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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 가는 풍경들

사라져 가는 풍경들

: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가치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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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1월 11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468g | 148*210*17mm
ISBN13 9791190938310
ISBN10 1190938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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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불암에서는 오대산 동남쪽 자락이 한눈에 다 내려다보인다. 능선이 가물가물 물이랑처럼 펼쳐진다. 몇 시간을 머물러도 개미 한 마리 지나가지 않는 외로움을, 이곳에 가면 만날 수 있다. 겨울이면 칼바람이 몰아치고, 언제나 영하 20도가 넘는 통에 거기서 겨울을 나는 스님은 웬만큼 도통해서는 안 된다는 절집. 날이 추워지면 사람도 오지 않고, 겨울에는 거기서 얼어 죽어도 아무도 모른다는 곳. 모르긴 해도 그 옛날 이곳에 머물렀다는 김시습도 적잖이 외로웠을 것이다.
--- p.26,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 너와집」 중에서

그 옛날 우리 어머니들은 새벽에 일어나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였다. 사랑방에 곁달린 쇠죽솥에는 겻섬에서 퍼 온 겻가루와 콩깍지가 섞인 여물을 넣고 반지르르 기름기 도는 부엌 가마솥에는 통감자 몇 알 넣어 쌀보리를 안친 뒤 불을 지폈다. 부뚜막에는 언제나 시커멓게 그을음이 앉은 통성냥 한 통이 있었고 부엌 한편에는 미리 쟁여 놓은 나뭇짐과 갈비(솔가리)가 쌓여 있었다. 먼저 갈비에 불을 붙이고, 솔가지를 분질러 넣으면 화르락 불길이 번져 아궁이를 환하게 비추었다. 이어 잘 마른 나무를 뚝뚝 분질러 아궁이에 넣으면 불길은 금세 방고래를 타고 올랐다.
--- p.50, 「부지깽이 탁탁, 아궁이와 부뚜막」 중에서

예부터 제사나 명절, 생일, 혼례 등에 빠지지 않고 오르는 음식이 떡이다. 또 가을걷이가 끝나고 농한기가 되면 어느 정도 먹고 살만 한 집에서는 시루떡이며 절편, 인절미 등을 해 먹곤 하였는데 이때 꼭 필요했던 것이 떡메와 떡판이다. 물론 시루떡에는 떡메질이 필요 없지만, 멥쌀로 만드는 절편과 찹쌀로 만드는 인절미는 모두 떡판에 떡쌀을 놓고 떡메로 옴팡지게 쳐야 비로소 찰진 맛을 낸다. 그러나 이 또한 맷돌이나 절구가 걸어온 길처럼 방앗간 기계에 밀려 지금은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풍경이 되었다. 사실 맛난 것이 넘쳐나는 요즘 세상에 일부러 메를 쳐서 떡을 만든다는 것이 구태의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옛 맛을 지켜 가는 사람들이 있어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다.
--- p.145, 「떡은 떡메로 쳐야 쫄깃하다」 중에서

레비-스트로스는 도시가 ‘인간의 가장 뛰어난 발명품’이라고 했지만 이것은 그저 우리가 꿈꾸는 도시상일뿐 오늘날 도시의 모습은 아니다. 자연을 향해 구불구불 이어지던 고샅길은 고속도로에 멸망했고, 산자락을 에둘렀던 다랑논은 공장에 패배했다. 커다란 나무는 베어졌으며 나무에 깃든 신성성도 함께 잘려 나갔다.
--- p.212, 「사라져 가는 오지마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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