 나름대로 자신의 분야에서 족적을 남긴 사람들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성공한 사람이다. 그런데 이들을 성공이라는 세속적인 잣대로만 볼 수 없는 것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자신의 선택으로 인생을 재미있게 사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속에는 누구나 이름만으로 알 수 있는 문재인, 김문수 같은 정치인도 있고 이어령과 같은 대학자와 조영남 같은 연예인도 등장하지만 김갑수, 윤광중, 같은 낯선 이름도 있다. 그런데 저자는 김갑수, 윤광중의 인터뷰 내용을 제일 앞에 실었다. 자신과 가장 친하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어쩜 이들은 저자가 주장하는 것처럼 선택의 자유를 누린 사람이었기 때문이란 생각을 한다.
김갑수를 처음 TV에서 본 것은 명작스캔들이다. 문화평론가라기에 어울리지 않는 머리스타일은 인정해주고 싶었는데 의외로 음악에 대해 박식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고 나중에 알았지만 그는 시인이었다. 한권의 시집을 달랑 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시인임을 강조한다는 것을 알고 재미있는 인물이란 생각을 했는데 저자가 언급한 김갑수는 오히려 기인에 가깝다. ‘오직 음악 듣고 커피 마시는 일만 한다.’김정운 교수는 김갑수의 삶을 이렇게 간단명료하게 말한다. 젊은 시절 좋아했던 작가 송영은 한 인터뷰에서 전세방보다 비싼 오디오를 가지고 있는 것을 자랑했다. 난 그때부터 그런 삶을 부러워했는데 김갑수는 부러움의 대상을 넘어 존경의 대상이 된다. ‘자아라는 주체로 서는 게 아니라 대상에 함몰되는 거지. 돈이나 밥이 아닌 다른 것에 함몰되는 것은 참 근사한거야.’
멋지지 않은가?
돈이나 밥을 떠난 인생을 사는 것
그 인생이 행복한 이유는 자신이 좋아하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때, 사고 싶은 물건을 손에 넣었을 때의 설렘. 김정운 교수는 설렘이 행복의 원천이라고 말한다. 설렘이 없다면 살아 있는게 아니라고……. 그러기위해 삶은 외로워야 한다고.
그래, 아내도 외롭기 때문에 세상으로 나가고, 나도 외롭기 때문에 방구석에 있는 것이다. 나름 자신의 행복을 찾기 위한 방법이고 난 서로의 다른 방법을 존중하고 사랑한다. 책을 읽으며 아직도 설렘을 누리고, 커피를 타면서 즐겁고, 아직도 영화관의 어둠을 좋아한다면 괜찮은 삶이다. 왜냐하면 떠밀린 삶이 아니라 자신이 결정했기 때문이다. 김정운 교수의 멋진 한방이 결론이다.
‘내 삶을 주체적으로 사는 일에 제발 쫄지 말자는 이야기다.’
그래 내 삶에 쫄지 말자. 그것이 행복하게 사는 비결이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나는 남자가 궁금하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아들만 둘 키우는 나는 가끔 홀로 무인도에 앉아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아이들 그것도 남자 아이들의 뇌구조를 도통 모르겠다. 언제부터인가 혼자만 화내고, 혼자만 목소리 높이고, 혼자만 열에 들떠 머리꼭지가 돌지만 아이들은 무덤덤하다. 이러다가는 내가 미칠 것 같아 남자 아이들의 심리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 책들이 쌓여가니 이젠 남자라는 나와 다른 그들의 행동이 조금은 이해가 가기 시작했고, 그래서 그렇구나 하는 나름의 무관심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어린 남자 아이들이 커가면서 어린 남자의 심리가 아니라 청소년기의 남자 심리를 알게 되었고 결국.. 이렇게 다 성장한 남자의 심리를 들여 다(?) 보게 되었다. 더불어 나는 내 남편의 조금은 쓸쓸한 등짝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안다. 책 한 권 읽었다고 내가 내 남편을, 우리 아이들을 이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잔소리를 해야 할 때와 하지 말아야 할 때, 웃어야 할 때와 그냥 안아줘야 할 때를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입담 좋고 엉뚱하고 어떤 때 보면 또라이 기질이 대단한 이 남자. 김정운 교수의 책을 세 번째로 만났다. 첫 번째는 “노는 만큼 성공 한다” 였고, 두 번째는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 한다” 그리고 세 번째는 바로 이 책이다. 처음엔 남편이 읽으면 좋을 것 같아서 사줬지만 남편보다는 내가 낄낄거리면서 읽었다. 퇴근해 들어오는 남편을 귀찮게(?) 생각한 적이 많았던(?) 나를 반성하면서 하나밖에 없는 내 남편에게 잘해주리라 다짐하게 만든 책...
1부는 김정운 교수가 남자들에게 하는 말이다. 사실 남자들에게 하는 말 이라기보다는 어느덧 세월에 혹은 부인들이나 아이들의 등쌀에 점점 기죽고 나약해지는 남편을 대변하는, 그래서 꼭 그들의 부인이 읽어야만 하는 나름의 외침 같다. 왜 우리가 이렇게 되어 버렸는지, 왜 우리들이 이런 생각을 하는지 알아달라는 귀여운 항변 같은 것들? 암튼 읽는 내내 유쾌했고 재미있었지만 그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아이폰과 룸살롱의 연관성이다. 모든 동물의 수컷은 불안하다. 암컷의 경우 자신이 낳은 새끼는 반드시 자기 피가 섞이지만 수컷은 아니라고 한다. 인간의 경우 생물학적 종족 번식과 관련된 불안은 물론 사회관계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존재론적 불안으로 끊임없이 괴로워한다. 이런 불안은 암컷들이 수컷의 몸에 자신의 몸을 비벼대며 위로하지만(이런 접촉을 그루밍이라고 한다) 인간은 특히나 현대 사회에서의 남자들에게 만지고 만져지는 것은 거의 모든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금지되어 버렸다. 한국의 철없는 사내들은 이 박탈된 터치의 경험을 룸살롱에서 만회하려고 한단다. 룸살롱은 술을 마시러가는 게 아니라 만지고 만져지기 때문에 가는 거다. 서로 만지고 만져지는 터치는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의사소통 행위다. 사람들이 아이폰, 아이패드에 열광하는 심리학적 이유는 바로 이 터치 때문이다.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룸살롱과 아이폰의 공통점은 바로 터치를 통한 위로다. (P28-31중에서)
매일 아이들에게는 사랑 한다 안아주고 뽀뽀도 해주는데 남편에게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진심으로 남편에게 어깨도 만져주고, 손도 잡아주고, 얼굴도 만져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이 먹는 여자들도 외롭지만 나이 먹는 남자도 외로운 모양이다. ^^
2부에서는 남자들의 물건을 소개한다. 이름을 들으면 누구나가 알만한 유명한 사람들이다. 가장 흐뭇하게 웃으면서 읽었던 부분은 차범근의 이야기였고, 기억에 남는 물건은 신영복의 벼루였다. 내가 학교 다닐 때 만해도 우린 붓글씨를 많이 썼다. 벼루에다 물을 조금 뿌리고 먹을 갈아서 붓글씨를 신문지에 연습했다. 오랜 시간 연습하고 자신이 생긴 후 에야 화선지에 곱게 글씨를 썼던 기억이 난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붓글씨를 쓴다며 준비물을 챙기려는데 헐~~~~~~~ 벼루와 먹과 붓과 화선지가 아니라 플라스틱 통에 담긴 먹물과 붓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점점 과정은 없어지고 결과만 중시되는 세상이 되는 것 같다. 그런 내 마음을 알았는지 신영복의 물건에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
결과적으로 인생이란 게 그런 게 아닌가 해요. 삶 자체가 과정이 아름다워야 하고 뭔가 자부심을 느낄 수 있어야 하고, 깨달음도 있어야 하고..... 삶이란 목적을 사는 게 아니라 과정을 사는 것이라는 이야기.. 목적에 의해 과정이 생략된 삶을 사는 것처럼 불행한 삶이 없다. (P187)
남자고 여자고 나이가 많건 적건 뭔가에 집착하고, 뭔가에 욕심을 부리고, 뭔가에 질투를 하고 비교한다. 하지만 생각해본다. 나를 위로할 물건이 있는가? 너무 비싸지 않고,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키는 물건이 아니라면 나를 위로할 물건이 있는 그 사람은 행복한 거란 생각을 했다. 그것이 남자의 물건이든 여자의 물건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