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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_ 4
놀러 오세요, 지구대 축제 / 류연웅 _ 6 서대전네거리역 미세먼지 청정구역 / 김청귤 _ 54 미세먼지 살인사건 - 탐정 진슬우의 허위 / 박대겸 _ 112 우주인, 조안 / 김효인 _ 184 초대작 먼지의 신 / 조예은 _ 258 작가 후기 _ 306 |
저류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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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표가 끝났습니다. 중국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로 인해 한국은 몇 달 만에 [매드맥스] 돼 버렸는데, 덕분에 무너진 유학생들의 기대와 한국 학우들의 고통에 비하면 서민이가 중국인 대표로 칭챙총 소리 듣는 것쯤은 아무 문제 없다는 결론입니다. 이상 종강 총회를 마치겠습니다.
어… 어어… 어어어… 학우들은 동정의 신음을 흘렸다. 최소한의 양심은 있는 모양이었다. 그 ASMR을 깨 버린 건… 투표의 승리자였다. 국봉 선배가 의기양양하게 내 앞으로 왔다. 그리고 외쳤다. “타이완 넘버 원!” --- p.14 국가는 미세먼지 인간들을 미세먼지 정화 공무원으로 채용했다. 이들이 그저 숨을 쉬는 것만으로 주변 공기가 정화되니 비싼 비용을 들여 공기청정기를 설치할 이유가 사라졌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공기업에서도 미세먼지 인간들을 채용했고 사기업에서도 채용했고 외국에서도 채용했다. 말 그대로 숨쉬기로 취업하는 것이다. 미세먼지가 사라지지 않는 한 정년퇴직도 없다. 정말 고시 공부하는 셈 치고 미세먼지촌으로 가서 목숨을 걸고 버티는 편이 나은 걸까. 여자보다 남자가 더 높은 비율로 변이하고 있으니 어쩌면 돈을 모아 동생을 지원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그런데 동생을 지원하고 나면? 그 후에 내 미래는 어떻게 되는 걸까? --- p.65 “공기청정기의 코드를 뽑아서 최길남 씨를 살해했다고 했는데, 맞습니까?” “네, 맞아요(거짓).” “잘 이해가 안 되는데요, 공기청정기가 꺼졌다고 사람이 죽을 수 있습니까? 아무리 만성 폐쇄성 폐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라고 하지만.” “네, 죽을 수 있습니다(진실). 그냥 평범한 사람이라면 아무 상관이 없죠(진실). 그걸 알았으니까 제가 공기청정기 코드를 뽑은 거예요(거짓). 밖에 잠깐 나갔다 온 것만으로 코랑 목에 텁텁한 느낌이 들 만큼 미세먼지 수치가 높다는 걸 알았으니까(진실).” --- p.143~144 그렇게 내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이 세상에는 청정복을 입는, 평균수명 100세의 ‘C(Clean)’와 청정복을 입지 않는, 평균수명 30세의 ‘N(No clean)’. 이렇게 두 종류의 인간이 존재한다. 나는 평범한 C 집안에서 태어나 나름 탄탄한 길을 걸어 이제 곧 취업을 앞둔 대학생이다. 아니 그런 줄 알았다. 아무 생각 없이 삶의 28%쯤을 살고 있 던 어느 날 뜬금없이 % 뒤에 ?가 붙었다. “청정복에 문제가 있네요?” --- p.190 “그런데 왜 공기청정기 이름이 먼지의 신일까?” 미주는 별 생각 없이 대꾸했다. “먼지를 잘 빨아들여서?” “이상해. 그럼 차라리 정화의 신, 청정의 신, 청소의 신 뭐 이런 게 낫지 않나? 먼지의 신이라니 꼭 먼지가 제일 중요한 존재인 거 같잖아. 먼지 정화가 아니라, 먼지 그 자체가 주인공인 거 같다고. 삼겹살집 간판에서 돼지가 웃고 있는 것처럼 이상해.” --- p.281 |
「놀러 오세요, 지구대 축제」 _류연웅
한국의 대기 상태가 최악을 기록한 봄, 언론은 중국발 미세먼지가 원인이라고 지목한다. 홍콩에서 온 유학생 민은 홍콩과 중국이 다른 나라임을 주장하지만 과 학생들은 민을 ‘챙총’이라 불러도 좋다고 합의한다. 이 가운데 학교 측은 민이 재학 중인 부자학과를 공기청정기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고, 부자학과 유학생들은 집단 시위를 계획한다. 입장이 서로 다른 한국 학생, 중국계 유학생, 부자학과 유학생들은 저마다 민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 애쓰면서도 민의 기본 입장에는 귀 기울이지 않는다. “얘들아, 나 홍콩 사람이라니까.” 「서대전네거리역 미세먼지 청정구역」 _김청귤 외출하려면 얼굴 전체를 덮는 마스크를 써야 할 만큼 나쁜 공기가 일상이 된 나날, 사람들이 하나둘 미세먼지로 변이한다. 미세먼지 인간은 주변의 미세먼지를 흡수해 일대를 ‘청정구역’으로 만들기에 정부와 기업에서는 이들을 적극적으로 고용한다. 집안의 가장인 휴학생 도연은 미세먼지로 변이하길 간절히 바라지만, 실제로는 카페에서 일하며 쉴 새 없이 추근대는 기혁에게 시달리는 신세다. 근무하는 카페 부근이 청정구역이 된 후로 벌어진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도연은 괴로운 현실을 딛고 일어설 용기를 내기 시작한다. 「미세먼지 살인사건-탐정 진슬우의 허위」 _박대겸 진슬우는 약 30명의 특수 능력 탐정이 소속된 조직의 일원으로, 누군가의 말을 들으면 그 말의 진실 여부를 곧바로 판별할 수 있는 능력자다. 그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부산지방경찰청은 일주일 전 한 사망 사건과 관련한 의뢰를 해 왔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을 앓던 88세 환자가 자택에서 사망했는데, 그의 손자며느리와 아들이 각각 자신이 살인범이라며 자백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을 직접 만난 진슬우는 자백 너머의 진실을 향해 점점 다가선다. 「우주인, 조안」 _김효인 지구 대기층에 두터운 먼지층이 생기자 미세먼지를 99.9% 걸러 내는 의상인 청정복이 출시된다. 고가의 청정복을 입는 이들은 C(Clean)라고 불리며 평균수명 100세를 기록하는 반면, 그렇지 못한 이들은 N(No clean)라고 불리며 보통 30대를 넘기지 못한다. 20대 후반의 C 대학생 이오는 악성 종양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고 무기력하게 지내던 차, 함께 데이트를 해야 하는 과제 파트너로 동갑내기 N인 조안이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청춘의 끝과 인생의 끝을 함께 준비해야 할 운명인 두 사람은 서로를 통해 다른 세상을 엿본다. 「먼지의 신」 _조예은 원인 불명의 급성 먼지바람이 지구인을 공포에 떨게 만든 지 2년, 홀로 사는 수안은 그동안 한 번도 집 밖에 나가지 않았다. 어느 날 먼지바람만 피하고 가겠다며 수안의 집에 들이닥친 고교 동창 미주는 이후 수시로 수안을 찾아와 평온한 일상을 공유한다. 서로에 대한 생각을 애써 함구한 채 가까워진 두 사람은 영업사원인 미주가 실적 압박을 받게 된 것을 계기로 삶의 방향을 바꿀 중대한 결정을 내린다. |
누런 하늘, 매캐한 공기를 넘어서는 다섯 편의 이야기
2019 봄 안전가옥 스토리 공모전 수상 작품집 - 수록작 「우주인, 조안」 MBC 드라마 제작 확정 『미세먼지』는 독특한 주제를 바탕으로 재기발랄한 장르문학을 선보이는 ‘안전가옥 스토리 공모전’의 네 번째 산물이다. 2019년 봄 공모전의 수상작 네 편과 초대작 한 편을 모았다. 거의 모든 작품이 미세먼지 문제가 지금보다 더 심각해진 미래를 다루지만, 그 양상은 블랙코미디·SF·추리극, 스릴러 등으로 다채롭다. 비슷한 배경이 작가와 장르에 따라 어떻게 변주되는가를 유심히 살피면 더 큰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캠퍼스 블랙코미디 「놀러 오세요, 지구대 축제」(류연웅)는 수많은 중국인이 살고 있는 한국에서 미세먼지의 발원지를 중국으로 지목했을 때 어떠한 분노와 고민과 행동이 교차하는지를 홍콩 출신 유학생의 시선으로 보여 준다. 재치 있는 대사들과 책의 페이지 형태를 십분 활용한 연출이 시선을 끈다. 여성 서사 SF 「서대전네거리역 미세먼지 청정구역」(김청귤)은 ‘미세먼지 인간’이 출현하게 된 세계의 이야기다. 미세먼지를 흡수해 신체를 구성하는 그들은 자기 주변에 ‘청정구역’을 만드는데, 주인공 도연은 이를 계기 삼아 오랜 악연을 마스크 벗은 맨 얼굴로 끊어 내고 다른 여성들과 함께 더 당당한 걸음을 내딛는다. 「미세먼지 살인사건-탐정 진슬우의 허위」(박대겸)는 말의 진실 여부를 듣자마자 알 수 있는 이능력자 탐정 진슬우가 미세먼지를 이용해 가족을 죽였다는 진술을 듣고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추리극이다. 탐정의 놀라운 능력에도 불구하고 사건 당일의 전말이 쉽사리 드러나지 않는 촘촘한 구성 덕에 끝까지 눈을 떼기 어렵다. 향후 MBC 드라마 제작이 확정된 「우주인, 조안」(김효인)은 미세먼지 때문에 시한부 인생이 예정된 두 사람의 데이트 과정을 따라가는 청춘 감성 SF로, 죽음을 앞두었기에 더욱 선명해지는 삶의 아름다움을 담백하고도 낭만적인 필치로 묘사한다. 주제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독특한 설정이 긴 여운을 남긴다. 안전가옥의 첫 장편소설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의 조예은 작가가 선보인 초대 작품 「먼지의 신」은 미세먼지를 철저히 피하는 수안과 그의 폐쇄된 세계 속으로 거침없이 들어오는 고교 동창 미주의 기묘한 교류를 그린다. 다정한 일상 뒤편에 도사린 잔혹한 비일상이 색다른 스릴러를 만들어 낸다. 『미세먼지』의 주인공들은 저마다 이중고를 겪고 있다. 누런 하늘과 매캐한 공기가 생활을 불편하게 할 뿐만 아니라 미래까지 불투명하게 만드는 탓이다. 혼탁한 세상에 좌절하면서도 끝내 더 나은 내일을 향하는 그들의 이야기가, 갑갑한 현실을 살아가는 모두에게 작은 용기를 선사할 것이다. ‘미세먼지 매우 나쁨’, 우리가 실제로 마주한 재앙 2019년 봄의 미세먼지는 유난했다. 미세먼지 경보가 일상이 되었고, 마스크 대량 구매가 이어졌으며, 공기청정기가 가정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현실을 이야기라는 매개체를 통해 마주하고자 앤솔로지 주제를 ‘미세먼지’로 결정했다. 지난 앤솔로지의 주제 ‘대멸종’이 상상할 수 있는 최대치의 재앙이라면, ‘미세먼지’는 실제 생활에서 만나곤 하는 재앙이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불청객들은 놀라운 규모로 결집해 일상의 풍경을 부옇게 만든다. 제 색깔을 잃은 하늘 아래서 온 얼굴을 가린 마스크를 한 채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은 마치 디스토피아, 포스트 아포칼립스 소설의 한 장면 같다. 흐릿한 세계이기에 더 절실한 움직임 미세먼지 가득한 풍경의 강렬한 이미지를 반영한 응모작들을 두고 세 차례에 걸쳐 심사를 진행했다. 이야기의 재미와 고유의 의미를 갖추었으며 장르적 특성을 확보한 작품을 찾고자 했고, 네 편의 작품을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이에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 등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신예 조예은 작가의 초대 작품을 모아 한 권으로 엮었다. 작품 속 인물들의 시야를 가리고 호흡을 틀어막는 것은 비단 미세먼지뿐만은 아니다. 타인에 대한 편견, 불확실한 미래, 자유를 제약하는 여러 조건들이 이들을 짓누른다. 흐릿한 세계 속에서 꿈은 묻히고 진실은 가려지며 사랑은 빛을 잃는다. 그럼에도 애써 앞으로 나아가는 까닭은,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고 믿기 때문이다. 먼지층 너머에 파란 하늘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계절이 지나 대기의 흐름이 바뀔 때 미세먼지가 가실 것이 분명하므로 봄철 내내 마스크를 쓰는 불편을 기꺼이 견딜 수 있는 것이다. 『미세먼지』의 여러 주인공들은 봄이 지나도 미세먼지가 가시지 않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눈앞이 흐릿하기에 더 적극적으로 손을 뻗어 길을 찾으려 한다. 그 절박한 움직임은 막막한 현실을 헤치며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꼭 닮았다. 책 속의 이야기가 삶의 해답이 될 수는 없겠지만 지난한 과제를 푸는 실마리는 될 수 있을 것이다. 잿빛 세상에도 엄연히 존재하는 희망을, 이 책을 통해 전하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