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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car Wil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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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높은 기둥 꼭대기에 행복한 왕자의 동상이 서 있었어요. 왕자의 온몸은 순금으로 금박이 입혀져 있고, 두 눈은 반짝이는 사파이어로 되어 있고, 칼자루에는 큼지막한 붉은 루비 하나가 박혀 빛나고 있었어요.
사람들은 행복한 왕자를 볼 때마다 탄성을 질렀어요. --- p.4 제비가 날개를 미처 펴기도 전에, 세 번째 물방울이 떨어졌어요. 제비는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보았어요. 아……! 정말 뜻밖의 장면이 보였어요. 행복한 왕자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다 못해 황금 뺨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어요. 달빛에 비친 왕자의 얼굴이 너무나 아름답고 슬퍼 보여서 작은 제비는 마음이 아팠어요. “당신은 누구세요?” 제비가 물었어요. “나는 행복한 왕자란다.” “그런데 왜 눈물을 흘리고 있나요?” 제비가 물었어요. “당신 눈물에 내가 흠뻑 젖어 버렸잖아요.” --- pp. 9~10 “좋아요. 당신 곁에 하룻밤만 더 있죠. 또 루비 하나를 갖다 주면 되나요?” 정말로 마음씨가 착한 제비가 말했어요. “아, 이제 루비는 없어. 남은 건 두 눈뿐이야. 내 눈은 천 년 전 인도에서 가져온 희귀한 사파이어란다. 눈 하나를 뽑아서 젊은이에게 가져다주렴. 그걸 보석상에 팔면 장작도 사고, 희곡도 완성할 수 있을 거야.” 왕자가 말했어요. “사랑하는 왕자님, 그렇게 할 수는 없어요.” 제비는 훌쩍거리기 시작했어요. “제비야, 제비야, 귀여운 제비야! 내가 시키는 대로 해 줘.” 왕자가 말했어요. 하는 수 없이 제비는 왕자의 눈을 뽑아서 젊은이가 사는 다락방으로 날아갔어요 --- p.28 “사랑스럽고 귀여운 제비야! 참 신기한 이야기들이구나. 그렇지만 인간이 당하는 고통보다 더 놀라운 건 없단다. 비참함보다 더 큰 신비는 없지. 귀여운 제비야, 이 도시를 날아다니며 네가 본 것들을 말해 다오!” 그래서 제비는 큰 도시 위로 날아올랐어요. 부자들은 으리으리한 집에서 즐겁게 먹고 마시는데, 거지들은 그 문 앞에서 구걸하는 모습이 보였어요. 음침한 골목을 따라가니 굶주린 아이들이 창백한 얼굴로 깜깜한 골목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것도 보였지요. --- p.36 하지만 제비는 자기가 곧 죽는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남은 힘을 다해 마지막으로 왕자의 어깨 위로 날아올랐어요. “사랑하는 왕자님! 잘 있어요. 마지막으로 당신의 손에 입 맞춰도 될까요?” 제비는 힘없는 소리로 말했어요. “귀여운 제비야, 네가 드디어 이집트로 떠난다니 기쁘구나. 여기에 너무 오래 있었지. 내 입술에 입 맞추렴. 난 널 사랑하니까.” 왕자가 말했어요. “제가 가는 곳은 이집트가 아니에요. 죽음의 집으로 가요. 죽음은 잠자는 것과 다르지 않을 거예요. 그렇죠?” 제비가 말했어요. --- p.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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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왕자의 황금 입술이 나지막이 속삭이면
심부름꾼 제비는 불안한 듯 지저귄다! 슬프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는 오랜 여운을 안겨 줍니다. 불운하게 삶을 마감했던 아일랜드의 위대한 작가 오스카 와일드의 『행복한 왕자』가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19세기 말 자신의 두 아이에게 들려주기 위해 오스카 와일드가 쓴 이 동화는 백여 년이 훌쩍 지난 오늘날까지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고 있습니다. 그동안 헤아릴 수조차 없을 만큼 수많은 화가가 『행복한 왕자』에 삽화를 그렸습니다. 그중에서도 오노레 상, 볼로냐 아동도서전 그래픽 상 등을 수상한 프랑스의 대표 화가인 조르주 르무안은 섬세하고 서정적인 그림으로 이 아름다운 이야기를 한층 더 감동적으로 만들어 줍니다. 그는 『행복한 왕자』의 의미를 재해석해 그림 속에 표현했습니다. 사실적인 그림 속에 함축적인 의미를 담아냄으로써 작품을 보다 돋보이게 합니다. 또한 조르주 르무안은 오스카 와일드를 『행복한 왕자』의 도시에 옮겨 놓았습니다. 장발에 수염 없이 매끈한 턱, 눈에 띄게 큰 키, 모피 코트와 벨벳 재킷을 입고 단춧구멍에 꽂고 다니는 꽃, 지팡이에 이르기까지 독특하고도 화려한 차림새로 당대에 유명했던 오스카 와일드를 책 속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광장 한복판에 사파이어와 루비로 치장된 행복한 왕자의 동상이 도시를 굽어보며 서 있습니다. 번쩍거리는 금박이 입혀진 행복한 왕자의 동상을 보는 사람들은 누구나 탄성을 낼 수밖에 없었지요. 하지만 행복한 왕자는 사람들의 생각처럼 행복하지 않습니다. 물론 살아 있을 때 호화로운 궁전에서 근심 걱정이라곤 모르고 즐겁게 지냈지만, 죽어 동상이 된 뒤에는 도시의 어두운 면면을 보며 눈물이 마를 날이 없습니다. 겨울이 다가오는 어느 날, 갈대와 사랑에 빠져 친구들과 제때 따뜻한 이집트로 떠나지 못한 제비 한 마리가 행복한 왕자의 도시에 날아옵니다. 동상 곁에서 하룻밤 쉬어 가려던 제비는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는 왕자와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왕자의 간절한 부탁에 제비는 도시에 하룻밤 머물며 움직이지 못하는 왕자를 대신해 심부름을 하기로 마음먹습니다. 그렇게 하루, 또 하루가 갑니다. “제비야, 제비야, 귀여운 제비야. 내 부탁을 들어주지 않겠니?” 제비는 헐벗은 사람들에게 선물을 가져다줍니다. 아픈 아들을 둔 재단사, 굶주림과 추위에 쓰러진 젊은이, 성냥을 파는 소녀…… 이들에게 제비가 가져다준 선물은 다름 아닌 행복한 왕자의 몸에 장식된 사파이어와 루비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온몸을 덮고 있는 금박을 떼어내 사람들에게 나누어 줍니다. 행복한 왕자의 금박을 받은 사람들은 절망과 고통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의 희망을 찾습니다. 행복한 왕자는 이렇게 사람들에게 사랑을 나누어 주면서 마침내 진정으로 행복한 왕자가 됩니다. 하지만 황금빛으로 빛나던 왕자의 동상은 초라한 잿빛 동상이 되고 두 눈마저 잃어 앞을 볼 수 없게 됩니다. 왕자의 고귀한 마음에 감동해 심부름을 하던 제비도 도시에서 겨울을 맞이합니다. 두 눈을 잃은 왕자의 눈이 되어 주기로 한 것이지요. 그리고 결국 왕자의 발아래에서 싸늘히 식어 숨을 거둡니다. 사람들은 초라해진 왕자의 동상과 제비의 시체를 보고는 화를 내며 서둘러 치워 버립니다. 그러나 행복한 왕자와 제비의 영혼은 하느님의 축복을 받게 되지요. 『행복한 왕자』는 오늘날도 여전히 심각한 사회문제인 빈부 격차를 단적으로 보여 주고 있습니다. 도시의 한쪽 구석에는 가난으로 오렌지 한 알도 먹지 못하는 아이, 굶주림과 추위에 떨며 다리 밑에서 서로 부둥켜안고 온기를 나누는 어린아이들이 있습니다. 그 반대편에는 먹고 마시며 풍족하게 살아가는 부자들이 있지요. 납덩어리 심장을 가진 동상과 철새인 제비마저도 불쌍함을 느끼고 눈물을 흘리는데, 이들은 거지들이 문 앞에서 구걸을 해도 돌아보지 않습니다. 나눔 없는 이기심은 고통과 절망, 불행만을 낳지요. 예술의 아름다움을 추구했던 작가 오스카 와일드는 『행복한 왕자』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쓸모없는 아름다움은 아름다움이 아니라고 말이지요. 살아 있는 동안 모든 것을 누렸던 왕자는 죽어서 순금과 보석으로 온몸을 치장했지만, 이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어놓습니다. 아름답게 쓸모를 다하고 떠난 것이지요. 참새들의 부러움과 감탄을 샀던 잘생긴 제비 또한 처음에는 이집트로 떠나려고만 했지만, 마지막까지 왕자의 곁을 지킵니다. 행복한 왕자와 제비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진 동정심과 사랑은 나눔을 넘어선 희생으로 연결됩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작은 행복과 희망을 되찾았지요. 세상을 아름답게 밝힌 행복한 왕자와 제비는 차가운 겨울, 딱딱하게 언 사람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녹여 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