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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부
2부
3부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저자 소개2

시그리드 누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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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grid Nunez

삶과 죽음에 관한 지적인 통찰을 보여 주는 미국의 소설가. 독일인 어머니와 중국계 파나마인 아버지 사이에 태어나 뉴욕에서 성장했다. 바너드 칼리지에서 문학사 학위를, 컬럼비아 대학에서 순수예술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대학 졸업 후 [뉴욕 리뷰 오브 북스]에서 편집자로 일했다. 1995년에 이민자 가정의 이야기를 담은 자전적 소설 『A Feather on the Breath of God』으로 '특별한 재능을 가진 작가의 강력한 소설'이라는 평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사랑과 우정, 문학과 예술을 둘러싼 담론을 독특한 유머 감각과 우아한 사유로 풀어낸 『친구』로 201
삶과 죽음에 관한 지적인 통찰을 보여 주는 미국의 소설가. 독일인 어머니와 중국계 파나마인 아버지 사이에 태어나 뉴욕에서 성장했다. 바너드 칼리지에서 문학사 학위를, 컬럼비아 대학에서 순수예술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대학 졸업 후 [뉴욕 리뷰 오브 북스]에서 편집자로 일했다. 1995년에 이민자 가정의 이야기를 담은 자전적 소설 『A Feather on the Breath of God』으로 '특별한 재능을 가진 작가의 강력한 소설'이라는 평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사랑과 우정, 문학과 예술을 둘러싼 담론을 독특한 유머 감각과 우아한 사유로 풀어낸 『친구』로 2018년 전미도서상을 수상했다. 지금껏 8편의 소설을 발표했고, 수전 손택에 대한 회고록을 펴냈다. 2020년 구겐하임 펠로십 수상자이며, 화이팅 어워드, 베를린 프라이즈, 로젠탈 어워드, 로마 프라이즈 등을 받았다. 컬럼비아 대학, 프린스턴 대학, 뉴스쿨, UC 어바인 등에서 문학을 가르쳤고, 현재는 보스턴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 문학예술아카데미의 회원이기도 한 그녀의 작품은 25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다. 현재 뉴욕에 살고 있다.

『그 부류의 마지막 존재』는 시그리드 누네즈의 대표작 중 하나로, 격변하는 미국 사회의 풍경을 관통하며 서로 대비되도록 다른 두 여성의 삶과 우정을 세심하게 그린다. 어느 때보다도 기이한 시대였던 1960년대 말, 뉴욕 명문 대학 캠퍼스에서 만난 전혀 다른 배경의 두 여성이 어떻게 가까워지고, 멀어지고, 서로 다른 길을 걷다가 결국 기묘한 방식으로 얽힌 채 살아가게 되는지를 들려준다. 청춘담이자 일종의 성장기, 두 여성의 극명하게 엇갈리는 삶과 우정의 연대기, 흥미로운 시대를 기록하는 역사소설로, 앤이라는 강렬한 인물에 대한 관찰이 이야기의 중심을 이루지만, ‘나’를 비롯한 여러 인물의 삶을 촘촘히 엮어가며 우정과 사랑, 삶과 시간에 대한 사려 깊은 통찰을 보여준다.

시그리드 누네즈 의 다른 상품

鄭素永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교에서 문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용인대학교 영어과 교수로 재직하였으며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문학 작품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도서를 번역하였고, 옮긴 책으로 『책 읽기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 아닌가』, 『대사들 1·2』, 『아름다움을 만드는 일』, 『돌 세 개와 꽃삽』, 『전쟁과 가족』, 『유도라 웰티』, 『진 리스』, 『권력의 문제』, 『핵 벼랑을 걷다』, 『일곱 박공의 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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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8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260쪽 | 370g | 135*200*16mm
ISBN13
9791191247114

책 속으로

기도란 무엇인가. 신은 과연 듣고 있기나 한가. 감독은 관객/훔쳐보는 자가 이 두 질문을 곱씹기를 바랐다. 극장을 나서는 내 머릿속엔 잘 알려진 고무적 격언이 떠올랐다. 친절하라. 네가 마주치는 사람들 모두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으니.
--- p.59

죽음에 대해서 그렇듯이 대부분은 나이 듦도 부인하니까. 주변 곳곳에서 볼 수 있는데도, 부모님과 조부모님의 사례가 바로 눈앞에 있는데도, 사람들은 그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런 일이 자신들에게 일어나리라고는 진정으로 믿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일어나고,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일어나지만, 내게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듯이. 하지만 나로선 그것이 축복이라고 늘 생각했다. 나이 드는 것이 얼마나 서글프고 고통스러운지 다 아는 젊음은 전혀 젊음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 pp.65-66

‘말하지 않은/말할 수 없는(untold)’은 그런 면에서 좋은 단어이다. 물론 이야기하거나 서술되지 않았다는 뜻이지만 또한 너무 버거워서 말로 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말하지 않은/말할 수 없는 젊은 시절의 이야기. 말하지 않은/말할 수 없는 고통.
--- p.115

어떻게 지내요? 이렇게 물을 수 있는 것이 곧 이웃에 대한 사랑의 진정한 의미라고 썼을 때 시몬 베유는 자신의 모어인 프랑스어를 사용했다. 그리고 프랑스어로는 그 위대한 질문이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무엇으로 고통받고 있나요(Quel est ton tourment)?
--- p.122

다들 그런 식이야. 친구가 말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싸우기를 바라는 거지. 암에 대해 그런 식으로 배워왔으니까. 환자와 질병의 싸움이다. 곧 선과 악의 싸움이다. 행동에도 옳은 방식이 있고 그른 방식이 있다. 강한 대응과 나약한 대응. 투사의 방식과 포기자의 방식. 이기고 살아남으면 영웅이 돼. 지면, 글쎄, 아마 온 힘을 다해 싸우지 않은 거겠지.
--- p.131

모험? 모험이라면, 우리는 서로 다른 두 모험에 나선 것이었다. 친구의 모험은 나의 모험과 완전히 달랐고, 앞으로 아무리 함께 생활을 한다 해도 우리는 다분히 혼자일 터였다. 이 세상에 태어날 때는 적어도 둘이 있지만, 떠날 때는 오로지 혼자라고 누군가 말한 적이 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그럼에도 그것은 모든 인간 경험을 통틀어 가장 고독한 경험으로, 우리를 결속하기보다는 떼어놓는다.
--- p.149

누가 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헨리 제임스일 수도, 아닐 수도 있는데, 세상에는 두 종류의 인간이 있다고 했다. 고통받는 사람을 보면서 내게도 저런 일이 일어날 수 있어, 생각하는 사람과 내게는 절대 저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야, 생각하는 사람. 첫 번째 유형의 사람들 덕분에 우리는 견디며 살고, 두 번째 유형의 사람들은 삶을 지옥으로 만든다.
--- pp.166-167

피자집 창문 안쪽 그의 모습을 보았다. 순식간에 정열과 슬픔으로 가득했던 그 시절로 돌아가 그쪽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서 있었지만, 그는 전화를 붙들고 뭘 하느라 너무 바쁘다. 내가 쓰라리게 한탄하게 되었다시피 ‘잃어버린 시절’. 식당의 다른 손님들이 왜 저러나 힐끗거리는 것도 개의치 않고 안을 들여다보면서, 왜 이 정도 감정뿐인지, 나는 알고 싶었다. 한때는 전부이던 것이 있었는데, 왜 이제는 그 무엇도 그럴 수 없는지.
--- p.173

포크너는 당대의 젊은 작가를 얼마나 심하게 꾸짖었는지. 마치 인간 사이에 서서 인간의 종말을 바라보듯이 글을 쓴다고. 가슴이 아니라 분비선에 대해 글을 쓴다고. 작가가 이런 식으로 글을 쓰는 건 두려워서라고 포크너는 말했다. 지구상의 다른 모든 사람과 공유하는 두려움. 폭파된다는 두려움. 하지만 작가라면 그러한 두려움에 굴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1950년, 그날, 스톡홀름에서 포크너가 요구했던 건 용맹함이었다. 그다음에는, 오랜 보편적 진리ㅡ사랑과 명예와 연민과 자부심과 공감과 희생으로 돌아가기. 그것이 없다면 당신의 이야기는 단 하루도 살아남지 못할 거라고 포크너는 경고했다.
--- p.202

만사가 끔찍하고 미래에 희망이라고는 전혀 없다고 스스로를 설득할 수 있다면 세상을 뜨기가 더 쉬울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하지만 난 내가 사라진 이후, 한없이 풍요롭고 한없이 아름다운 세상이 지속되지 않으리라는 생각은 견딜 수가 없어. 그마저 빼앗기면 위안이라고는 없는 거지.
--- pp.202-203

금빛 시간, 마법의 시간, 뢰르 블뢰. 변화하는 하늘의 아름다움을 보며 우리 둘 다 가만히 몽롱함에 잠기는 저녁 시간. 비스듬히 떨어지는 해의 빛이 잔디를 가로질러 올려놓은 우리 발에 닿는가 싶더니, 느리고 긴 축복처럼 우리 몸을 타고 올라오면, 만사가 아무 문제 없다고 당장이라도 믿을 수 있을 심정이었다. 달을 보라. 별을 세어보라. 거기 당신은 없는 모든 시간이. 그리고 영원히 존재할, 세상이 한없이. (조이스.) 한없이 풍요롭고 한없이 아름다운. 다 괜찮을 거야.
--- p.207

그게 사는 거야. 그런 거야. 무슨 일이 있건 삶은 이어진다. 엉망의 삶. 부당한 삶. 어떻게든 처리해야 하는 삶. 내가 처리해야 하는. 내가 아니면 누가 하겠는가?
--- p.213

내가 아무리 기를 써봐야 언어는 전혀 만족할 만한 것이 못 되어서, 실제 벌어지는 현실을 결코 정확히 담아내지 못할 것이다. 겨우 무언가 묘사해내더라도 기껏해야 결국 실재의 옆자리를 차지할 뿐임을, 문을 열면 언제 나갔는지도 모르게 나가버리는 고양이처럼, 실재 자체는 어느새 나를 지나쳐 빠져나가버릴 것임을 시작하기도 전에 알았다. 적확한 단어를 찾아내는 것과 관련해 그럴듯한 이야기야 많지만, 가장 중요한 것들에 대해서, 그런 단어들은 절대 찾아낼 수 없다.
--- pp.217-218

우리는 각자 다른 언어를 지녔으므로 그 뜻이 저 자신에게는 분명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다. 사랑하는 사람들끼리도? 미소를 띠며, 떠보듯이, 기대하면서, 내가 물었다. 우리가 막 사귀기 시작했을 때였다. 그는 그저 미소만 보였다. 하지만 몇 년 후, 쓰라린 헤어짐의 순간에 쓰라린 대답이 나왔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장 그렇지.
--- p.220

이 모든 일(이 모든 일: 가차 없는, 형언할 수 없는 그것)이 먼 과거의 기억이 됐을 때는 과연 어떨지 알고 싶다. 더없이 강렬한 경험이 결국엔 얼마나 자주 꿈과 비슷해지는지, 난 늘 그것이 싫었다. 과거를 보는 우리의 시야를 온통 지저분하게 뭉개놓는 그 초현실적 오염 말이다. 실제 일어난 그토록 많은 일이 어째서 진짜로 일어나지 않은 듯이 느껴지는 걸까? 인생은 한갓 꿈일 뿐. 생각해보라. 그보다 더 잔인한 관념이 과연 있을 수 있나?

--- p.239

출판사 리뷰

“내게 필요한 건 나와 함께 있어줄 사람이야”
삶의 의미와 무의미를 담담하고 다정하게 어루만지는 이야기
전미도서상 수상 작가 시그리드 누네즈의 최신작

★뉴욕 타임스 비평가들이 꼽은 올해의 책
★가디언, 피플, 오프라 매거진 O, 커커스 리뷰, 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먼트, NPR 선정 올해의 책


“통찰과 공감이 어우러진 누네즈의 이야기를 딴짓을 해가며 듣는 일은 불가능했기 때문에 나는 근래 드문 집중력을 발휘해 이 소설을 두 번 연달아 읽었고 그러고도 성에 차지 않아 이 작가가 쓴 수전 손택 회상기까지 내처 읽었다. 뉴욕 지식인 사회 한복판에서 성장한 작가다운 날카로운 지성이 내가 동경하는 미덕인 ‘다정한 예리함’ 혹은 ‘관대한 명석함’에까지 도달해 있으니 이제 시그리드 누네즈가 쓴 모든 글이 나에게 중요해졌다.”
-신형철(문학 평론가)

2018년 전미도서상 수상자이자 25여 개국에 번역된 작가인 시그리드 누네즈의 장편소설 『어떻게 지내요』는 누네즈의 최신작으로, 그의 문학적 성취를 다시 한번 확장해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나’는 암 말기 진단을 받은 친구에게서 연락을 받고, 병문안을 하러 낯선 도시로 떠난다. 그리고 친구가 불쑥 내민 뜻밖의 제안. 안락사 약을 구했고, 어딘가 조용한 곳에서 끝을 맞으려고 하는데 그때까지 함께 지내달라고 한다. 나는 친구의 부탁을 수락하고 둘은 함께 친구가 찾은 ‘적당한’ 곳으로 간다. 약으로든 병으로든 곧 죽을 처지인 친구, 그 곁을 지키며 나는 “물에 빠져 상대를 구하려 무력하게 애쓰는 사람들처럼 서로를 부여잡고” 울고 웃으며 보내고, 닥쳐온 죽음 앞에서 하루하루 삶의 의미와 무의미가 교차하는 순간순간을 곱씹는다.

소설은 두 가지 죽음으로 시작된다. ‘나’의 친구는 말기 암으로 죽어가고 있고, 전 애인은 임박한 지구의 종말을 설파하는 강연을 하러 다닌다. 개인의 죽음, 그리고 생태계 전체의 죽음. 불가피한 죽음과 불필요한 죽음. 이 두 죽음은 우리 대부분은 이해할 수도 없고, 답할 수도 없는 질문들을 던진다. 삶의 의미란 무엇일까요,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소설은 이 막막한 질문들을 담담히, 자기연민도 과장도 없이 직시한다. 그러게요, 뭘까요, 어떡해야 할까요, 신중하게 생각을 잇듯이. 죽음은 이렇게 압도적인 질문을 던지는 동시에 구체적인 답변 또한 요구한다. 당장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까, 이 눈앞의 고통을 어떻게 할까. 저마다의 문제, 저마다의 답변, 그 무수하고 혼자인 문답들이 오간다. 그러다가 이를테면 ‘암이 나를 없애기 전에 내가 먼저 날 없애려고’ 안락사를 선택한다든가.

죽음을 앞둔 암 환자와 떠나는 안락사 여행이라는, 언제라도 심각한 사건이 벌어질 것 같은 이 상황이 대체 어떻게 되려나 싶지만, 소설은 그게 뭐 대수냐는 듯이 흘러간다. 이야기는 죽음의 무게에 압도되지 않고 그 역시 삶의 여느 한 과정에 불과하다는 듯이, 일상에서 지나치는 순간순간을 찬찬히 곱씹으며 나아간다. 소설은 스쳐가는 삶의 심상한 풍경들을 의미가 있는 듯이 의미가 없는 듯이 그려내고, 그 인생의 단면들은 쓸쓸하고, 아이러니하고, 때때로 웃긴다. 모면할 수 없는 고통 앞에서 무겁기만 할 것 같은 우리의 삶이 대체로 그러하듯이.

흩어지고 마는 나직한 목소리들
무력하고 연약한 존재들의 말소리


“각자 어떤 식으로든 감정적 소용돌이에 시달리는, 각자 가부장제 사회 속 자신의 자리로 인해 궁지에 빠지고, 고립되고, 불안하고, 혼란스러워하는, 그리고 자신들이 겪고 있는 것을 표현할 언어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자들.”(80~81쪽)

마지막 여정을 함께하는 두 여성의 우정을 그려내는 이 소설에는 여성들의 말소리가 가득하다. ‘나’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나이 들어가는, ‘잃어버린 시절’을 애도하는 여성들의 말에 귀 기울인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일어나고,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일어나지만, 내게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듯이” 나이 듦을 부인하다 불현듯 노년이 되어버린다. 여성들에게는 인생이 좀 더 “고약한 장난”을 치기도 한다. 젊음과 아름다움에 바쳐지는 상찬들, 원하든 원치 않든 쏟아지는 관심과 애정, 그러다 어느 날 문득 낯설고 새로운 사람, 누구도 주목하지 않고 누구도 ‘그런 식으로는’ 사랑하지 않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나’의 관심은 무력하고 연약한 다른 존재에게로도 향한다. 상처 입은 사람들, 외로운 사람들, 심지어 고양이에게도. 창밖으로 인파를 물끄러미 내다보다 한 사람 한 사람 얼굴을 가려내듯 소설은 스쳐가는 말소리, 흩어지고 마는 나직한 목소리를 건져내 그 고통과 상실을 어루만진다. 이들의 이야기는 잘 들리지 않는다. 평생을 적확한 단어를 찾으며 보낸 ‘나’와 ‘나’의 친구는 더 이상 언어가 중요한 뭔가를 담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때로는 힘겹게 찾아낸 언어가 상투적인 말들에 가로막히기도 한다. 암 환자들의 자조 모임에서 한 여자는 남편이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자신으로부터 해방되기를 내심 기다린다고 털어놓는다. 여자는 진실을 대면하고 용케 말로 끌어냈지만 사람들은 그의 말을 즉각 부정한다. 그런 이야기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고, 존재해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 위로가 되어주지 않더라도 우리는 진실을, 내가 지금 겪는 바를 말하기 위해 매번 고군분투한다. “말하지 않은/말할 수 없는 고통”이 거기 있고, 그것을 내가, 남이 이해해야 하기에.

타인과 함께한다는 것의 의미
누군가를 오롯이 사랑한다는 것


“세상에는 두 종류의 인간이 있다고 했다. 고통받는 사람을 보면서 내게도 저런 일이 일어날 수 있어, 생각하는 사람과 내게는 절대 저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야, 생각하는 사람. 첫 번째 유형의 사람들 덕분에 우리는 견디며 살고, 두 번째 유형의 사람들은 삶을 지옥으로 만든다.”(166~167쪽)

그렇게 고군분투하며 찾아낸 말들이 닿으려고 하는 곳은 타인이다. 우리는 각자 다른 언어를 지녔으므로, 언어는 실패하기 마련이므로, 자신이 아는 의미를 다른 이들에게는 전하지 못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조차도, 어쩌면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래서 ‘어떻게 지내요’ 하고 물으며 시작한다. 무엇으로 고통받고 있나요. 그리고 “기꺼이 마주 앉아” 낯선 외국어와 같은 그 말들을 듣는다. 그렇게 타인의 고통을 살피고 세계의 진실을 마주한다. 그러려고 애를 쓴다.

‘나’의 전 애인은 말한다. 이제 이 세계가 지속되리라는 앎은 우리에게서 사라졌다고. 파국은 바로 앞에 와 있고, 그 파국에서 우리는, 우리의 아이들은 면제되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죽어가는 ‘나’의 친구는 말한다. 내가 없는 이 세계가 이제 끝나리라는 전망이 죽음을 앞둔 자에게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은 잘못됐다고. “한없이 풍요롭고 한없이 아름다운 세상이 지속”된다는 위안마저 없다면 정말 견딜 수가 없으리라고. 그 위안 없이 우리는 제대로 살 수도, 죽을 수도 없으리라고.

‘나’와 친구는 “모든 인간 경험을 통틀어 가장 고독한 경험”이 될 죽음을 향해, 함께하지만 어느 때보다 혼자인 채로 떠난다. 그러나 그 여정 속에서 두 사람은 말조차 불필요한 강렬한 유대를 쌓고 “난파당한 후 뗏목을 타고 표류하는” 두 사람처럼 서로에게 기대게 된다. 그렇게 결국 애를 쓴다. 다른 사람에게 당신의 고통은 무엇이냐고 묻고, 가망 없는 채로도 서로를 부여잡고, 말로 할 수 없는 것을 묘사할 적확한 단어를 고르며, 애를 쓴다. 그리하여 우리 개인은 어쩔 수 없이 소멸하더라도, 한없이 풍요롭고 한없이 아름다운 세상이 언제까지나 지속되도록, 서로의 삶이 지옥이 아닌 견딜 만한 것이 되도록. 소설의 마지막은 말한다. 애를 썼다. 실패한다 한들 무슨 상관인가.

추천평

타인을 평가할 때는 그들이 겪고 있는 고난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디트리히 본회퍼의 말을 잊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이제 이 소설을 통해 알게 된 시몬 베유의 말도 함께 기억할 것이다. 이웃을 사랑한다는 것은 “당신의 고통은 무엇인가요?(Quel est ton tourment?)”라고 묻는 일이라는 것. 이 작품은 저 물음의 소설적 실천이다. 말기 암 환자인 친구가 스스로 삶을 끝내는 일의 곁을 지키는 중인 서술자는 지금 세계의 존재자들이 자신의 고통과 ‘어떻게 지내는지’를 묻기 시작한다. 지인들, 작품 속 캐릭터, 동물, 심지어 지구 그 자체에게까지.
그렇게 채집한 이야기들-‘웰다잉’에서 ‘기후위기’에 이르는-을 분방한 구조와 리드미컬한 어조로 들려준다. 통찰과 공감이 어우러진 그의 이야기를 딴짓을 해가며 듣는 일은 불가능했기 때문에 나는 근래 드문 집중력을 발휘해 이 소설을 두 번 연달아 읽었고 그러고도 성에 차지 않아 이 작가가 쓴 수전 손택 회상기까지 내처 읽었다. 뉴욕 지식인 사회 한복판에서 성장한 작가다운 날카로운 지성이 내가 동경하는 미덕인 ‘다정한 예리함’ 혹은 ‘관대한 명석함’에까지 도달해 있으니 이제 시그리드 누네즈가 쓴 모든 글이 나에게 중요해졌다. - 신형철 (문학평론가)
누네즈의 문체는 뭔가 은밀하면서도 세련되고, 엉뚱하면서도 현명하다. 필멸을 사색하는 중에도 눈을 찡긋한다. 삶은 그렇게 고통스럽고 심각하면서도, 부조리하고 코믹한 것이다. 우리 인간으로서는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지만, 그래도 얼마나 다정한가. - O, 오프라 매거진
누네즈의 이야기는 정말 단순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그것을 확장해서 가장 거대한 주제를 탐구한다. 다름 아닌 바로 이 세상에서 살아가고 죽어가는 현실, 그리고 그에 대한 우리의 감정이다. 아름다움, 우정, 자연, 예술, 이것들이 외로움과 절망을 달래주고 누네즈는 삶과 죽음을 이렇게 파고드는 중에 그 모두를 독자에게 제공한다. - 뉴욕 타임스 북 리뷰
우정과 죽음과 황폐한 세상에 관한 눈부시게 아름다운 사색적 소설…… 엄청난 슬픔을 아우르지만, 위트와 따뜻함과 인간적 공감이 충만한 소설로, 진실로 즐겁게 읽을 수 있다. - 인디펜던트
삶의 의미, 죽음의 자연스러움, 글쓰기, 우정의 목적. 간결하고 세련되고 직접적인…… 이 소설은 이렇게 수많은 고통을 앞에 두고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거대한 질문을 다루면서 또 얼마나 직설적으로 맞서는지 때로 불편하기까지 하다. 건조하게 유머러스하고 무척이나 따뜻하다. - 커커스 리뷰
글쓰기와 정신적인 삶, 나이 듦, 타자에 대한 의무에 대한 사유를…… 능숙한 솜씨로 여러 방향에서 풀어놓는…… 놀랍도록 쾌활하고 재미난 이야기. - 영국 선데이 타임스
『어떻게 지내요』는 윌리엄 포크너가 작가들에게 제시한 골대-사랑과 명예와 연민과 자부심과 연민과 희생-를 명백히 목표로 삼았고 모든 골을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누네즈의 소설은 동료애와 문학이 얼마나 커다란 위안을 주는지를 다시 한번 따뜻하게 깊이 상기시킨다. - NPR
팬데믹으로 다들 불안한 시기에 이 책은 현대의 불안감에서 한숨 돌릴 수 있게 해준다. 정서적 일관성과 간결함으로 누네즈는 혼돈 속의 공감을 우아하게 그려낸다. 이는 살아 있다는 것의 스트레스와 고독에 대한 가슴 아픈, 그러면서도 삶을 긍정하는 책이다. 우리가 아는 바의 삶의 따뜻한 초상. - 스키니
필멸이라는 주제 앞에서 물러서지 않고, 보기 드문 연민 어린 솔직함을 보여주는 『어떻게 지내요』는 마치 단비처럼 느껴진다. - 파리 리뷰
주목할 만한 삶과 죽음의 탐구인 시그리드 누네즈의 소설을 읽는 일은 고요한, 거의 명상을 하는 듯한 경험이다. 그래서 더욱 강력하다…… 유머, 그리고 기쁨과 우정의 소소한 순간의 소중함을 계시적으로 깨닫는 고마움으로 비애감이 누그러지는데, 아마 바로 지금 우리에게 가장 최선의 삶이 아닌가 싶다. - 영국 옵서버
무심해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아서 궁극적으로 맹렬한 작품…… 화자가 책에서 영화로, 다시 마주치는 사람들에 대한 예리한 사고로 재빨리 넘나들며 수없이 독자를 놀래는 이 소설은 그 행위가 대체로 내면적이다. 그와 함께 기꺼이 뜀박질을 할 독자라면 그가 제기하는 도발적 질문에 흥미가 돋을 것이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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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서로의 지옥이 되지 않기 위해서
    우리, 서로의 지옥이 되지 않기 위해서
    2021.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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