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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lo Collodi,카를로 로렌치니(Carlo Lorenz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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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志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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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나를 ‘세 걸음 위’로 날아오르게 해주었던 이야기들을 오랜만에 다시 읽었다. 흥미롭게도 이 이야기들은 내 기억처럼 보편적이지 않았다. 오늘날 쉽사리 떠올리는 환상 세계의 이미지는 많은 부분 영화에서 왔을 텐데, 그런 영화의 원전이었을 고전 동화들 또한 익숙한 이미지의 재탕이려니 섣불리 예단했다가는 흠칫 놀라게 된다. 원액답게 개성이 넘치고, 각 시대의 특수한 무늬가 새겨지고, 재치 있는 디테일로 가득한 이야기들이다. 뭉근한 단맛이 아닌 칼칼하고 또렷한 맛이다.
--- p.9 흥미진진한 우화들을 모아놓고 주인공의 강한 개성을 실 꿴 바늘처럼 이용해 종횡무진 이어붙인 피노키오의 전개방식도 대담하기 이를 데 없다. 아무 데나 잘라내어 인용해도 신기할 정도로 짜임새가 있는 에피소드들을 보면 이 이야기가 오래 살아남은 이유를 알 것 같다. 전체적으로 장편이지만 하나하나가 단편인 이 구조는 오늘날 더욱 인기를 끄는 방식이 되었다. --- pp.10-11 요즘 피노키오 같은 주인공을 내세운다면 상당수의 독자들은 그를 응원하기보다 미워할 것이다. 어린 시절의 나조차도 피노키오는 나와 너무 다른 아이라고 생각했다. 아빠가 단벌 외투를 팔아 사 온 책을 인형극을 보기 위해 팔아버리다니, 난 이렇게 무신경하지 않아. 하지만 이제 다시 읽어보니 작가는 실제의 아이를 지나칠 정도로 잘 관찰했다. 많은 아이들이 눈앞의 유혹에 빠지면 다른 문제를 잊어버리거나 합리화하고, 유혹이 사라지면 곧 후회한다. 그리고 유혹에 빠졌던 자신을 까맣게 잊는다. 애어른처럼 의젓한 어린이 인물들은 아이한테 짜증 내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독자의 입맛일 뿐, 진짜 아이와는 별로 상관이 없는 존재다. --- p.11 오래전 이미 읽은 동화를 왜 굳이 다시 읽어야 할까? 그러고 싶다면 일차적으로는 그립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다시 읽고 보면 이 이야기가 어린이 독자에게 보여주는 결, 그리고 다시 읽는 성인 독자에게 보여주는 결이 다른 것을 느끼게 된다.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 요리의 황홀함도 특별하지만, 접시 한구석의 완두콩도 남기지 않는 나이가 되고 나서야 비로소 이해되는 맛도 있기 때문이다. --- p.12 “나는 너무너무 배가 고파!” 피노키오가 말했다. “여기 이 비둘기 집에서 잠시 쉬었다 가자. 그러고 나서 내일 새벽에 바닷가에 도착할 수 있게 다시 떠나는 거야.” 피노키오와 비둘기는 빈 비둘기 집에 들어갔다. 그곳에는 물이 가득 담긴 대야 하나와 야생 완두가 담긴 바구니가 하나 달랑 있을 뿐이었다. 피노키오는 태어나서 한 번도 야생 완두를 먹어본 적도 없으면서 완두를 먹으면 구역질이 나고 속이 메슥거린다고 투덜댔다. 하지만 그날 저녁 피노키오는 야생 완두를 배가 터지도록 먹었다. 바구니에 든 완두를 거의 다 먹어치우고서 피노키오는 비둘기에게 말했다. “야생 완두가 이렇게 맛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 “다 생각하기 나름이야. 정말로 배가 고픈데 먹을 것이 아무것도 없으면 야생 완두조차 별미처럼 느껴진단다. 배고프면 돌도 씹어 먹을 수 있는 거야.” --- pp.147-148 “내일이면 너는 나무로 만든 꼭두각시가 아니라, 말 잘 듣는 진짜 아이가 되는 거야.” 간절히 바라던 말을 들은 피노키오가 얼마나 기뻤는지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다음 날 아침 경사를 축하하기 위해 요정은 피노키오 학교 친구들을 모두 집으로 초대해 근사한 아침 식사를 대접하기로 했다. 요정은 커피 우유 200잔과 양면에 버터를 듬뿍 바른 샌드위치 200개를 준비했다. 즐겁고 기쁜 날이 될 것이 틀림없었다. 한 시간도 되기 전에 피노키오는 친구들을 모두 초대했다. 어떤 친구는 피노키오를 위해 기뻐해주며 기꺼이 초대를 받아들였지만 망설이는 친구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아이들도 버터를 양면에 바른 샌드위치를 커피 우유 적셔 먹을 수 있다는 말에 ‘우리도 축하해주러 갈게’라고 했다. 하지만……. --- p.1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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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피노키오’의 진면목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주인공으로 너무도 유명한 환상 문학의 고전 『피노키오』가 ‘걸 클래식 환상 컬렉션’의 한 권으로 번역되었다. 거침없는 상상력으로 엮어낸 이 동화에서는 생생한 캐릭터의 힘와 유머, 문학적으로 혁신적인 구조, 당대에 대한 날카로운 현실인식을 동시에 볼 수 있다. 어른이 되어 다시 읽는 고전에는 어린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나를 함께 느끼게 하고, 생각해보게 하는 힘이 있다. 나무로 만든 인형 피노키오가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진다는 것이야 너무도 유명하고 아이콘적인 이야기이지만, 어른이 된 독자에게는 아주 오래전의 낡은 기억이거나, 실제 원전을 읽어본 적은 없는 피상적인 비유의 대상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 원전의 책을 펼쳐 실물을 만나 본다면? 이 작품이 어째서 백 년 넘게 이토록 강렬한 이미지를 남겼는지, 그리고 그것만으로는 알 수 없는 매력적인 디테일이 얼마나 많은 책인지를 금방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단지 추억 속 한 장면 같던 고전들이 이제 어린 나와 지금의 나를 화해시키고 한동안 잊고 있었던 순수와 상상력을 자극한다. 고전은 영원히 새롭게 읽을 수 있다. 그 많은 가능성 속에서 우리는 100년 넘게 사랑받은 문학의 무한한 가치를 재발견하게 된다. 대담하고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와 전개 1881년 처음 연재 당시에 『피노키오』는 총 15장 분량이었고(현재는 36장) 피노키오가 사람이 되지 못한 채 나무에 매달려 죽는 결말로 끝이 났다. 그러나 피노키오를 계속 보고 싶다는 어린 독자들의 요청이 쇄도하자 콜로디는 2년에 걸쳐 이야기를 더 쓴다. 그리하여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피노키오』가 탄생했다. 피노키오의 전개 방식은 대담하기 이를 데 없다. 이번 ‘환상 컬렉션’의 서문을 쓴 판타지 문학의 거목 전민희 작가의 평대로 마치 “주인공의 강한 개성을 실 꿴 바늘처럼 이용해 종횡무진 이어붙인” 듯한 그 에피소드들은 “아무 데나 잘라내어 인용해도 신기할 정도로 짜임새가 있다”. 캐릭터들 또한 뻔뻔스러울 만큼 당당하고 생동감이 넘친다. 눈앞의 유혹에 빠지면 다른 문제를 잊어버리거나 합리화하고, 유혹이 사라지면 곧 후회하는, 유혹에 빠졌던 자신을 까맣게 잊는 『피노키오』 속의 아이들은 결코 어른들이 바라는 ‘어린이’ 혹은 ‘타인’의 입맛대로 순순하게 굴지 않는다. 그 묘사에는 실제의 아이를 잘 관찰하고 이를 사회에 대한 풍자적 우화로 담아낸 작가의 날카로움이 담겨 있다. 당대 이탈리아와 인간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현실인식 『피노키오』의 작가 콜로디는 이탈리아 독립과 통일의 열정적인 지지자였다. 그는 1, 2차 이탈리아 독립전쟁에 모두 참전했고 ‘어둠을 밝히는 밝은 빛과 같은’ 신문을 만들겠다는 취지 아래 직접 독립신문을 창간하기도 했다. 를 창간했다. 토스카나 공작의 검열로 얼마 후 발행을 멈춰야 했지만 굴하지 않고 두 번째 독립신문을 다시 창간했고 그 지면에 자신의 정치적 사상을 담은 희곡과 풍자글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콜로디라는 필명을 사용했다. 정치 간행물에 풍자글을 쓰던 콜로디가 아동문학 작품을 쓰게 된 것은 동화 번역을 시작하면서였다. “옛날 옛적에…….”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피노키오』는 전통적인 동화처럼 보이지만, 공주도 왕자도 기사도 등장하지 않는 이 작품에는 사실 이탈리아 통일 이후 급격한 변화가 불러온 사회 문제와 빈곤 등이 비유적으로 그려져 있다. 콜로디는 동화의 형식을 빌려 당시 사회상을 담은 글을 썼다고도 볼 수 있다. 수없는 영감과 각색의 원천이 된 환상동화의 고전 『피노키오』는 1940년에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로 제작되어 주제곡 「When you wish upon a star」가 이후로도 디즈니의 로고송 멜로디로 남을 만큼 큰 인기를 끌었으며 이후로도 여러 차례 영화화되었다. 300여 개 언어로 번역된 『피노키오』는 전 세계에서 8000만 부 이상 팔리며 세기의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다. 가장 최근에는 『판의 미로』, 『퍼시픽 림』, 『셰이프 오브 워터』 등으로 이제는 세계적 거장의 반열에 오른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만들고 케이트 블란쳇, 틸다 스윈튼, 유안 맥그리거 등이 출연작하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영화로 각색되어 2021년 중 넷플릭스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여성 번역가가 현대적인 감각으로 옮긴 이탈리아어 원전 완역본 수십, 수백 년 전에 출간된 작품들이라도 번역가가 얼마나 고민하고 어떻게 작품을 대하느냐에 따라 작품이 우리에게 얼마나 다르게 와 닿는지 확인할 수 있다. 지금의 독자들에게 맞게 현대적 언어로 번역하였고 주인공들의 고유한 목소리를 살리고자 노력했다. 이번 환상 컬렉션의 『피노키오』는 원어인 이탈리아어에 능통한 여성 번역가 김지우가 원본을 저본으로 삼아 정확하고 완전한 번역을 기했다. 맥락상 직설적인 표현이 필요할 때를 제외하고는 성별과 나이를 비하하는 단어나 고전 특유의 낡은 표현은 가급적 지양했다. 원전의 맛을 왜곡하지 않으면서도 언어적, 문화적 한계와 편견에 대한 현대적 성찰과 합의를 반영하고자 했다. 특별한 시리즈 서문과 아름다운 표지 일러스트로 높인 소장 가치 이번 ‘걸 클래식 환상 컬렉션’에는 『세월의 돌』 이래로 한국 판타지 문학 1세대를 대표하는 동시에 『룬의 아이들』 시리즈 등으로 인기를 누려온 작가 전민희의 서문이 실려 있다. 또한 선명한 붉은 컬러로 『피노키오』의 세계를 표현한 권서영 작가(tototatatu)의 표지 일러스트는 첫눈에도 강렬하지만, 작품 속에 등장한 캐릭터와 요소를 요목조목 한껏 표현해 오랫동안 들여다보아도 하나하나 발견해가는 즐거움이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