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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1부 이야기가 있는 소묘 10 이야기가 있는 소묘 12 피어나는 마아용 분딱 16 세상은 아직 살 만하다 18 망나오 해안가 20 버스를 타며 22 아름다운 세상 24 오이 같은 싱싱함 아삭 씹히던 날 27 고향의 봄, 어떤 이야기 28 미모사 30 다시 더 사랑하기 32 공사 현장에서 34 아담과 하와 38 볼리바드를 산책하며 2부 붉은 눈물 한 방울 42 못다 한 말 44 그림자가 순간 사라져버리듯 46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는 걸 47 마음은 48 쑥떡 50 꽃, 그리고 선물 52 사월 필리핀에서는 54 겹씨 하나 56 귀가 57 컨테이너 식탁 58 Spring in Hometown: A Story 59 이제 황혼이다 60 붉은 눈물 한 방울 62 비 63 어느 해 십일월의 밤 깊다 64 외로움 3부 삶은 두 방향 길 68 진갑의 샐비어 가을 70 RETURN 73 축복이란 74 사랑 76 마지막 잎새의 편지 78 내 인생에 11월이 오기 전에 79 삶은 두 방향 길 80 몸에게서 배운다 82 때로는 야생화처럼 살 일이다 84 하루 85 소망 86 침묵 88 속 깊은 울음 89 별꽃 90 환희 4부 홀로 떠난 여행 92 나의 투박한 삶도 93 사랑일 게다 94 행복 96 함께 부를 노래 98 시월에 100 저녁 바다, 아침 바다 102 고향 1 103 고향 2 104 설움이 나를 울릴 때 106 자연 온수 107 꽃잎으로 피어나거라 108 홀로 떠난 여행 1 110 홀로 떠난 여행 2 111 홀로 떠난 여행 3 112 홀로 떠난 여행 4 117 에필로그 |
이희복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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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널찍한 잎 위로
한 소절 빗방울 소나타 한달음에 달려온 바람, 가시철망에 널린 옷가지들 새파란 춤을 추게 하고 아이들 젖은 몸이 검은 보석인 양 빛나는 오후 숭어리 숭어리 길옆 붉은 봉숭아 반기는데 어린 시절 내 어머니 날 데려가신 꽃밭 아, 그 시절 눈에 밟혀 긴 머리 꽁꽁 묶어주시던 ---「이야기가 있는 소묘」중에서 센터 앞 천지가 이 풀들이다 곳곳에 신경줄 뿌리를 내리고 있다 작은 터치에도 오그라드는 이파리를 보고 문득 밀어 올려지는 생각 한 줄기 내 안에도 이런 반응이 필요하다 휘저어 놓고 싶은 감각의 흐름 너무 오래 무뎌져 있었다 필리핀에 와서 지천에 널린 미모사 한 뿌리를 내 몸에 가만 옮겨 심는다 방울새 소리 통통 튀어 깔리는 울림 다시 살려내 주님을 처음 만났던 시절 그리워 그 여린 기억들 하나님은 되살려주실까 ---「미모사」중에서 새벽에 일어나 볼리바드 해변을 걷는다 태양을 쏘아 올린 바다와 검게 그을린 육지가 잇대어져 경계가 없는 그곳 다른 피부색 다양한 연령층 사람들이 보폭을 달리하며 양방향 새벽빛 미소를 주거니 받거니 바다에 정박한 여객선들 해안가를 따라 카페와 음식점들 일제히 새를 기다리고 있는데 어느새 나는 새가 되어 길게 해안가를 걷다가 해안보다 더 길어진 나의 목 몇 주름 잡혀 썰물이 되고 접혔던 날개 펴며 또 펴며 떠나간다 멀리 *필리핀 네그로스 오리엔탈 섬의 두마게티 시에서 가장 가까운 해안가 ---「볼리바드 Boulevard*를 산책하며」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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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의 말
2010년에 첫 시집을 냈지만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다시 십여 년을 기다려 또 한 권을 엮어 내보낸다. 문학적 기대가 실망으로 이어질지라도 게으름과 핑계는 금물이다. 건조한 삶 또한 나를 지탱하는 더 이상의 힘이 될 수는 없다. 그새 많은 변화가 있었다. 두 딸의 결혼과 함께 사랑하는 손주들도 둘씩이나 생겨났다. 작품 중에는 라희와 라온, 영은과 영민을 소재로 한 시들도 있다. 산소 같은 이 아이들이 자라는 것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며 행복이다. 이들이 없었다면 나의 삶은 얼마나 더 척박했을까. 광야 같은 세상에 내가 숨통 트고 살아가는 이유다. 육십 중반에 접어든 나이에 두 번째 시집을 세상에 내놓는다. 결과는 과정의 연속일 뿐이다. 비록 완성된 작품이라 자신하지는 못할지라도 살아온 인생의 무게를 담고자 했다. 관계의 향상 역시 소중한 일이다. 이미 문우들 곁을 떠나신 선생님들께 천국의 안부를 여쭙는다.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여러 해 문자를 보내준 도서출판 ‘청어’ 이영철 사장님께 감사한다. 인생의 후반기를 새롭게 시작하고자 부부 선교사로서 새 삶을 한 발자국씩 찍어나가고 있다. 소명을 받아 걷는 삶이라지만 절대 녹록지만은 않은 길이다. 누군가는 앞서 걸었을 이 길에 막차를 잡아탄 기분이랄까. 공적인 사역과 달리 개인사에서만큼은 앞서가는 사람이라기보다는 평생 뒤처져 쫓아만 갔던 나의 삶을 그분은 어떤 얼굴로 바라보고 계실까. 인생은 육십부터라고 힘주어 설파했던 노철학자의 말에 다시 용기를 내본다. 2022년 10월 이희복(효록 曉鹿)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