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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좋은 몇 가지 이유
이필수 저
bookin(북인) 2021.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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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세계 시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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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부
작설차 · 13
오늘이 좋은 몇 가지 이유 · 14
공회전 · 15
무용지물 · 16
점이 · 17
말들이 날아다닌다 · 18
눈 먼 가로등 · 19
어머니 · 20
낙화 · 21
암향부동 · 22
엄마의 함지박 · 23
흔적 · 24
수렴청정 · 25
그 집 1 · 26
가면 · 27
그 집 2 · 28

2부
그날 · 31
인연 · 32
기다림 · 33
이석증 · 34
목백일홍 · 36
강지원 · 37
섬진나루 · 38
희망연대기 · 39
바다로 사는 일 · 40
탈고할 수 없는 시 · 41
너만 보인다 · 42
나만 보인다 · 43
그땐 그랬지 · 44
버킷리스트 · 45
십리 벚꽃길 · 46

3부
섬진강 · 49
평사리 단상 1 · 50
삼태다원 그 사내 · 51
평사리 단상 2 · 52
선거유세장을 지나며 · 54
흐려서 선명해지는 · 55
수해복구 · 56
행복한 위장 · 57
불치(不治) · 58
홍시 · 59
화석 · 60
‘잘’에 대한 경배 · 61
사는 게 별 거지 · 62
도반 · 63
민달팽이 · 64
월척 · 65

4부
그곳에 간다 · 69
예측불허 · 70
노을 · 72
앞산에 젖다 · 74
희망사항 · 76
손주들 · 77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 78
격리 · 79
아직 덥다 · 80
어떤 날 · 81
기는 놈 · 82
어젯밤 이야기 · 83
Human · 84
강서방 · 85
꽃이 피었다고 다 봄이던가요 · 86

해설 일상에서 기적을 보는 무한긍정의 힘 / 김남호 · 87

저자 소개 1

♠ 2010년 계간 《제3의문학》 등단 ♠ 저서 『오늘이 좋은 몇 가지 종류』, 『온통 붉은 진심』 ♠ 전) 하동문인협회 회장 역임 ♠ 현) 이병주문학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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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2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104쪽 | 168g | 153*224*7mm
ISBN13
9791165121372

책 속으로

오늘이 좋은 몇 가지 이유

기지개를 켜며 사지를 쭉 뻗을 수 있어서
손끝에 힘줘 머리 밑을 박박 씻을 수 있어서
오른손 왼손 번갈아 머릴 말리고
따뜻한 물 한 잔 건네며 아침 인사를 하고
시래깃국 끓일 수 있는 저녁이 있어서

국정을 농단할 힘은 없지만
어두우면 밝힐 수 있는 촛불이 있어서

더하지만 말고 빼보면 안다지
행복이 바로 곁에 있다는 것을
누진세 없는 행복 맘껏 누릴 수 있어서

뭐든 희망할 수 있는 내일을 꿈꾸며
몇 십 년을 갈아도 무디기만 한 시심(詩心)이
어느 순간 돌연 탁 튈 것 같은 기대로 가득 찬
그런 오늘이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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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렴청정

엄마는 그랬다
무능한 군주를 왕좌에 앉힌 엄마는
수렴청정하듯 모든 걸 해치웠다
병명도 알 수 없는 군주의 병수발이며
이고 또 지고 나른 일상들이며
여섯이나 되는 자식을 밑천이나 되는 듯
몸빼 속에 여성을 감추고
투사처럼 해치웠다
무능한 군주 무엇으로 약발을 받았는지
거동할 기운 생기면
어김없이 드나들던 서포집
해질녘이면 아버지 모시러 가기 싫어
동생과 실로 사투를 벌였지
친구들이 볼까
안도보다는 늘 불안함이었던
취한 아버지 모시고 오던 길
아버지라는 이름만으로 군주가 될 수 있었던 그때
수렴청정 끝내 내려놓지 못하신 어머닌
뭇내 나는 가난을 말리며
박꽃처럼 웃으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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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위장

갑자기 손주가 온다고 전화가 왔다
어젯밤 사소한 일로 다툰 우리 부부는
싸움부스러기를
위장하고 덮느라 바쁘다

사소한 일에 발끈하곤 하던 내가
어젯밤에도 사소한 일에 목숨을 걸었다
잘 먹지 않은 화장처럼 불편한 심기는
손주가 온다는 전화로 일단락되고
언제 그랬냐는 듯 신이 난 남편을 보니
따라서 슬그머니 평화로워진다
치약 짜는 일까지 다른 우리가
손주 앞에선 하나가 된다

손주를 어르던 옆집 할배 말이 생각난다
자식이 이렇게 예뻤으면 열도 더 낳았겠다!
경우의 수는 없다
몰빵이다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일상에서 기적을 일구는 무한긍정의 힘을 보여주는 이필수 시인의 첫 시집

2010년 계간 『제3의문학』 신인상을 받았고 현재 한국문인협회 하동지부장으로 활동 중인 이필수 시인이 시 등단 11년 만에 첫 시집 『오늘이 좋은 몇 가지 이유』를 출간했다.
이필수 시인의 시집 해설을 쓴 김남호 문학평론가는 “무릇 시인은 바보다. 현실적인 이해관계에 어둡고 감정이 앞서서 결코 이성적이지 못한 인간형이 시인이기 때문이다. 이필수 시인도 예외가 아니다. 그도 대책 없는 바보다. ‘엄마’ 바보고, ‘손주’ 바보고, ‘희망’ 바보다. 그런 만큼 이필수의 첫 시집 『오늘이 좋은 몇 가지 이유』는 엄마에 대한 절절한 회한과 손주들에 대한 지극한 사랑과 희망에 대한 대책 없는 긍정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좋은 시는 비극적 상황에서도 비극으로 떨어지지 않고 바닥을 치면서 그 탄력으로 다시 더 높게 튀어오르는 시다. 이필수의 좋은 시가 빛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그의 표제시 「오늘이 좋은 몇 가지 이유」가 좋은 예이다. 오늘이 좋은 이유는 특별한 일이 기다리고 있어서가 아니다. 아무런 일이 없어서다. 집안이 무사하고 나와 가족이 건강하다는 것, 아무리 누려도 줄지 않는 행복이 바로 내 곁에 있다는 것, 어쩌면 내일은 멋진 시가 써질지도 모른다는 기대로 부푼다는 것, 이게 바로 기적이다.
일상에서 기적을 보는 시인의 사유는 세상에 대한, 그리고 삶에 대한 무한긍정에서 기인한다. 그리고 이 긍정의 힘은 어느 날 불쑥 생겨난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인생 그거 벌 거 아니다”라고 말하며 인생을 통째로 퉁칠 때 시인은 “인생 참 별 거더라”(「사는 게 별 거지」)며 하루하루를 나누어 금을 매긴다. 시인에게는 순간순간이 모두 별 거고 사사건건이 모두 별 거다. 그에게 별 거 아닌 건 없다. 일상의 기적은 바로 범사(凡事)에 감사하는 그 믿음이 만든다.
그에게 “오늘이 좋은 이유”는 곧 “내일이 좋은 이유”로 이어질 것이고, 나아가 “이번 생이 좋은 이유”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들은 너무도 사소하고 흔해서 쉽게 사라지지도 않을 것이다. 이 세상을 천국으로 만드는 사람은 훌륭한 정치가나 위대한 사상가가 아니다. 길가에 지천으로 핀 들꽃에다 힘들여 물을 길어다주는 바보처럼, 사소하고 미미하고 흔한 일상을 아끼고 지키고 가꾸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일이 천직이라고 믿는 사람이 시인이다. 이필수 시인도 예외가 아니다. 그도 대책 없는 바보다.
하동의 선배시인 최영욱 시인(박경리문학관장)은 “등단 10년을 훌쩍 넘기고 첫 시집을 상재하는 시인, 이런 과작(寡作)도 드물 터이다. 한 생애를 정리하는 듯, 또는 생의 매듭 하나를 풀어내는 시집이자 다시 시작하고자 하는 시집일 것이다. ‘뭇내 나는 가난을 말리시며 박꽃처럼 웃으셨’던 어머니에 대한 회고는 아련한 아픔으로 펼쳐내고, 손녀에 대한 황홀함은 ‘단단한 희열’이다. 아픔과 희열이 교차하는 가족사를 벗어나면 ‘봄볕의 눈동자조차 녹이고야 마는/ 시퍼런 향기 한 모금’의 지리산이 키운 곡진한 차향이 진동을 하고, ‘추수가 끝나야 비로소 평사리 문장이 시작되’는 큰 산 아래 큰 들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은 은일하여 아름답다”라는 말을 건네며 이필수 시인의 첫 시집 출간을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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