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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잘 살고 있어

생각보다 잘 살고 있어

: 이 시대 2인 가족의 명랑한 풍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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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가족 에세이 top20 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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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2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236쪽 | 344g | 135*195*15mm
ISBN13 9791196969684
ISBN10 119696968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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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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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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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내가 지금 모습을 본다면 뭐라고 할까? 좀 황당하고 어이없겠지만 실망할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픽 웃을 것 같다. ‘생각보다 잘 살고 있는걸. 보기 좋아’라고 하면서. 내가 바랐던 가족은 세상이 바라는 가족, 즉 세상이 기대하는 형태였다. 아빠 곰, 엄마 곰, 아기 곰들이 있는 가족. 그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설사 가족 간 살인이 벌어지더라도 집안일이라는 이유로 보호해주는 가족. 그것만이 정상이자 표준이자 평범이라고 못 박은 가족. 그래서 홀로 설 때 오랫동안 생각하고 고민했다.
--- 「프롤로그_ 남들처럼 살지는 않습니다만」 중에서

릴리는 냉정하게 대답했다. “카레에 닭고기는 좀 아닌 것 같아.” 느닷없이 왈칵 서러워졌다. “아니, 왜? 너 카레 좋아하잖아. 닭고기는 없어서 못 먹고.” “내가 닭고기는 좋아하지만 카레는 안 좋아해. 거기다 카레에 들어간 닭고기는 정말 별로야.” “뭐, 뭐라고? 너 카레 좋아했잖아!” “그건 내가 초딩 때였잖아. 나 이제 고3이야.”
그렇게 따박따박 대꾸하고 식탁에서 일어난 릴리의 뒷모습을 보니 영화 〈벌새〉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주인공인 은희가 좋다며 수줍게 따라다니던 일 년 후배가 갑자기 그녀를 외면한다. 은희는 그 변심을 이해할 수 없어 섭섭한 마음에 후배를 불러내서 따진다. 후배는 이렇게 말한다. “언니, 그건 지난 학기잖아요.”
--- 「카레에 닭고기는 좀 아닌 것 같아」 중에서

“가고 싶으면 가면 되지.” 종이 기저귀조차 마음 편히 사지 못할 정도로 형편이 쪼들려서 엄마가 시장에서 끊어 온 천으로 기저귀를 만들어 쓰던 때였다. 아무튼 우리 형편에 유럽여행이란 터무니없는 사치이자 허세였다. 무엇보다 갓난아기인 릴리를 데리고 어딜 간단 말인가?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는 엄마를 이해할 수 없었다. 엄마는 다시 텔레비전으로 얼굴을 돌리며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가고 싶다고 생각하면 갈 수 있다. 가겠다고 생각하면 언젠가는 가게 돼 있어.”
--- 「엄마가 “예스”라고 말해주면」 중에서

너무 잘 쓰려고 스스로를 달달 볶지 말고 그냥 쓰레기를 쓰자고 생각하기로 했단다. 그러자 큰 부담 없이 글을 쓸 수 있었다는 것이다. “쓰레기를 쓰자” 이 부분을 읽는 순간 먹구름 사이로 한 줄기 광명이 비치는 것 같았다. 그래, 나만 힘든 게 아니었어. 거기다 내가 전업 작가도 아니고 번역가로 쓰는 글인데 왜 그리 잘 써야 한다고 안달했을까. 세상을 구원해야 하는 글도 아닌데 고뇌하지 말고 평소 쓰던 대로 쓰레기를 쓰고 나서 마음에 들 때까지 고치고 또 고치면 될 것을.
--- 「쓰레기를 쓰자」 중에서

재혼해서 두 아이를 낳고 고향에서 잘 살고 있지만 그래도 가끔은 나와 동생이 걱정돼 연락하는 주책바가지 아빠. 그래도 우리를 잊지 않고 연락하며 쌀과 감을 보내주는 아빠가 인간적으로 용서되는 엄마. 미워서 헤어졌지만 아이 아빠로서 책임을 다하는 건 고맙고, 그래서 잘 지냈으면 하고 바라게 되는 릴리 아빠. 그리고 릴리와 알콩달콩 살아가며 릴리가 독립할 때를 위해 또 다른 내일을 준비하는 나.
우리는 이렇게 각자 다른 곳에서 다른 모습으로 안녕하게 살아가고 있다. 더 이상 가족이란 끈으로 이어져 있지 않지만 그래도 기왕이면 상대가 잘 지냈으면 싶은 마음. 이렇게 사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이 넓은 우주에서 그래도 서로가 잘 되기를 바란다. 미워하지 않는다. 원망하지도 않는다. 이것도 관계의 한 방식이니까.
--- 「우리 각자 어디선가 안녕하길」 중에서

나도 몰랐던 이 유리병의 효과는 정작 따로 있었다. 유난히 더운 여름날에 릴리가 쓰러졌을 때 너무 괴롭고 힘들었다. 대체 어째야 좋을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을 때 문득 이 유리병이 떠올랐다. 엄마인 내가 단단히 중심을 잡고 아픈 아이를 돌봐야 하는데 그렇게 마음을 다잡으려면 내가 가진 축복이 얼마나 많은지 헤아리는 게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래서 아이가 잠든 밤마다 그날 있었던 고마운 일들을 만년필로 힘주어 꾹꾹 눌러 적어서 유리병에 넣었다.
--- 「우리 각자 어디선가 안녕하길」 중에서

“정말 아빠는 사랑하지 못할 것 같아.” 느닷없이 릴리가 폭탄을 투척했다. 간만에 큰마음 먹고 네 토막에 만 원이나 하는 갈치를 사서 심혈을 기울여 구운 어느 날 아침이었다. ‘기름이 자르르 흐르면서 뽀얗고 통통하게 살이 오른’ 꿈의 갈치가 아니라, 긴 뼈에 앙상하게 달라붙은 초라한 살을 바르느라 여념이 없던 나는 잠시 어안이 벙벙해졌다. ‘잠깐, 우리가 릴리 아빠(그러니까 나의 전남편) 이야기를 하고 있었나?’
--- 「아빠를 꼭 사랑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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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여자 둘이 사는 이야기는 항상 옳다. 게다가 사십 대 여자와 십 대 여자의 폭풍 성장 동거 이야기라니! 일단 신도시, 사춘기 소녀와 스릴러 번역가, 쿨한 고양이라는 조합만으로도 장르적으로 완벽하지 않은가! 무엇보다 이 책에는 까다로운 SNS 독자들을 열광시킨 일상 기록자로서 박산호의 매력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박산호는 딸에게 ”사랑하는 딸, 너는 네가 되렴"이라고 했지만, 책을 다 읽고 나면 이런 말이 들리는 것 같다. “사랑하는 엄마, 엄마도 그냥 자신이 되세요.” 고맙다, 그들이 이 시대 2인 가족의 명랑한 풍속화를 그려줘서!
- 김지수 ([조선비즈] 기자,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 저자)
용기 있게 시행하고 담백하게 착오를 인정하며 시행착오들을 통해 점점 넓고 깊은 곳으로 나아가는 사람. 그래서 타인의 시행착오들을 기다려줄 줄 아는 사람. 그 힘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그 힘을 주고받으며 함께 걷는 관계란 얼마나 눈부신지, 이 책이 들려주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너무 소중해서 제발 끝나지 않기를 바라며 읽었다. 이 책이 일으켜 세운 마음으로 또 몇 년 잘 살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소중한 이들과 함께. 서로를 지켜내며.
- 김혼비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아무튼 술』저자)
내가 자상한 아들과의 동거에 익숙하다면, 이쪽은 시크한 딸과 벌이는 알콩달콩한 생활이다. 때로 더 살벌하고, 가끔은 훨씬 애틋하다. 립스틱과 티셔츠를 같이 입는 인생 친구라니, 딸 없는 사람은 서러워 살겠나. 내가 맛보지 못한 모녀지정을 간접 경험할 수 있어서 읽는 내내 즐거웠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영락없이 그이와 나는 아이 덕을 보며 훨씬 성숙해진 양육자라는 사실이다.
- 마녀체력(이영미) (『마녀체력』,『마녀엄마』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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