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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눈, 동백
제19회 김수영문학상 수상작
송찬호
문학과지성사 2000.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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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지성 시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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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시인의 말
2. 궤짝에서 꺼낸 아주 오래된 이야기
3. 희생
4. 촛불
5. 머리 흰 물 강가에서
6. 임방울
7. 어느 회의주의자의 일생
8. 우리들의 찐빵에 대하여
9. 나, 동백꽃 보러 간다
10. 동백
11. 동백 열차
12. 이야기 벌레들
13. 접시라는 이름의 여자
14. 동백이 활짝,
15. 검은머리 동백
16. 동백의 등을 타고 오신 그대
17. 동백이 지고 있네
18. 봄밤
19. 사상누각
20. 봄날
21. 山經 가는 길
22. 기타
23. 山經에 가서 놀다
24. 봄날을 가는 山經
25. 병뚜껑
26. 향일암 애기 동백
27. 총알
28. 관음이라 불리는 향일암 동백에 대한 회상
29. 山經을 비추어 말하다
30. 아이스크림
31. 동백 선생
32. 이른 아침 창가 나뭇가지에 동백이 앉아 있었네
33. 담쟁이넝쿨이 동물 해부학을 들여다 보다
34. 나비經은 언제 오는가
35. 탱자나무 울타리가 있는 과수원
36. 목 부러진 동백
37. 외투
38. 동백國에 배를 띄워 보내다
39. 동백 대왕 신종
40. 뜨개질
41. 뜨개질, 그 후
42. 아이스크림을 휘젓다
43. 외투가 얼어 죽었다
44. 나비의 꿈
45. 살구나무
46. 金사슴
47. 이지 라이더
48. 주름살
49. 해설 : 검은머리 동백, 시인의 숙명적인 부조리 - 김춘식

저자 소개 1

1959년 충북 보은에서 태어나 경북대 독문학과를 졸업했다.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기와 글쓰기를 좋아했으나 그림 그리기의 꿈은 일찍이 버리고 숨을 쉬듯 시를 쓰다가 1987년 [우리 시대의 문학] 6호에 「금호강」 「변비」 등을 발표하면서 시단에 나왔다. 2000년 김수영문학상과 동서문학상, 2008년 미당문학상, 2009년 대산문학상, 2010년 이상시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동안 동시집 『저녁별』 『초록 토끼를 만났다』와 시집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 『10년 동안의 빈 의자』 『붉은 눈, 동백』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분홍 나막신』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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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0년 02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93쪽 | 159g | 130*205*15mm
ISBN13
9788932011455

책 속으로

이제 나는 돌부처의 목 부러진 이유를 알겠다
부러져 뒹굴며 발끝에 채이는
미소의 이유를 알겠다

내 안에서 서로 싸우는 짐승들 또한 그렇다
그래, 너희들, 그렇게 싸우는
분명한 선악의 경계가 있는 것이냐

인면과 수심 중 분명한 승자가 있는 것이냐
오늘은 아예
인면이나 수심의
어느 한쪽 얼굴이 아닌
두루뭉수리 인면수심의 얼굴로 돌아다녀야겠다

--- p.58 <목 부러진 동백>

우리 동네는 충북과 보은의 동남쪽 끝머리에 있다. 이곳에서 동쪽을 붙잡고 자동차로 사오 분 가량 줄달음치면, 경북을 잇는 도계와 만나게 되고 거길 한발 넘어서면 상주 화서 땅의 시작이다. 상주에 갈 때면 나는 늘 가슴이 뛰곤 하는데, 쌀·누에고치·곶감으로 이름난 그 三白의 고장은, 단숨에 내 상상력을 휘어잡는, 뛰어난 시인과 소설가의 고향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마음은 거기서 그치질 않고 상주를 지나 문경 예천 영주 너머 영동 산악 어딘가를 헤매곤 하는데, 그것은 그런 오랜 방황과 모색 끝에 오래도록 책들이 썩지 않고 노래가 죽지 않는, 시의 천축국에 가 닿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열망에서인 것이다. 삶의 불연속과 유한을 노래할 수밖에 없는 내 짧은 혀를 자책하면서, 본디 내게는 주어지지 않은 시인으로서의 천품을 조금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움에서인 것이다.

--- 시인의 말 중에서

삶이 어찌 이다지 소용돌이치며 도도히 흘러갈 수 있단 말인가
그 소동돌이치는 여울 앞에서 나는 백 년 잉어를 기다리고 있네
어느 시절이건 시절을 앞세워 명창은 반드시 나타나는 법
유성기 음반 복각판을 틀어놓고, 노래 한 자락으로 비단옷을 지어
입었다는 그 백 년 잉어를 기다리고 있네
들어보시게, 시절을 뛰어넘어 명창은 한 번 반드시 나타나는 법
우당탕 퉁탕 울대를 꺾으며 저 여울을 건너오는,
임방울, 소리 한가락으로 비단옷을 입는 늙은이
삶이 어찌 이다지 휘몰아치며 도도히 흘러갈 수 있단 말인가

--- p.

출판사 리뷰

송찬호는 이 시집에서 지상의 존재들에게 싱싱한 운동성을 부여한다. 가령 이 시집에 자주 등장하는 동백들은 “뚝, 뚝 떨어져내리”고 “솟구쳐오”르고 “뛰어내리”고 “앞발을 번쩍 들고” 있고 “불끈”하며 “얼굴 붉은 짐승”이 되어 있다. 그는 동백을 “짐승 닮은 꽃”으로 재창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시집은 1989년 나온 첫 시집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 1994년 나온 {10년 동안의 빈 의자}에 이어 6년 만에 내는 시집이다. 시력에 비해 과작(寡作)이고,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기보다는 고급 독자들과 비평가들 사이에서 호평 받고 있는 이 시인은 현직 농부이다. 느직이 전화를 걸면 “읍내에 나갔다”거나, “축사에 있다”는 가족의 대답을 들을 수 있다. 원고를 독촉하노라면 “요즘 하우스 하느라,” “한창 밭일 할 철”이라는 어눌한 변명을 듣게 된다. 그렇다고 그의 시집에서 흙 냄새를 기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위의 예를 보듯, 대상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은 관광객의 그것도 아니지만, 텔레비전 농촌 드라마에 나오는 농부의 눈도 아니다. 유난히 붉은 빛을 길어내고, 그것을 현란하게 반짝이게 하는 수법은 오히려 “도시의 거리를 산책하는 사람”이다.

이렇듯 그의 시 세계는 우리의 상투적인 세계 인식, 평면적인 대상 인식을 보기 좋게 배반한다. 프랑스의 시 전문 계간지 {포에지}의 편집장 클로드 무샤르의 말, “그의 시적 언어는, 실제 사물을 가리키더라도 언어 그 자체로 존재하는 상상 세계를 만들어낸다. 독자들은 그의 시어들이 평범한 단어를 가볍게 스쳐 새로운 순수함으로 빛남을 느낀다”는 그런 점에서 적실한 지적이다. 90년대의 식물성 상상력도 이제 상투화의 경계를 받고 있지만, 송찬호의 시적 상상력은 그 식물성들을 퍼덕이게 한다. 당대의 상상력이 한 시인을 통해 또 다른 변신을 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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