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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나비부자란다. 그저 그렇게 흘러갈 동화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외교관계가 얽혀있단다. 응? 왠걸 그럼 궁금해지잖아. 안읽을 수가 없어서 읽었고 읽는 낸 그렇게 다양한 나비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나비 그림 하나에 외교까지 깊진 않아도 얹혀놓은 이야기는 재미있었고 신기했다.
1. 실존인물 남계우의 이야기
사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이 이야기가 실화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실제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은 실존인물이라고 한다. 평생 나비를 그린 나비 전문가, 그의 별명조자 남나비였다고 하니 그가 나비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책을 읽고나서 그의 그림에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니 그의 그림은 정말 어마어마했다. 그의 철학처럼 그림을 그린 이는 세상을 떠나서 그의 그림을 표현하고 있었다. 생동감있고 실제 살아있는 나비를 붙인 것은(??)은 아닐까 하는 나의 착각. 그만큼 그의 나비 그림은 섬세했다. 그의 그림을 실제로 내 눈으로 볼 수 있다면 엄청난 영광일테고 그의 그림이 나의 집에 있다면 엄청난 가보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2. 조선 제 1의 나비화가 남계우와 그의 아들 주원의 성장이야기
성장 이야기라고 해도 좋겠다. 그는 그의 아들을 애정으로 키우면서도 엄하게 키우기도 했다. 자칫 그가 하는 말을 모두 알아듣지 못한다고 해도 그가 알 수 있을때까지 기다릴 줄 도 아는 멋진 아버지였다. 그런 아버지 밑에서 주원은 많은 것을 알아간다. 나비를 어떻게 그려야하는지에 대한 실질적인 기술은 물론, 그런 나비 그림을 그리는 데 필요한 남다른 마음자세까지. 그 이야기 하나하나에도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 아버지를 존경하는 어른 아들의 마음, 그런 아버지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외부인에 대한 불만등 역시 이야기에 잘 묻어나고 있었다.
3. 3~6학년을 위한 창작동화
내용은 전혀 어렵지 않았다. 초등학교 3~6학년에게 적절하다고 판단되고 판매되는 있는 창작동하다. 내용은 쉬운데 나 역시 읽으면서 나비에 대한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아마도 이 책을 읽는 대다수의 초등학생들 역시 나비의 종류에 다양함을, 조선시대에 나비를 둘 수 있는 온실구조를, 그리고 그 그림 하나에 외교문제까지 얽힐 수 있다는 사실 까지도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쉬운 이야기구조였다.
4. 사실 누구나 읽어도 좋을 책
책 이야기는 길지 않고 책 역시 두껍지 않다. 타겟은 초등학교 고학년이겠지만 사실 어른이 읽어도 좋다. 잠시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고 가볍게 읽기 좋고 내용 역시 나비의 날개문양만큼 아름답다. 어른이 아이를 위하는 마음와 아이가 어른을 존경하는 마음이 동시에 그려져있는 것이니까.
동화 『나비 부자』는 나비그림의 일인자로 불리는 조선시대 말기 화가 남계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정3품에 해당하는 도정 벼슬을 지냈다는 남계우는, 나비를 잘 그려서 ‘남나비’라고 불렸다고 합니다. 특히, 여러 종류의 나비들을 여러 각도에서 관찰하고 그림을 그려서 마치 곤충표본을 보는 듯 정확하고 자세하게 표현했다고 합니다.
동화 속 주인공은 바로 그런 ‘남나비’ 남계우의 아들 주원이란 소년입니다. 아빠를 닮아 나비를 사랑하는 아이랍니다. 아빠처럼 나비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재능이 있는 아이고요. 그런데, 어느 날 청나라 사람이 찾아와 청나라 재상의 어머니 칠순 잔치에 필요한 나비 병풍을 그려줄 것을 요구합니다.
문제는 단지 나비 병풍을 그리는 것만이 아니랍니다. 이 청인은 자꾸 주원의 아빠를 조롱합니다. 당신네 조선 화공들이 그리는 그림은 결국 중국의 화풍을 그대로 베끼는 것 아니냐고 말입니다. 나비 그림 역시 조선에 없는 나비를 그대로 그리기까지 한다며 조롱합니다. 만약 그런 남나비조차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면 그림을 사지 않겠노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주원의 아빠에겐 믿는 구석이 있습니다. 바로 집 정원에 나비만을 위한 온실을 만들어놨고 그곳엔 수많은 나비들이 계절을 잊고 날아다니고 있거든요. 물론, 이 사실은 주원과 아빠, 그 가정만의 비밀이고 말이죠. 그런데 그만 비밀을 청인에게 알리게 되었고, 어느 날 누군가 온실의 문을 열어 나비가 모두 날아 가버린 사건이 벌어지고 맙니다.
이제 아무리 남나비라 할지라도 사실적으로 나비를 그리기 위해선 청나라 화첩을 참고해야만 할 것 같습니다. 그토록 남나비 집에 찾아온 청인이 조롱하는 그 일을 해야만 할 것 같아 괴로워하는 남나비. 과연 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 나갈까요
동화는 그림에 대한 열정, 특히 나비 그림에 대한 열정, 그리고 나비를 향한 열정을 물씬 느낄 수 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이토록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를 동화를 통해 느끼게 됩니다. 우리 어린이 독자들 역시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미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또 하나의 큰 주제는 부자간의 애틋한 사랑입니다. 주원은 아들이 없는 큰 아버지 댁으로 입양되어 가기로 되어 있거든요. 사랑하는 아버지 곁을 떠나고 싶지 않은 아들, 아들을 보내고 싶지 않지만 그럼에도 보내야만 하는 아버지. 그 둘은 마지막으로 함께 나비 그림을 그리게 된답니다. 어쩌면 이 마지막 그림은 마지막이 아니길 바라는 소망이 그 안에 담겨져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비 그림은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가 있는데, 그런 소망을 담고 있는 것만이 아니라, 암수 한 쌍의 나비 그림은 남녀화합과 사랑을 담고 있기에 이런 그림 자체가 아이를 소망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가지와 나비 그림을 함께 그리면, 아들을 많이 낳길 소망하는 기원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동화는 아버지 곁을 떠나야만 하는 아들과 아버지 간의 애틋한 사랑과 함께 나비 그림 속에 담겨진 당시대 사람들의 간절한 소망(장수, 득남 등)을 엿볼 수도 있답니다.
'나비 부자'?? 책 표지를 보면 아주 옛스러운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나비도 보이고 언뜻 아버지와 아들로 보이는 조선시대 인물들도 보인다. 나비를 많이 키워서 '부자'라고 했나? 아니면 나비와 관련된 '아버지와 아들'이라서 '부자'라고 했나? 라는 의문을 품은 채 책 속에 빠져든다.
저자는 "내 꿈속의 나비 날갯짓에서 시작된 파동은 조선의 나비 화가 남계우의 붓 끝으로 옮겨 갔습니다. 남계우의 붓끝으로 살아난 나비들이 주인공 주원의 꿈을 키워 가게 해 주는 힘이 됐고 조선의 화풍을 지켜 주는 자존심이 됐던 것입니다"라면서 이 책을 통해 전하고 싶은 바를 '작가의 말'에서 밝히고 있다.
아하~~ 이 책은 실존인물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구나!! 남계우? 어디 찾아볼까?
오호~~ 1811년부터 1888년까지 사신 분이구나. "조선후기 「군접도」·「화접도대련」·「석화접도대련」 등의 작품을 그린 화가. 나비를 특히 잘 그려 남나비[南蝶]라고 불리었으며, 평생 동안을 나비와 꽃그림만을 즐겨 그려 많은 유작을 남겼다. 그의 나비 그림들은 곱고 화려한 채색과 정교한 공필(工筆)을 사용하였는데, 특히 정확한 세필의 사실적 묘사에 그의 뛰어난 관찰력과 묘사력이 잘 나타나 있다.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군접도(群蝶圖)」(국립중앙박물관 소장) 4폭에는 여러 종류의 나비 약 150 마리가 그려져 있다. 그리고 그의 나비 그림은 모란·나리·패랭이·국화 등 꽃그림과 조화되어 있으며 고양이 등도 그려넣었는데, 동물화에도 기량있는 세필의 사실적 묘사를 보여주고 있다. 조선시대 나비 그림의 제일인자로 조선 말기의 사실적이면서 장식성이 강한 화풍의 진작에 중요한 구실을 하였다. "
이 책의 핵심 주제를 뽑으라면 나는 '장인정신'이라고 하겠다.
장인정신.[ 匠人精神 ]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전념하거나 한 가지 기술을 전공하여 그 일에 정통하려고 하는 철저한 직업 정신을 말함.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일정한 직업에 전념하거나 한 가지 기술을 전공하여 그 일에 정통한 사람을 '장이'라고 하였는데, 이것은 우리 민족의 정신 속에 내면화되어 있는 철저한 장인 정신과 직업 윤리의 한 표현이다. 즉 '장이'는 순수한 우리말로 전문가를 뜻하는데, 사람이 전력을 다하여 연구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것에 자기의 최선을 다하는 철저한 장인 정신의 소유자를 말한다."라고 소개가 되는 정신이다. 이 책에도 가슴 뭉클하게 이런 대목이 남나비의 입에서 전해진다.
"제 목숨이야 한순간에 끝나겠지만 이 작품은 그렇지 않아요. 수백 년 살아남아 먼저 간 저를 얘기하고 있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또 이 책에는 아버지와 아들간의 애틋한 정을 느끼게 하는 부분도 많아서, 책을 읽어주는 아빠의 목소리가 촉촉해지기 일쑤였다. 에고 난 왜 이리 울보인지. 요즘에야 이런 사례가 거의 없겠지만 자신의 아들을 집안의 다른 어른의 집으로 양자로 보낸다는 게 어떻게 용납이 되겠는가. 보내야 하는 아빠 마음도 가야 하는 아들의 마음도. 아들을 향한, 그리고 아빠를 향한 마음이 전해질 때마나 헛기침을 해야 했던 순간들 ㅎ ㅎ
그리고, 이 책은 또 자연스럽게 조선 후기의 우리나라 사회상을 엿보게 해주고 있다. 앞서의 양자 보내기 풍습도 그렇지만, 오만한 청나라 앞에 굽신거려야 하는 상황, 미국인이 높은 자리에 앉아 있는 상황, 양반과 상놈이 구분되던 신분제, 양반이면서도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라는 이유로 오히려 천대받던 상황 이 모든 것을 따로 딱딱하게 설명하지 않더라도 책 이야기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게 되는, 그런 의미로서도 참 좋은 책이다.
아직 초등학교 1학년이서 중간중간 이해가 되지 않는 듯한 표정도 몇 번 보게 되었지만 여러번 나누어서 며칠간 꾸준히 읽어주는 것을 따라오는 게 대견하기도 하고, 차츰차츰 글밥이 많은 책을 도전하는 재미도 쏠쏠히 느끼게 해 주는 고마운 책이다.
아하,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책을 받아들고 가졌던 처음의 의문인 이 책의 제목 '나비 부자'에서 '부자'는, '아버지와 아들'로서도 '부자'이고 최선을 다하는 자세나 마음 또는 그런 장인을 가리키는 '부자'의 의미로도 읽힐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