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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북극곰의 외출
양장
김혜원 글그림
고래뱃속 2022.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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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그림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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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상디자인을 전공하고 그림책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그림책 『아기 북극곰의 외출』, 『고양이』, 『정말 멋진 날이야』를 지었고, 『빨간 조끼 여우의 장신구 가게』, 『풍덩 공룡 수영장』, 『여름방학 제주』, 『누가 올까?』 등 여러 책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세 친구』에서는 울타리를 넘어 낯선 세상으로 모험을 떠나는 새끼 염소, 아기 양, 송아지를 응원하는 마음을 그림책에 담았습니다. 천진난만한 세 친구의 순수한 우정이 우리의 마음을 환하게 비춰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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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5월 02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44쪽 | 358g | 217*259*9mm
ISBN13
9791190747745
KC인증
kc마크 인증유형 : 적합성확인

출판사 리뷰

지금 내 품에 안긴 소중한 것들은
어떤 이야기를 간직한 채 이곳에 닿았을까?

소녀의 이야기 ‘너의 슬픔을 보았어’


정말 추운 하루였어.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북극이 생각날 정도로. 그렇지만 아무리 추워도 장난감 가게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 오늘 따라 창문 너머를 꼭 보고 싶었는데, 과연 거기에 처음 보는 니가 있었어. 너는 구석 자리에 웅크려 있었지만 나는 단번에 알아보았어. 수많은 인형들 속에 가장 조그마하게 외따로 앉은 너를 꼭 안아 주고 싶었던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어. 얼마 전 보았던 다큐멘터리 때문이었을까. 황량하고 드넓은 대지를 혼자 걸어가는 북극곰을 보았거든. 바람 소리, 차가운 공기, 가도 가도 끝이 없을 것 같은 땅, 녹아내리는 얼음, 성난 바다의 노래가 가득한 곳에서 자꾸만 나를 돌아보는 곰에게 “어디로 가는 거니?” 묻고 싶었거든. 어쩌면 너는 그 멀고 추운 길을 걸어 나에게 닿은 것은 아닐까? “아기 곰아!” 하고 나지막하게 너를 불러 보았어. 그 순간, 할 말이 가득해 보이는 너의 눈빛이 커다란 얼음 섬처럼 일렁이며 빛났어. 이제 내 손을 잡아. 그리고 긴긴 너의 이야기를 들려줘.

아기 곰의 이야기 ‘너의 손을 잡았어’

내가 살던 곳은 얼음이 늘 가득했어. 하지만 엄마와 지내던 굴속은 정말 포근하고 따뜻했지. 엄마는 혼자서는 절대로 굴 밖에 나가선 안 된다고 하셨지만, 얼음 녹는 소리가 뽀지직 나고 짭조름한 바람이 실려 오면 내 마음은 한껏 부풀었어. 아직도 잊을 수 없어. 엄마와 헤어지던 날을. 엄마가 먹이를 구하러 간 사이에 정말 잠시만 외출을 다녀오려고 했거든. 조용히 멀어지던 엄마의 뒷모습이 마지막일 줄 알았다면 굴 밖을 나서지 않았을 거야. 하지만 깨달음은 항상 늦지. 그때는 놀라운 세상이 온통 전부였고 나는 겁도 없이 끝도 없이 멀리로 나아갔어. 처음 넘실대는 바다를 보았을 때는 얼마나 벅찼는지 몰라. 나도 모르게 얼음 조각을 건너 바다 한가운데에 닿았으니까. 더 이상 엄마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깨달았어. 다시는 엄마 품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갑자기 바다도 하늘도 거대해졌어. 두려웠고 외로웠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디로 가야 할지도 알지 못했어. 차라리 사라지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 점점 얼음처럼 변해 가던 그때 “아기 곰아!” 하고 나를 부르는 소리를 들었어. 엄마처럼 따뜻한 목소리에 감은 눈을 떠 보았어. 거기에 손을 내밀어 주는 니가 서 있었어.

고독한 길을 걸어가게 해 주는 따뜻한 기억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어린 아기로 태어납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몸과 마음이 자라면 안락한 품이 답답한 울타리로 변하고 그 너머를 꿈꾸게 되죠. 스스로의 힘으로 걷기 시작한 길의 초입에는 달뜬 호기심과 생기가 가득해 자꾸만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싶습니다. 그러다 길을 잃는 순간, 이미 너무도 멀리 와서 홀로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삶의 여정이 계속될수록 길은 혹독하고 발걸음은 지칩니다.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고독한 길을 그래도 다시 걸어 나갈 수 있는 건 온전히 사랑받은 따뜻한 기억들 때문입니다. 다리가 아파 잠시 쉴 때도, 여우를 만나 숨을 때도, 차가운 바다 위에서 잠이 들 때조차도 엄마 곰의 형체가 아기 곰의 곁을 지키듯 말입니다. 이 밤, 아기 곰을 품에 안은 소녀에게도 먼 훗날 홀로 길을 떠날 순간이 찾아올 것입니다. 그리고 무릎이 꺾이도록 힘이 드는 어느 날, 서로의 품에 안겨 완전하게 따뜻했던 이 순간을 기억할 것입니다.

덤덤함이 먹먹함으로 번지는 김혜원 작가의 세계

김혜원 작가의 이야기는 섬세하고 정갈합니다. 정성스럽게 눌러 담은 질감과 감정을 깊이 울리는 색감은 천천히 우리의 감각을 깨우는 힘이 있습니다. 거대한 얼음의 능선, 초록빛 신비스러운 바다, 푸른 빙하와 타는 듯한 하늘, 검은 물 위로 쏟아지는 얼음 빛 별들을 만나며 우리는 맡아 보지 못한 북극의 냄새를 맡고 온몸이 쨍해지는 냉기를 느끼고 눈이 시린 고요를 듣습니다. 무엇보다 같은 공간을 무한히 깊고 너르게 만드는 작가의 담담한 수평선들은 장면 장면에 머무르는 동안 시간을 천천히 흐르게 해 줍니다. 『아기 북극곰의 외출』과 『정말 멋진 날이야』에서 작가는 삶과 죽음이 맞닿아 구별되지 않는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아기 곰이 죽었다고 해도, 살아 있다고 해도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이어지지만 덤덤하게 살아 있음을 생각하다가도 먹먹하게 죽었음을 상상하게 됩니다. 김혜원 작가의 세계에서는 아픈 이별도 벅찬 만남도 삶과 죽음도 야단스럽지 않기에 더욱 형형하게 마음에 번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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