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미미. 어린 시절 미미 인형을 좋아했던 엄마가 지은 이름이다. 엄마는 어렸을 때 미미 인형을 갖는 게 소원이었다고 한다. 길고 풍성한 금빛 머리카락, 잘록한 허리, 긴 다리의 미미 인형. 그렇다고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지극히 대한민국 사람처럼 생긴 딸에게 미미라는 이름을 지어 줄 것까진 없었는데…….
--- p.8, 「1화 미미네 점방으로 놀러 오세요! - 도시와 촌락」 중에서
마을 회관에 들어서자 ‘사두리 영어 교실, 2층’이라고 적힌 종이가 붙어 있다. 할머니 말대로 마을 아이들에게 일주일에 두 번, 무료로 영어를 가르쳐 줄 거라고 한다.
시골로 오기 전에는 일주일에 두 번씩 영어 학원에 다녔는데……. 잘 다녀오라고 토닥이던 엄마, 함께 놀던 학원 친구들의 얼굴이 동시에 떠오른다. 얼른 머리를 저어 생각을 떨쳐 내며 강의실을 둘러봤다.
“니가 미미네 점방 손녀가? 울 엄마가 니 얘기 하드라.”
빨간 코트를 입은 여자아이가 다가와 말을 건다. 그 아이 머리에 달린 무지무지 큰 빨간 리본 핀이 눈에 들어온다. 윽, 촌스럽다.
“내는 서희다. 우리 할배가 복덕방을 해서, 이 동네 사람들은 내를 복덕방집 손녀라 부른다. 니 내 옆에 앉아라.”
--- p.17~18, 「2화 헬로, 다문화 가족 친구들! - 다문화 가족」 중에서
“냄비? 님비? 그게 뭐꼬? 들어 본 것도 같은데…….”
상철이가 고개를 갸웃한다.
“뭐긴 뭐꼬? 라면 끓여 먹는 그릇이 냄비지.”
서희가 농담을 한다. 아니, 진담인가?
“님비, 님비 현상이라고! 어휴, 너희들 진짜 공부 좀 해라. 님비도 모르냐? 자기 집 뒷마당에 짓는 건 안 된다는 말이잖아.”
“뭐가 안 되노?”
안나가 지운이에게 물었다. 그 순간 나는 안나 얼굴이 살짝 붉어지는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 아직 서희에게 말하지 않았지만, 안나가 지운이를 좋아하는 게 분명하다.
“그, 그건…… 쓰레기 매립장 같은 걸 자기 집 뒷마당에 짓지 말라는 거야.”
“기야 당연하지. 집 뒷마당에 어떻게 쓰레기 매립장을 짓나? 마당이 얼마나 크다고.”
“뭐? 아이고, 이젠 나도 모르겠다.”
--- p.35, 「4화 우리 마을에 쓰레기 매립장을? - 님비 현상」 중에서
“내가 회장이 되면 준비물을 많이 가지고 와서 다 빌려줄 거야.”
쉬는 시간에 김지운이 반 친구들 앞에 서서 말했다.
“진짜가? 그럼 이제부터 우리는 준비물 안 사도 되겄나?”
“그럼! 단, 내가 회장이 되어야지.”
치, 김지운은 또 돈으로 아이들의 표를 얻으려고 한다. 소문에는 어제 수업을 마치고 떡볶이도 샀단다. 나만 빼고 말이다. 치사하다.
“내가 회장이 되면 숙제를 없앨 거야. 숙제 없는 반! 어때, 좋지?”
김지운에게 질세라, 나도 친구들에게 회장 공약을 말했다.
“흥, 니가 선생님도 아니면서 어떻게 숙제를 없애냐? 지킬 수 없는 공약은 공약이 아니야! 거짓말이지.”
김지운이 또 핀잔을 주었다. 그래, 솔직히 내가 생각해도 숙제를 없애는 건 좀 허풍이다. 아, 어쩌지?
--- p.74, 「9화 여러분의 대표가 되겠습니다! - 민주주의와 선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