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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말 4
추천사 6 백신애 슈크림 10 종달새 18 종달새의 곡보 24 눈 오던 그날 밤 30 울음 38 노천명 아스파라거스의 조난 46 직장의 변 50 지난날의 여기자 생활 56 어느 일요일 62 원두막 68 5월의 구상 74 골동 80 나혜석 연필로 쓴 편지 88 밤거리의 축하식 96 젊은 부부 102 프랑스 가정은 얼마나 다를까 108 강경애 몽금포 구경 120 여름밤 138 고향의 푸른 하늘 146 나의 유년 시절 152 빨래하는 마음 158 용어해설 16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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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신혼이라는 그러그러한 때가 저 먼 옛날같이 되어버린 이때에 새삼스럽게 달콤하고 아기자기한 신혼 여행기를 쓰라는 주문을 받고 펜을 들게 되니 공연히 웃음만 납니다. 대체 쓸 만한 거리가 기억에 남아있어야 될 터인데 잊어버렸는지, 아니면 눈을 감고 여행을 했는지 좌우간 여행기가 될 만한 것이 도통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 p.11, 백신애, 「슈크림」 중에서 작가란, 작품 활동에 있어서 놀고 있는 것같이 보여도 머릿속에서는 늘 바쁘게 일을 하고 있다. 무엇을 노래할지 찾고 있는 것이며, 새로운 것을 찾기 위해서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내 머릿속에 이런 푸른 사슴을 자유롭게 놓아기르기 위해서는 최소한도의 생활 보장이 되어야만 가능하다. --- p.51, 노천명, 「직장의 변」 중에서 복잡한 현실에서 우리는 가끔 다른 데를 보며 쉴 필요가 있다. 같이 앉아 있는 방안의 사람이 보기 싫을 때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려야 하겠고, 이런 때 눈에 들어오는 것은 장독이라든가 궁기가 낀 살림 부스러기가 아니고 모름지기 한 그루의 싸리나무다. --- p.78, 노천명, 「5월의 구상」 중에서 유럽인의 생활은 성적 생활이라고도 볼 수 있다. 더구나 파리같이 외적 자극과 유혹이 많은 곳이 있으랴. 이들의 내면을 보면 별별 비밀이 다 있겠지만 외면만은 일부일처제로 서로 사랑하고 아끼는 것은 사실이다. 아무래도 자유로운 곳에 참사랑이 있는 듯싶다. --- p.116, 나혜석, 「프랑스 가정은 얼마나 다를까」 중에서 이번에 내가 여기 온 것은 저들의 생활을 탐구하기 위함이었다. 이 부르짖음으로 가슴이 뜨겁게 흔들렸다. 오냐, 작가로서의 사명이 뭐냐. 이 현실을 누구보다도 똑똑히 보고 또 해부하여 작품을 통해 대중에게 나타내 보이는 데 있는 것 아니냐. 예술이란 그 자체가 민중의 생활과 분리되어 있으면 무슨 가치가 있으랴. --- p.131, 강경애, 「몽금포 구경」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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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어로 쉽게 풀어 쓴 근대 여성 문학 〈모던걸 시리즈〉
100년 전, 고단한 현실에서도 꿋꿋이 자신의 목소리를 글에 담은 여성 작가들이 있습니다. 당시 우리 문단은 여성 작가의 글을 정식 문학으로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였습니다. 그 안에서 여성의 문학은, 아니 여성들은 가부장제에 신음하며 여성의 자유와 권리를 부르짖었죠. 하지만 공고한 남성 중심 문단에서 그 목소리는 비주류가 되었습니다. 100년이 훌쩍 흐른 지금, 그 시절 여성 문학은 여전히 우리의 심연에 잠들어 있습니다. 〈모던걸 시리즈〉를 출간하기 위해 많은 근대 여성 작가의 글을 찾아냈고, 면밀히 살폈습니다. 작품을 선정하면서 현재 출판계의 강력한 흐름이라고 할 수 있는 여성 문학의 본류를 찾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했습니다. 〈모던걸 시리즈〉에 실린 모든 작품은 편집자가 직접 현대어로 번역했습니다. 원문의 뜻이 훼손되지 않는 선에서 현대의 독자들이 읽는 데 거리감이나 어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과감하면서도 새로운 번역을 시도했습니다. 원문을 있는 그대로 감상하기를 원하는 고전주의적 독자들에게는 이번 시리즈가 과감함을 넘어 함량 미달의 어떤 것으로 보일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하지만 고귀한 소수의 문학이기보다 어떤 언어로 담기든 다수의 문학이 이 시대 독자들에게 더 유익하다고 믿습니다. 현대의 시선으로 큐레이션하고 현대의 언어로 담아낸 작품들은 분명히 오늘을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작지만 긴 여운을 선사할 것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모던’한 시대를 살고 있고 ‘지금 여기’의 여성 모두가 모던걸입니다. ‘모던걸’은 100년이 지난 지금도 현재 진행형인 키워드입니다. ‘모던걸’이라 불렸던 근대 여성들은 유교적 억압에서의 해방과 표현의 자유, 스스로 선택할 권리를 찾기 위해 투쟁했고, 이 책에 담긴 작품들은 그 흔적입니다. 여성들의 억압에 대한 투쟁의 역사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이 작품들이 거창한 주제를 다루는 것은 아닙니다. 첫사랑, 애정하는 것, 다정한 시골 풍경, 보고 싶은 엄마 등 정겹고 익숙한 소재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그런 주제조차 여성의 펜 끝으로는 표현하기 힘들었던 시대에 탄생한 작품들이기에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으며 그때의 감정들이 현재와 다르지 않음을 느낄 때 우리는 먼 시간을 뛰어넘어 강한 유대감을 느낍니다. 이 시리즈가 여전히 모던을 꿈꾸는 독자에게 기분 좋은 배부름이 되기를 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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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걸〉의 저자들은 오늘의 우리가 이 글을 읽을 것을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모든 글은 필연 미래를 향해 쓰이고, 모든 독자는 과거의 작가와 만나기 때문에. 그렇기에 우리의 독서는 먼 어제의 모던걸에게 보내는 응답이기도 하다.
근대 문학의 가장 먼 어제로부터 당도해 온 이 글들은 경이롭게도 우리의 오늘을 반영해 내고, 이 글들을 읽는 동안 우리는 ‘이런’ 오늘이 만료되고 더 나은 내일이 오기를 바라는 한패가 된다. 따라서 이러한 선언이 가능해진다. 〈모던걸〉을 읽음으로써, 우리 또한 모던걸이 된다. - 박서련 (소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