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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9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252쪽 | 368g | 135*200*15mm
ISBN13 9791196438142
ISBN10 1196438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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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7명)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정말 결혼은 안 할 거야?”
가족들은 서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 김지연 「사랑하는 일」

“그래도 평생 혼자 사는 건 너무 외로운 일이야. 마음에 맞는 친구라도 찾아서 같이 살아.” 엄마가 다 이해한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기 때문에 결심이 섰다. (...) 실은 1년 사귄 여자친구가 있다고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가 내 베스트프렌드라고 알고 있는 대학 동기, 사실은 애인이라고. 여건이 되면 걔랑 같이 살겠다고 쉬지 않고 말했다. (...) 그게 벌써 5년 가까이 된다. 다시 그 이야기를 하게 될 일은 없었다. 엄마는 그날의 대화를 기억 속에서 삭제해버린 듯했다. 그 비슷한 언급을 하는 것조차 피했다. 그건 참 이상한 일이었다. 마음에 맞는 동성 친구와 함께 사는 건 권장할 만한 일이고 동성 애인과 함께 사는 것은 부정해야 하는 일인가.

“나는 떠나지 않는 삶을 상상해본 적이 없어.”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없어도 사랑은 계속될 수 있을까? - 깃발 「정소연」

유나가 하정을 처음 보았던 날. 같은 전차로 퇴근한다는 것을 알고 시간을 맞춰 다니며 지켜보았던 날. 둘이 탄 전차가 마침 고장 났던 날. 하정이 그 전차에서 내리지 않았던 날. 유나가 하정에게 용기 내어 말을 걸었던 날. 함께 퇴근을 시작한 날. 함께 처음 차를 마신 날. 하정이 유나에게 가방을 선물한 날. 가방의 유래를 말해준 날. 소중히 가꾼 작은 박물관 같은 온실을 열어 보여주었던 날. 그 모든 날들에 이미, 유나의 이주는 언젠가 반드시 일어날 일이었다. 유나의 세계에서는. 반드시 일어날 일이 아니었던 것은, 사랑에 빠진 것밖에 없었다.

“우리는 그럼 지러 가는 거야?”
이보다 더 퀴어한 SF 전쟁소설이 있을까? - 정세랑 「아미 오브 퀴어」

“드디어 진군이네, 아미 오브 아이에스.”보람이 여행을 떠나는 사람처럼 상쾌해하자 한빛이 뜨악해했다.“야, 아이에스는 안 돼.”“왜?”“너 현대사도 공부 안 했냐? 이미 선점됐어. 최악의 집단에게.”“아, 그럼 아미 오브 퀴어?”“그건 좀 낫지만…… 전부 다 퀴어는 아닐 거야.”

“사랑하는 나의 조카, 혜주에게.”
비혼 퀴어 여성으로서 이보다 멋진 유언을 할 수 있을까? - 조우리 「엘리제를 위하여」

성희에게 유산이랄 게 정말 있기는 한지, 있다고 한들 얼마나 대단한 것일지는 몰라도 지금껏 혜주가 미션을 수행하고 얻은 보상들은 충분히 부족함 없이 가치 있는 것들이었다. 난생처음 바다를 보았고, 그 바다에서 수영을 배웠고, 함께 세종문화회관에 가서 오페라를 보았다. 태권도 학원도, 컴퓨터 학원도, 운전면허 학원도, 모두 성희가 수강료를 내주었다. 지금의 혜주를 이루고 있는 많은 부분들이 성희 덕분에 개발되었다. 그러니 성희의 유산이 알사탕 하나라고 해도, 혜주는 자신에게 이 놀이를 완성시킬 의무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식을 전했는데 아무런 연락이 없으면?” / “그래도 시도해줘.”
퀴어로서의 행복은 다를까? - 조해진 「가장 큰 행복」

몇 년, 혹은 몇십 년이 지난 어느 날, 내 몸의 심상치 않은 변화를 감지하며 그에게 소식을 전할지 말지 고민하게 될 그 순간에 나는 오늘을 후회하며 떠올릴 것인가, 아니면 깊이 안도하며 되새기게 될 것인가. 알 수 없었다. 아무것도 알 수 없었으므로 나는 그에게 확답하지 않았고, 대신 행복했다고, 함께하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행복했다고 대꾸했다. 그가 웃었다. 아니, 거의 웃는 듯했다. 나는 그가 어떤 감정 상태로 우는 듯 웃는 건지 이해할 수 있었다. 웃고 싶고 울고 싶은 마음이 한데 섞일 수도 있는 거니까, 하나의 마음으로만 한 사람을 겪지는 않을 테니.

“언니는 내가 챙겨야지.”
60대 해옥과 70대 정해의 연대와 사랑 - 천희란 「숨」

그러게 너는 왜 결혼도 안 하고, 애도 안 낳았냐. 여자가 좋아서 그랬지.정희는 그 질문을 기다렸던 것처럼 순영에게 털어놨다. 30여 년 만에 하는 고백이었다.

“여자로 사는 게 너 뭐 쉬운 줄 아냐?”
트렌스젠더 퀴어로 살아가기로 한 전 남자친구를 나는 계속 사랑할 수 있을까?
- 한정현 「나의 아나키스트 여자친구」

나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내가 수호를 놓지 않을 거라 여겼는데 전혀 아니었다. 수호는 여전히 나를 사랑할 수 있었지만 나는 아니었던 거다. 나는 남성을 사랑하는 헤테로 여성이었던 것이다. 수호가 성별을 바꾸었다고 수호가 아닌 사람이 되는 건 아닌데 난 왜 수호를 받아들이지 못할까. 이 두 가지는 끝없이 나를 괴롭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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