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2019년 02월 0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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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96쪽 | 269g | 140*210*14mm |
ISBN13 | 9791187064343 |
ISBN10 | 1187064343 |
출간일 | 2019년 02월 0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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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96쪽 | 269g | 140*210*14mm |
ISBN13 | 9791187064343 |
ISBN10 | 1187064343 |
성폭력 사건에서는 왜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가 추궁당하는가? 누가, 왜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는가? ‘미투 운동’의 성장을 기록하고 미래를 모색하는 페미니즘의 실천 2018년 1월 29일 서지현 검사의 검찰 조직 내 성폭력 피해 고발 이후 정계, 문화예술계, 스포츠계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미투 운동’이 일어났다. ‘미투’는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남성 중심적 성 문화를 뿌리째 뒤흔들어 일상의 혁명을 촉구하는 매우 급진적인 운동이다. 호주제 폐지 운동 이후 이렇게 전 세대의 여성들이 고르게 지지한 운동은 없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미투 운동은 법과 제도, 사회 질서 전반에 성차별적 통념이 얼마나 단단히 자리 잡고 있는지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말하기’ 이후 피해자 개인이 감당해야 할 몫은 여전히 너무 크고,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거의 진전이 없다. 용기 있는 목소리가 근본적인 사회 변화로 이어지려면 무엇이 더 필요한가. 성폭력 가해자를 두둔하고 피해자를 비난하는 분위기가 쉽게 조성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직장 내에서 벌어진 권력형 폭력 사건에서 피해자가 남성이면 노동 문제가 되고 피해자가 여성이면 성적인 문제로 둔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폭력 문제를 다루어 온 연구 모임 ‘도란스’는 네 번째 책 『미투의 정치학』에서 미투 운동을 둘러싼 주요 쟁점을 분석하고 미투 이후를 모색한다. 여성주의 시각에서 ‘위력에 의한 성폭력’, ‘성적 자기결정권’, 진보와 보수를 초월하는 한국 사회의 남성 연대, 사법부의 젠더 감수성, 젠더 폭력과 젠더 개념 등을 살펴봄으로써 성차별과 성폭력을 지속시키는 우리 사회의 부정의를 파헤친다. |
머리말|일상의 혁명, 미투의 정치학 _ 정희진 그 남자들의 ‘여자 문제’ _ 권김현영 ‘공작’은 누가 했나 누가 무엇으로 재판을 받고 있었나 “어떻게 지위가 타인의 인권을 빼앗을 수 있습니까?”라는 비문(非文) 존재하는 위력은 반드시 행사된다 진영론, 문제 제기를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여자 문제’라는 프레임 나가며 여성에 대한 폭력과 미투 운동 _ 정희진 아버지의 연장 그리고 ‘속삭임’ 범죄 신고가 혁명인 사회 가해자에 의해 좌우되는 쟁점들 남성과 여성의 ‘자의성’은 같지 않다 인식론으로서 젠더의 지위 젠더 사회에서 ‘불가능한 미투’ 남성 사회가 선별하는 피해자 남성의 새로운 ‘성 역할’은 스스로에 대한 책임감 춘향에겐 성적 자기결정권이 필요했다 _ 한채윤 들어가며 성춘향과 변학도에게 궁금한 두 가지 춘향이 지키려 한 건 정조가 아니다 변학도는 성욕을 채우지 못해 화가 난 것이 아니다 정조로는 아무도 구할 수 없다 그런데도 형법에 ‘정조권’이 들어갔다 정조권을 넘어 성적 자기결정권으로 누구를 위한 ‘저항’인가 ‘동의’에 필요한 것은 ‘거부할 권리’가 아니다 마무리하며 젠더 개념과 젠더 폭력 _ 루인 트랜스젠더퀴어의 시각에서 본 젠더 폭력의 의미 ‘브랜든 티나/티나 브랜든’의 범주를 둘러싼 논쟁 섹스-젠더의 필연적 관계 비판 트랜스젠더퀴어와 젠더 젠더 인식과 트랜스젠더퀴어가 겪는 폭력의 성격 젠더 폭력과 젠더 경합 연속체 트랜스젠더퀴어 연속체 트랜스페미니즘을 향하여 |
근년의 미투 운동을 둘러싸고 일어난 백래시적인 반응들과 이를 눈앞에 두고 느꼈던 석연치 않은 기분을 설명해줄 수 있을 만한 책을 찾다 구입하게 되었던 책.
먼 외국의 이야기가 아닌, 오늘날 대한민국의 법과 제도, 사건들에 대한 페미니즘적 관점을 제공해주어 도움이 되었다.
도란스 총서의 다른 책들이나 최근 출간된 "김지은입니다"와 함께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
사람이 죽었다. 자살이었다. 모든 죽음이 애통하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니 다른 죽음보다 더 슬픔의 크기가 컸다. 사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해오던 많은 집단이 이 죽음에 연루됐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수사에는 진전이 없었다.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왜 우리는 지난날로부터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질 못하고 있는가.
한 연예인의 죽음 이후로도 숱한 죽음이 발생했다. 여기서의 죽음이란 숨이 끊어지는 것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물론 그런 죽음도 있었다. 강남역에서 살해당한 여성은 자신이 왜 죽어야 하는지 이유를 끝끝내 알지 못했다. 그 시간에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게, 굳이 이유를 따지자면 그 죽음이 발생한 까닭이다.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되던 인물의 비서 역할을 수행하던 이도 죽었다. 용기 내어 고백함으로써 더는 해당 업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됐고, 얼굴이 알려진 터라 다른 일을 구하는 것도 쉽지가 않을 것이다. 본인이 검사라 할지라도 일은 발생했다.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연달아 일어났고, 어쩌면 이는 진실을 고백한 죗값을 치르라는 사회의 요구일 수도 있다.
이 시점에서 나는 묻고 싶다. 피해자다움이란 과연 무엇일까. 많은 사건에서 나는 권력의 불균형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가해자는 적어도 피해자보다 강했다. 피해자의 지위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을 지녔다. 자신이 지닌 힘을 업무를 제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고 갈 때 활용하는 것은 물론 피해자의 성적 자율권을 침해하는 데도 사용했다. 왜 싫다는 의사 표시를 하지 않았습니까, 적극적으로 저항했으면 그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요,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굳이 이제 와서 당시의 일을 들먹이는 건 보복 아닌가요. 사람들은 물었다. 피해자가 피해자답지 않다는 게 그 이유였다. 만일 피해자가 피해자다웠다면, 그럼 가해자는 처벌받았을까. 이미 사건만으로도 충분히 괴로운 피해자에게 스스로가 피해자답게 행동했음을 증명할 것을 요구하는 사회라는 사실이 서글프다. 그 시점에서 어떻게 반응을 했건 간에, 사건은 발생했을 것이다. 아니, 적극적인 저항은 도리어 가해자의 공격성을 더욱 부추겨 치명적인 결과를 낳았을 수도 있다. 가정은 가정일 뿐이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한낱 가정을 들먹이며 판단할 순 없으며 해서도 아니 된다.
위력. 미투 사건의 본질로 이 단어가 언급됐다. 위력이란 대체 무엇일까.
사람의 의사를 제압할 수 있는 유형적 · 무형적인 힘을 말한다. 폭행 · 협박을 사용한 경우는 물론, 사회적 · 경제적 지위를 이용하여 의사를 제압할 수 있다. 형법상 업무방해죄(형법 제314조), 특수폭행죄(형법 제261조) 등에 있어서 범행의 수단으로 되어있다. ? 네이버 지식백과
내가 이해하기로 이는 폭력이었다. 지금의 미투 물결은 결코 새로운 게 아니었다. 피해자들이 비로소 말하기 시작해 표면으로 드러났지, 이전에도 이와 같은 형태의 위력은 종종 구사됐으리라. 가부장제가 보다 견고했던 시절에는 그것이 위력이라는 사실 자체를 알 수 없었다. 아니, 여성은 사회에서 어떠한 지위도 가질 수 없었으므로 가해자가 제 신분과 지위를 활용해 폭력을 가할지라도 그러려니 여기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비단 여성에게만 이 문제가 해당하느냐, 이는 또 아니다.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은 여전히 엄격하다. 여성스러운 남성과 남성스러운 여성. 자신이 타고난 성과 자신이 지향하는 성에의 차이를 지닌 사람을 대하는 사회의 태도는 차갑다. 그들이 남성/여성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여전히 경직돼 있다. 사회가 정한 기준으로부터 조금이라도 어긋났다면 그들은 비정상이다. 그들에게 가해진 폭력은 그들이 어떠한 상태에 놓여 있느냐에 따라 달리 해석되고 다른 처벌이 내려진다. 그들 역시도 피해자답지 못하다는 프레임에 갇힌다. 남성도 여성도 아니므로 피해자가 될 수 없다는 식의 해석 또한 유효하다.
춘향이 지키려 했던 건 정조가 아니었다. 어머니의 신분을 따라 자신 또한 기생으로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을 거부하기 위해 춘향은 일종의 도박을 했다. 사회는 춘향의 시도를 정조를 지키기 위함이라 해석했지만, 춘향은 자신에게 제약을 가하는 신분제로부터의 탈주를 시도했다. 오로지 정조 개념으로만 접근했던 ‘춘향전’ 달리 읽기가, 과연 이와 같은 시선이 우리 사회에서 받아들여지는 날이 오긴 할까. 폭력을 폭력이라 말할 수 있는 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