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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처럼, 살다

식물처럼, 살다

: 힐링 플랜테리어 전문가 김해란의 초록 가득한 나무와 숲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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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살림 top100 6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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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6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192쪽 | 694g | 210*260*13mm
ISBN13 9788985901918
ISBN10 898590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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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로마인들은 식물을 가까이하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믿었고, 노르웨이와 일본은 국민들에게 삼림욕을 하도록 권장해왔다. 영어권에서는 ‘Tree bathing’ 또는 ‘forest bathing’이라고 한다. 영국에서는 심지어 포레스트 테라피, 즉 ‘숲 치료’라는 말까지 사용한다. 노르웨이에서는 프리루프트슬리브(friluftsliv)라고 하는데, ‘야외 활동을 즐기다’라는 뜻이다. ‘밖으로 나가 자연과 교감하라’는 그들만의 문화가 담긴 단어이다. 노르웨이인은 세계에서 행복지수가 가장 높다는데, 실제로 노르웨이인의 야외 활동 시간이 세계 어느 나라 국민보다 길다는 사실과 행복지수는 비례하는 것 같다.

식물을 기르다보면 사람과 참 닮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빨리 자라는 것, 천천히 자라는 것, 까다로운 것, 순하디 순한 것, 가지치기해야 하는 것, 그대로 놔두는 것이 좋은 것들이 있다. 물을 좋아하는 것, 물을 싫어하는 것, 햇빛을 좋아하는 것, 햇빛을 싫어하는 것들도 있다. 그리고 이 각각의 식물들의 비위를 잘 맞춰줘야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란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것이 ‘기꺼이 감수하는 즐거운 일’이라는 점에서, 자식 키우는 일과도 참 닮았다. (중략)

그러고 보니 괴테는 참 위대한 작가다. 하늘에 별이 있고 이 땅에 꽃이 있고 우리들 마음속에 사랑이 있는 한 인간은 행복하다. 자연 속에서 식물과 함께 사랑하며 사는 삶. 그 말을 참 멋지게도 표현해놓았다.
--- p.23~24

율마는 측백나뭇과의 침엽식물이다. 습기를 머금은 해풍이 심하게 부는 해안가에 방풍림으로 심었다고 하는데 바람 심한 곳에선 소나무처럼 구불구불 자라기도 하고 내륙으로 들어서면 우리가 보는 그 형태로 곧게 쭉쭉 뻗어 자란다. 환경이 좋으면 5미터 이상 훌쩍 자라기도 하지만 보통 2~3미터 정도 자란다. 여기에서 좋은 환경이란 원산지가 말해주듯이, 춥지도 덥지도 않으며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곳이다.

바로 여기에 함정이 있다. 율마의 원산지는 미국 캘리포니아 몬트레이 반도로 사계절 평균 12~15도 내외로 온화하고, 겨울에도 영하로 내려가는 일이 드물다. 당연히 율마를 잘 키우려면 약산성에서 pH 7~8의 약알칼리 흙, 건조한 공기나 높은 습도를 피하고, 바람이 많고 안개는 잦은 지역이 적당하며, 뿌리가 습기에 민감하므로 한 번만이라도 뿌리를 말려서도 안 된다. 뭐, 말만 들어도 어렵게 느껴지지 않은가.

결혼한 신부가 뭐든지 잘 먹고 튼튼하며 어지간한 병치레 안하는 편한 상대면 좋겠지만 가끔은 예쁜데 조금 까다로운 친구일 때도 있다. 물론 ‘눈빛만 보아도 알아요’ 하면 좋겠지만 가끔은 눈빛 맞출 시간이 없어 잊어버리거나 눈을 맞춰도 뭘 원하는지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어찌 보면 사람 사귀는 것과 비슷하여 바람도 쐬어주고 함께 밥 먹어주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반려식물이란 단어가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 p.50

몬스테라의 새순을 본 적이 있는가? 순 하나가 뾰족 머리를 내밀고 하루 이틀쯤 지나면 그 이파리를 펼치는데 구멍 하나 뚫리지 않은 순결한 잎이 열린 것이다. 어찌 보면 무척이나 평범하다. 하지만 위로 자랄수록 그 잎에 구멍이 뚫리고 급기야 찢어져 갈라져간다.

몬스테라 잎이 구멍이 나고 찢어지는 이유를 둘러싸고는 몇 가지 설이 있다. 비와 강풍을 견디기 위해서라는 설과 광합성을 위해서라는 설, 즉 아래쪽 잎에 햇빛을 잘 보내기 위해서라는 설이다. 이쯤 되면 왜 ‘어머니 나무’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자기 몸에 구멍을 내고 심지어 찢겨가며 빛을 나눠주는 존재가 세상에 얼마나 있을까? 몬스테라 이파리 한 장에 울컥해지는 사연이다.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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