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8년 09월 19일 |
---|---|
쪽수, 무게, 크기 | 288쪽 | 360g | 128*188*20mm |
ISBN13 | 9788974839550 |
ISBN10 | 8974839555 |
발행일 | 2018년 09월 1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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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88쪽 | 360g | 128*188*20mm |
ISBN13 | 9788974839550 |
ISBN10 | 8974839555 |
머리말 1장 여자답게, 남자답게 대신 나답게 있는 그대로의 우리 되기 젠더리스 완구를 부탁해 나답게 달려 보세요 소중한 우리 몸 교육 ☆ 아버지 상담에 초대합니다 2장 젠더 감수성 기르기 더 멋진 스쿨라이프 우리도 성차별에 반대합니다 사춘기 맞춤 성교육-신체 변화 대처편 배려와 강요 사이-임산부 배려석 논쟁 ☆ 교직 사회의 성차별 3장 교실에서 페미니즘 《돼지책》이 알려 준 엄마의 하루 04년생 김지영이 꿈꾸는 미래 디지털 성범죄 예방 프로젝트 ‘성평등’이라는 단어가 사라지는 그 날까지 ☆ 녹색 어머니회와 마미캅 작지만 분명한 변화가 일어나는 중입니다 |
둘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첫 공개수업에 갔을 때의 일이다
아이들이 앉아 있는 책상마다 학교에서 나눠 준 큼지막한 보조 가방이 걸려 있었다
그런데 내 눈에 들어온 건 학교에서 무료로 나눠 준 가방이 아니라 그 색깔이었는데 남자는 하늘색, 여자는 핑크색으로 구분해 정갈하게 걸려 있는 것이었다
교육 일선에서조차 시대의 흐름을 인식하지 못하고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 대로 성 역할을 만들고 있는 현실을 목격했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 성 고정관념은 이렇듯 어렵지 않게 목격하게 된다
안타까운 일이다
내가 어렸을 때 숱하게 들어왔던 말은 '여자가 목소리가 왜 이렇게 크니?', '여자가 얌전해야지'
부모님으로부터 듣지 않아도 친척들이나 지인들이 그들의 자식들에게 하는 말을 듣고 자랐다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여자는 목소리가 크면 안 되고 얌전해야 된다 조신해야 된다 나서면 안 된다고 자연스럽게 학습하게 되었다
내 본연의 모습을 감추고 사회가 요구하는 대로 반듯하게? 자라나서 내 목소리를 내는 데 있어 자신이 없고 망설이는 어른으로 성장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왜 그렇게 해야 하냐고 단 한 번도 반문하지 않고 가슴에 담아두고 삭이면서 살아왔던 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억울하고 속상하다
'나는 다른 사람일 수도 있었다'라는 책 속 한 줄의 문장이 사무치게 가슴에 와닿는다
젠더 갈등을 해 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물론 여성에게만 국한된 일은 아니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관습에 의한 사회적 성 역할과 편견에 의해 상처받고 내적 갈등과 아픔을 겪는 일은 일상에서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각 개인마다 취향과 성향이 다른데 무시되기 일쑤다
여기서 우리는 페미니즘을 한 번쯤은 생각해 봐야 할것 같다
편견 가득한 시선과 왜곡된 인식에서가 아니라 인권 존중의 차원에서 남녀 모두가 평등하고 차별로 인한 상처를 받지 않도록 말이다
나는 페미니스트는 아니다
페미니즘이 뜨거운 논쟁거리여서 피하는 것은 아니고 아직은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나이와 성별, 직업, 인종, 국가에 상관없이 동등하고 평등해야 한다는 생각은 갖고 있다
그동안 아이들을 키우면서 남자, 여자라는 성 역할에서 의식적으로 구분하지 않으려고 애써왔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젠더의 틀에 갇혀 취향을 존중받지 못하고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지양하고 싶었기 때문에 가능하면 열린 마음으로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고 싶었다
솔직히 아직까지는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누구나가 동등한 권리와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소신은 가지고 있다
편견에서 벗어나는 것! 개인의 다양성과 차이를 인정하는 것!
여자답게, 남자답게 대신 나다운 행동을 할 수 있게 돕고 젠더 감수성을 함양시켜 편견과 거부감 없이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열린 시각을 갖도록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민함을 가르칩니다>는 초등젠더교육연구회인 아웃박스 교사들이 학생들과 함께 교실을 바꿀 수 있는 12가지 젠더 감수성 수업을 통해 일상 속 편견과 성차별적 사고를 인식하여 반성하고 개선해 나가면서 성장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젠더 감수성이란 일상 속 성 고정관념을 인식하고 주어진 성 역할에서 자유로워지며 성차별에 불편함을 느껴서 바꿔 보려고 하는 예민함을 뜻한다
교실 안, 그리고 일상 속에 존재하는 성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다채로운 활동 사례와 경험담을 소개하고 있어 더욱 생생하게 마음에 와닿는다
학년에 따라 흥미와 수준을 고려해 수업 주제를 정하고 그와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그동안 인식하지 못했던 성 고정관념에서 벗어 날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스스로 성 고정관념을 찾는 놀이 활동을 통해 좀 더 예민하게 불평등한 현실을 찾으며 젠더 감수성을 키우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성 불평등을 인지하고 개선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소개되어 일련의 과정을 통해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해갈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책에는 성별이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해 보는 의미 있는 활동들을 담고 있어서 그 공감력이 더 컸다
장난감 주인 찾기 놀이, 특징 스티커 붙이기, 나답게 카드 만들기, 상황극, 영상, 체험(생리대, 임산부 체험복), 역할극, 독후 활동, 토론, 만들기(집안일 그래프 만들기) 등 아이들의 연령대와 눈높이에 맞춰 다채롭게 수업을 구성했다
수업을 통해 다양한 관점으로 생각하고 성 고정관념을 찾고 깨기에 중점을 두었다
이론으로 그치는게 아니라 각자의 경험을 나누고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수업방식이 좋았다
가정이나 다른 교육현장에서 젠더 수업 진행에 참고할 만한 팁을 실어 실재 현장에서 활용도를 높일 수 있게 했다
<예민함을 가르칩니다>에서 진행한 수업의 핵심은 스스로 성 고정관념을 찾고 편견을 버리며 남녀 편가르기가 아닌 서로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이해하며 배려할 수 있는 마음을 갖게 하는데 있다
교실에서의 아이들의 순수하고 천진한 모습과 열린 마음으로 활동에 임하는 모습을 보고 엄마 미소가 지어진다
둘째가 초등학생이라서 책 속에 수록되어 있는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수업 하나하나를 더욱 관심 있게 봤다
가정이나 다른 학교 등 실제 현장에서 젠더 수업 진행에 적용하고 참고할 만한 팁을 실어 활용도를 높일 수 있게 한 점도 유용하다
소중한 우리 몸 교육, 사춘기 맞춤 성교육, 디지털 성범죄 예방 프로젝트를 통해 나와 다른 성별의 사람의 입장을 이해해 보며 올바르고 건전한 성 지식을 갖도록 도움을 주고 다양한 매체에서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음란물과 성 관련 콘텐츠로부터 자신의 몸을 지키고 소중히 여기며 책임감을 가질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돼지책>과 <82년생 김지영>의 책을 활용한 젠더 교육도 눈에 띄었다
나도 두 권의 책을 읽어봤다
<돼지책>은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서로 간의 이해와 배려에 대해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 <82년생 김지영은> 처음으로 페미니즘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준 책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얼마나 많은 남자다움과 여자다움을 강요받고 살아온 걸까?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사용하고 행해왔던 것들...
남자아이에게는 파란색 장난감과 레고, 차를 쥐여주고 여자아이에게는 인형과 분홍색 장난감을 건네주었다
학교에서 사용하는 출석 번호, 카카오톡 이모티콘에서조차 내면화된 사회의 성 고정관념들을 발견하게 된다
혹자는 너무 예민하게 시시콜콜 따지는 거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우리 주위에서 성 역할을 구분 짓거나 차별하는 상황은 너무 쉽게 찾아진다
너무 오랫동안 내재화된 성 역할과 성 고정관념으로 인해 익숙해져서 잘못됐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당연하다 여기고 살아왔던 것들.
책을 읽으며 전혀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다
<예민함을 가르칩니다>를 읽으면서 새삼 느끼게 되었다
각자의 취향이 생기기도 전에 사회적 인식과 부모, 학교로부터 인식된 성 고정관념에 갇혀 아이들이 자란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다는 것을.
나답게 사는 것! 그것이 행복이라는 것을 마음으론 아는데 행동으론 따라주지 않는 걸까?
<82년 김지영>을 읽으며 격한 공감을 하면서도 실재 생활에 있어서는 어떠한 변화의 노력도 없이 지내왔던 대로 관습에 갇혀 살아왔다
깊게 체화된 성 고정관념을 버리고 편견 없이 세상을 바라보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인가 보다
노력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나의 부모님으로부터, 사회생활과 학교교육으로부터 수없이 들어오고 교육받음으로써 생겨난 고정관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을 고백한다
조심하고 애쓰지만 무의식적으로 '여자방이 왜 이렇게 지저분해', '남자가 씩씩해야지' 같은 말이 아이들에게 불쑥 불쑥 튀어나올 때가 있다
우리 아이들이 스스로 '나답게' 행동할 수 있고 성 평등한 사회로의 첫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도록 어른인 내가 먼저 성 고정관념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노력해야함을 절실히 느낀다
유연함을 갖고 있는 아이들에게 좀 더 일찍 젠더 수업을 통해 양성평등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내 보일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되고 그들이 사는 세상은 좀 더 자유롭고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나답게 살면서 '사람'으로 존중받는 것!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이해하며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사회!
자신의 고유한 정체성을 형성해 가면서 젠더에 갇힌 사고방식과 역할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고 행복해질 수 있는 권리!
우리가 나서서 찾고 만들어가야 한다
성차별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책을 읽으며 세계 여러 지구촌에서 소수 약자인 여성의 차별을 발견하게 된다
여성 난민의 강간, 인종 차별, 할례 문화로 고통받는 어린아이들, 성희롱부터 명예 살인까지 인권의 억압뿐 아니라 생존까지도 위협당하고 있는 현실을 대면하게 된다
책의 머리말에서는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이 성 역할을 만들고 그것들이 실제로 누군가를 배제하는 근거가 될 때 성차별이 일어난다고 말하고 있다
성차별은 성폭력과도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기에 사회. 문화적으로 자연스럽게 인식돼온 성 고정관념을 그대로 간과할 수 없는 것이다
젠더 감수성 교육을 통해 작지만 분명하게 일어나는 교실에서의 작은 변화들, 학생들과 학부모, 나아가 학교까지 변화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가슴 밑바닥으로부터 올라오는 뜨거운 감동을 느낀다
책을 읽으며 우리는 얼마나 깊은 편견과 선입견의 우물에 갇혀 지내고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우리의 공교육 현장과 가정, 사회에서 양성평등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와 가치, 방법에 대해 절절하게 공감 가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성차별에 대한 비난과 지적보다는 함께 잘못된 의식을 찾고 해결방안을 모색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교사와 학생의 관심과 노력이 교실에서 더 나아가 사회로, 언젠가는 지구촌 곳곳으로 그 영향력이 파급되기를 희망해 본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젠더 감수성 교육!
그동안의 여자다움, 남자다움이라는 성 고정관념에 균열을 일으키는 작지만 의미 있는 영향력을 가진 책이다
타인의 다양성을 인정해주고(나도 모르게 갖고 있던 편견에서 벗어나) 나다운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들어 주는 시간이었다
조금 더 나은 세상, 함께 살아가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원하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해 본다
<예민함을 가르칩니다>는 누구나 읽어야 할 책!
부모라면 더더욱 읽을 필요성이 느껴지는 책이다
젠더 교육을 통해 인권과 차별, 존중에 대해 배우고 차별받는 타인에 대한 공감과 이해를 하면서 더 나아가 페미니즘을 이해할 수 있는 기본서로 궁금증을 갖고 있는 독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다
책을 읽고 나니 우리 모두가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한다는 말에 깊은 공감이 간다
세상 사람 모두가 성 고정관념을 버리고 편견 없이 세상을 바라보는 그날이 오기를 희망해본다
누구나가 다양성을 존중받고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사회! 모든 편견과 차별로부터 자유로운 세상!
우리가 꿈꾸는 행복한 세상일 것이다
◈ 아이들이 성별에 따른 이분법적 프레임에서 벗어나 타인과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하고 싶었다. 자신을 탐구하는 기회일 뿐만 아니라 '너'도 이해하며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랐다.___ 19p
◈ 마이너스(-)가 아니라 플러스(+)다. 여자아이들에게 파란색을 선택할 기회를 주고 남자아이들에게도 인형을 가지고 놀 기회를 주는 것이다. ___ 45p
◈ 편견이나 선입견이 굳어지기 전에 서로의 차이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다른 성별의 상화에 한 번이라도 공감해 보려고 노력한 경험이 있는 아이들은 어른이 되었을 때 '차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분명히 다르지 않을까? ___ 153p
<서해문집 북씨북씨 1기 활동의 일환으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글입니다>
"교실을 바꾸는 열두 가지 젠더 수업"
예민함을 가르칩니다/서해문집
5명의 초등교사들이 일상속 성차별에 대해 예민함을 기를 수 있도록 자신의 학급 학생들에게 진행했던 젠더 수업을 모아 엮은 책이다. 고양시 내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들의 연구 모임인 아웃박스, 가볍게 시작했던 독서모임의 첫 책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와 강남역 살인 사건을 계기로 성 불평등 문제를 교육으로 풀어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는 모임이라고 한다.
이 책이 좀더 신선하고 친근감 있게 다가오는 것은 내 아이들이 지금 초등학생이기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실제로 현재 초등학교에서 이 책에 담긴 수업사례와 비슷한 젠더수업을 받아보는 경우는 극히 드물거란 생각부터 들었다. 또 딸과 아들을 다 키우고 있기에 책을 읽는 동안 부모로써 내가 가지고 있었던 성 고정관념들을 살펴보는 시간이 되었고, 더 나아가 그럼 아이들에게 성평등을 위한 젠더 교육을 가정에서는 어떻게 해보면 좋을까 고민해 볼 수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이들이 성별에 따라 여자와 남자로 이미 구분지어진 후 그에 맞게 살아가는 것이 아닌 '나답게' 살아낼 수 있도록 하는 것,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자기 정체성을 형성해가며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록 가르치는 게 젠더 교육의 방향이었다. 젠더 교육은 단순한 성평등 교육이 아닌 인권, 차별, 존중이 무엇인지를 함께 배울 수 있는 교육이었다.
예민함을 가르칩니다/서해문집
아웃박스 선생님들이 학교 내에서 일으킨 작은 변화들이 글로는 간단하게 기록되어 있지만 현장에서 얼마나 힘들게, 지속적으로 노력해서 얻게 된 결과들일지 조금은 상상이 되었다. 성비를 골고루 맞추는 모둠이 아니라 무작위로 구성하고, 남녀를 구분한 기존의 출석번호와는 별도로 제비뽑기로 정한 '나래번호'를 사용한 점, 체육수업을 성교육의 기회로 삼는 등이 그랬다. 또 생활 속 너무나 소소한 나머지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이모티콘에 이르기까지 학생들과 함께 고민해보고 수업에 적용해 본 여러 시도들이 참 용기있어 보였다.
'남자답게'와 '여자답게'가 사회적 인식 속에서 또 상업적으로 분홍과 파랑이라는 칼라로 나뉘어지는 것만으로도 그동안 고정관념의 벽은 높았던 것 같다. 이 색깔논리는 참 이상하다. 다 큰 성인이 되어서는 파랑과 분홍에 전혀 구애받지 않는데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왜 유독 그렇게 고정관념을 심어놓았을까? 결국 상업적인 논리가 그 뿌리에 있었음도 알게 되었다.
성 고정관념에 대한 초등학교 교실의 현주소를 엿보았고, 특히 관심있게 읽었던 부분은 <성폭력>에 관한 교육이었다. 고등학교에서 처음으로 성교육을 받았었던 기억이 난다. 지극히 생물학적인 성교육에 그쳤고, 성폭력에 관한 교육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떠올려보면 선생님들에게 음담패설, 성희롱의 발언들을 어렵지 않게 들었던 것 같다. 그에 대한 불쾌감을 그 어디에도 말하지 못하던 그런 시절이었다. 요즘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학교내 미투운동이 내가 고등학생이던 때로부터 20년도 훌쩍 넘은 지금도 별다를 바 없는 학교 성폭력 교육의 현주소를 보는 듯하여 참 안타깝다.
저학년에게 성교육이라는 말 대신 '몸 교육'이란 말로 몸의 소중한 일부인 생식기관에 관해 바르게 가르쳐주고 더 나아가 성폭력예방대처교육까지 연장시켜준 수업사례도 참 좋았다. 선생님들의 수업은 대부분 주입식 설명이 아닌 아이들과 함께 영상을 통해 문제제기를 하거나, 상황 설정을 통해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나누고, 대처하는 방법을 찾아보며, 학생들로부터 이끌어내는 수업형식을 띄고 있다는 점이 좋았다. 아이들이 성교육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이런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엄마 아빠는 안 말해 줬었는데.".... 맞다. 나부터가 사춘기 전 초등 및 유아기 자녀에게 성교육은 어렵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예민함을 가르칩니다/서해문집
아버지 상담 시도, 인터넷 매체를 사용할 때 젠더 감수성 기르기, 성차별적 표현 하지 않기, 사춘기에 접어든 6학년을 위한 신체 변화 대처 성교육,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을 주제로 한 '인권 감수성', '젠더 감수성' 교육, 앤서니 브라운의 <돼지책> 속 피곳 부인을 통해 생각해본 '집안일', <82년생 김지영>으로 한 6학년들의 독서수업, 녹색어머니와 마이캅의 명칭 변경 등 실천적인 노력들이 작은 희망이 되어주었다.
예민함을 가르칩니다/서해문집
너무 예민한거 아니야?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하고 말할 때가 많지는 않았는가! 그러나 젠더 교육의 실상과 현주소, 또 사회적으로 일어나는 여러 문제들을 보면서도 여전히 '예민'해지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더 건강한 사회로 나아가지 못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젠더 감수성 수업을 통한 아이들의 변화, 교실의 변화에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싶다.
"작지만 분명한 변화가 일어나는 중입니다"
"많은 아이들이 스스로 남녀의 틀에서 벗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글씨가 삐뚤빼뚤한 여자아이도 스트레스 받지 않고 자신감을 가졌고, 운동을 못하는 남자아이도 움츠러드는 대신 자신의 다른 장점을 자랑스러워했습니다. 또 서로 타고난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하며 성별 구분 없이 함께 어울렸습니다." (머리말 中)
예민함을 가르칩니다/서해문집
"젠더 교육은 인권 교육이다"
이 책을 처음 집어 들었을 때, 살짝쿵 부끄러웠다. 다른게 아니라 여리여리한 분홍색 표지 때문이다. 보통의 나는 지하철이나 길 어디에서든 책을 읽는 편인데, 내 손에 펼쳐진 분홍색 표지가 부끄러웠던 것이다. (내 방 침대는 온통 분홍분홍 한데도 말이다.) 어느 것 하나 이것이 핵심! 또는 이게 가장 중요해!라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전부 중요한 수업이었다. 만약 내가 이 교육을 받고 자랐다면, 어땠을까? 그리고 이 교육을 받은 초등학생들이 만들어갈 사회가 어떤 모습이 될까 궁금해졌다.
처음에는 의문이었다. 어째서 젠더 교육('성'을 주제로 한 인권교육)을 담은 책인데 저자도 여성 교사들뿐이고, 게다가 분홍색이라니! 표지같은 디테일에서부터 책의 특징을 잘 살려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생기고 말이다. 하지만 이건 내 편견이었다. 페이지를 넘기면서 내가 느꼈던 부끄러움이 또다른 부끄러움이 되어 돌아왔다. '여성은 분홍'이라는 편견을 거부하면서 덩달아 '분홍색'마저 남녀 불평등으로 치부해버린 것이다. 또 여성이 말하는 젠더 교육을 페미니즘으로 잘못 해석하기도 하고. 아이고야. 이 책에 나오는 초등학생들에 비하면 나는 한참 멀었다.
책에서는 교사들이 젠더교육에 앞서 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인권 문제를 파악하고, 이를 바르게 인식시키고자 수업을 계획한다. 자신이 경험했던 것, 또는 사회에 발생한 문제점을 아이들에게 질문형식으로 자연스럽게 의도해낸다. 수업도 자율학습 시간을 빌어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국어(토론수업)와 사회, 체육, 미술 등 다양한 교과를 종합했다. 초등학교 수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도 알 수 있어서 더욱 흥미롭게 읽었던 것 같다.
수업을 통해 변화하는 아이들의 모습도 참 대견하다. 11살짜리 아이가 지금의 나보다 훨씬 나은 생각을 하고 답하며 움직이고 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이 교육을 주관한 교사도 변했다. 문제점을 알고 있었지만 종종 아이들에게 보여줬던 실수들을 통해 반성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교사와 아이, 그리고 학부모와 독자가 모두 함께 성장하는 신기한 수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