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늘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어주려고 노력했어요. 창작동화, 전래동화, 자연관찰 책, 위인전, 세계 지리 책, 역사 그림책, 영어 그림책 등 두루두루 읽어주었지요. 엄마가 읽어주는 책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아이는 책 속의 그림을 눈으로 탐색하는 듯했어요. 그림에 관해 이야기하느라 책장이 넘어가지 않았지요.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 때 아이의 여러 질문에 답하면서도 조금 답답했던 부분이 과학책이었어요. 물을 냉동실에 넣고 얼리면 얼음이 되는 건 해보면 금방 알게 되는데, 이걸 말로 설명하기에는 제 머릿속이 복잡했어요. 그래서 시작한 것이 ‘손쉽게 할 수 있는 과학 실험 놀이’었어요. 실험할 때마다 아이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지요. 실험이 꼭 마술 같다며, 엄마의 기를 팍팍 올려주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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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을 다 직접 경험할 수 없으니, 우리는 책을 통해 여러 가지를 알게 됩니다. 이야기책을 통해 상상력을 키우고, 지식 책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배워요. 이야기책은 좋아하는 아이가 많지만, 지식 책을 좋아하는 아이는 그리 많지 않아요. 아무래도 사용하는 용어가 낯설고 흥미를 느낄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없으니 관심을 보이는 게 어렵지요. 하지만 간단한 실험으로 몇 번만 재미를 느끼면 지식 책에 관한 아이의 호기심을 높일 수 있어요. 물론 실험 후 과정은 다 잊고 신기한 결과만 기억에 남기도 해요. 당연한 거예요. 모든 지식이 한 번에 완성되지 않듯, 실험도 한 번으로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없어요. 주기적으로 반복하면서 기본 개념에 익숙해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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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어릴수록 부모의 거부감이 곧 아이의 거부감이 됩니다.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부모의 거부감은 아이가 어떤 일에 호기심을 가지기 전에 그 싹을 잘라버리는 가위가 됩니다. 아이가 부모 마음대로 크지는 않지만, 그래도 부모가 아이의 호기심을 막으면 안 됩니다. 요즘 유행하는 ‘영알못(영어를 알지 못하는 사람)’ ‘과알못(과학을 알지 못하는 사람)’ 등의 말은 부모가 자신의 아이는 내가 잘하지 못했던 분야를 잘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생겨난 말 같아요. 아이가 어떤 분야를 잘했으면 싶은 바람이 있다면 부모님부터 그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직접 해보거나 좋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니 과학도 이론보다 실제 실험을 통해 아이와 함께 과학의 재미를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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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과학실험 내용이 아니더라도 궁금했던 점이 있으면 저 스스로 관련 정보를 책이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아보고 아이와 공유하니, 아이는 엄마가 척척박사인 줄 알더라고요. ‘거미마다 거미줄 모양이 다르다’라거나 ‘거미줄을 치지 않는 거미도 있다’라는 사실이 생활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정보는 아니지만, 저의 사고가 유연해진 느낌이었습니다. ‘창의성’이란 ‘기존의 사고 체계와는 다른 새로운 연관성을 찾는 것’이라는데, 아이와의 과학실험 놀이로 저 역시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었어요. 예전에 한참 인기 있었던 TV 예능프로그램 [알쓸신잡]을 아이랑 재현하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한번은 식당에서 생선 정식을 먹는데, 접시 옆에 레몬 조각이 놓여 있었어요. 예전에는 별생각 없이 먹었지만, 그날은 생선구이 위에 레몬즙을 짜면서 자신 있게 말했죠. “그거 알아? 레몬즙의 산성이 생선의 비린내를 잡아준대.” 다들 신기해하며 이미 즙이 빠진 레몬을 또 짜면서 저마다 아는 레몬즙의 효과에 관해 좀 더 이야기 나누며 식사했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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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엄마의 주도로 시작되었던 과학실험이었지만, 아이가 크면서 아이 주도로 넘어가게 되니 아이에게 배우는 점도 많아졌어요. 아이의 수준에 맞도록 쉽게 쓰인 과학책들과 실험들로 과학에 관한 내실을 다진 아이가 엄마인 저에게 새로운 정보를 많이 알려줬거든요. 돌이켜 생각해보니 결국, 엄마와 아이가 함께 성장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이런 시간을 보낸 덕분에, 저도 새로운 분야에 관심이 생기고 알아보는 걸 덜 두려워하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아직은 서툴고 부족하지만,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제가 그린 그림과 글로 동화책과 에세이 책을 내고 싶어요. 주어진 시간을 충실히 보내고자 선택한 과학실험 놀이 덕분에 작가를 꿈꾸게 되었으니, 이 시간을 함께 보내준 아이에게 고마운 마음입니다. 이 책을 읽는 부모님께서도 저와 같은 계기를 만들 수 있게 이 책이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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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매일 챙긴 일과는 ‘아이에게 책 읽어주기’였습니다. 집에서 아이와 단둘이 온종일 시간을 보내야 하는 저에게는 몸으로 놀아주기보다 책 읽어주기가 조금 더 쉬웠거든요. 책을 읽다 보면 아이랑 할 이야기도 많았고, 시간도 빨리 흘러갔어요. ‘책 육아’라는 용어도 모른 채, 아이와 시간을 보낼 방법으로 선택했던 책 읽는 시간이 아이에게는 세상의 다양한 지식을 받아들일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제가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책 육아’를 했거나 아이를 영재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다면 지금처럼 아이가 책을 좋아하는 아이라 자랐을까 싶은 의문이 들어요. 저도 부모인지라 학습에 관한 욕심으로 아이를 닦달하거나, 아이 역시 부모가 정한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달리다 지쳐 공부를 포기했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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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대표로 뽑히고 영재원 심층 면접을 치른 후 결과를 받고 나서 들었던 생각은 ‘책 읽기’와 ‘경험’ 그리고 ‘글쓰기’의 중요성이었습니다. 외부에서 받아들인 정보가 머릿속에만 있으면 일정한 시간이 지난 후 사라지게 됩니다. 머릿속에 오래 머무르기 위해서는 다른 지식이나 경험과 연관성을 가지고 있어야 해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이 아는 지식을 글로 쓸 기회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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