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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 발행일 | 2020년 03월 21일 |
|---|---|
| 쪽수, 무게, 크기 | 205쪽 | 282g | 130*190*14mm |
| ISBN13 | 9791195092475 |
| ISBN10 | 1195092474 |
아웃랜드
: 가벼운 죽음에 대하여
서이언 저
|
지콘디자인
|
2020년 03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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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은 거의 어두워졌고 숨소리와 서걱거리기 시작한 나뭇잎 스치는 소리가 더욱 명료해졌다. 보호막처럼 주변을 감싸주던 공기는 무한히 확장되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 안에 있었다. 시각이 청각에 천천히 주도권을 내어주는 걸 느꼈다.
--- p.110
미안하다구요? 그럼 여기로 떠나오지 말았어야죠. 내가 뭐가 부족해서, 아직 받을 게 남아 있어서 가지 말라고 한 게 아닌 걸 알면서. 내가 엄마 빈자리를 채워달라고 하지 않은 이유를 아빠도 잘 알잖아요. 엄마도 아빠도 받은 사랑이 넘쳐서 우리를 사랑한 게 아니라고 했었잖아요. 아빠가 채울 수 없었던 결핍이 채워지는 건 바라지도 않았어요. 그런 걸로는 미안해 할 필요도 없어요.그렇게 살아온 아빠가 미안하다고 하는건싫어요.
--- p.135
그걸 어떻게 알았겠습니까? 그래서 우연이라고 부릅니다. 우연은 영어로 coincidence 인데, 수학적으로는 두개의 선이나 도형이 완벽히 겹쳐서 일치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그 사람과의 만남도 그러했죠. 우연한 모든 만남은 실제로는 예정된 것이 이루어지는 필연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늘 뒤돌아보면서 깨닫게 되지요. 앞날은 모릅니다.
--- p.146
형님이 당부한 건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아이들을 포함한 다른 사람에게 절대 알리지 말 것. 둘째, 하루 한번 들러서 향불 교체하는 것 말고 아무것도 하지 말 것. 호흡도 확인하지 말고 아무것도 건드리지 말 것. 그걸 지키기가 어찌나 힘들던지요. 하루에도 수십 번 전화기를 들었다 놨다 했죠. 내가 무슨 죄를 짓는 건 아닌지, 이러다 형님 죽으면 내가 어떻게 되는 건 아닌지. 생전에 나를 도와주고 제대로 살게 해 준 은혜를 생각해서 견딘 겁니다. 어찌나 단호한지 종이에 자필로 쓰게 하고 서명까지 받았다니까요. 죽고 나면 어떻게 되는 거냐고 했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가족들이 올 거라고만 했는데……
--- p.110
미안하다구요? 그럼 여기로 떠나오지 말았어야죠. 내가 뭐가 부족해서, 아직 받을 게 남아 있어서 가지 말라고 한 게 아닌 걸 알면서. 내가 엄마 빈자리를 채워달라고 하지 않은 이유를 아빠도 잘 알잖아요. 엄마도 아빠도 받은 사랑이 넘쳐서 우리를 사랑한 게 아니라고 했었잖아요. 아빠가 채울 수 없었던 결핍이 채워지는 건 바라지도 않았어요. 그런 걸로는 미안해 할 필요도 없어요.그렇게 살아온 아빠가 미안하다고 하는건싫어요.
--- p.135
그걸 어떻게 알았겠습니까? 그래서 우연이라고 부릅니다. 우연은 영어로 coincidence 인데, 수학적으로는 두개의 선이나 도형이 완벽히 겹쳐서 일치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그 사람과의 만남도 그러했죠. 우연한 모든 만남은 실제로는 예정된 것이 이루어지는 필연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늘 뒤돌아보면서 깨닫게 되지요. 앞날은 모릅니다.
--- p.146
형님이 당부한 건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아이들을 포함한 다른 사람에게 절대 알리지 말 것. 둘째, 하루 한번 들러서 향불 교체하는 것 말고 아무것도 하지 말 것. 호흡도 확인하지 말고 아무것도 건드리지 말 것. 그걸 지키기가 어찌나 힘들던지요. 하루에도 수십 번 전화기를 들었다 놨다 했죠. 내가 무슨 죄를 짓는 건 아닌지, 이러다 형님 죽으면 내가 어떻게 되는 건 아닌지. 생전에 나를 도와주고 제대로 살게 해 준 은혜를 생각해서 견딘 겁니다. 어찌나 단호한지 종이에 자필로 쓰게 하고 서명까지 받았다니까요. 죽고 나면 어떻게 되는 거냐고 했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가족들이 올 거라고만 했는데……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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