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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국경의 꽃 8
2. 비린내 42 3. 길 76 |
中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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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구름을 밀고 가는 하늘 빗금 그으며 곤두박질치는 별 하나 날 선 눈빛으로 노려보는 휴전선 여러 겹 철조망으로 촘촘히 둘러친 아무도 들어갈 수 없는 섬 아닌 섬 젊은 병사의 눌러쓴 철모 위로 한 무리 철새가 줄지어 날아갔다 산등을 밟고 넘어온 달빛이 기척 없이 들어와 물결 일렁일 때 비무장지대에 눈꽃이 한가득 피었다 바람 불어 마음이 휘어져도 잔설이 남은 산골짝 봄은 멀었는데 새소리는 어디서 날아왔을까 이별이 손을 흔드는 해 질 무렵 연신 외로움이 경계선을 뚫어도 저녁노을은 하늘 끝으로 번졌다 전쟁의 얼룩이 남아있는 비무장지대 침묵이 녹슨 철조망을 감아 조이면 눈빛으로 인연을 묶는 영혼은 긴장이 도진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기억 속에 선명하게 새겨진 두고 온 고향이 그리운 국경 어둠이 보슬비처럼 내리면 언제나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인가 병사는 두려움 대신 숨을 죽였다 발자국 없이 불모지를 밟고 온 밤바람이 초병의 가슴을 헤집어도 물 같은 어둠이 흘러 끝없이 흘러 저 혼자 홀쭉해진 하현달 달빛은 메마른 나뭇가지를 비켜 누가 보건 말건 무단 침입했다 2 오직 하나 통일을 기다리는 병사의 총검이 섬뜩하게 빛나도 지난 세월이 고스란히 묻혀있는 땅 바람이 날카롭게 풀잎을 스치고 피 묻은 손을 흔드는 노을이 지면 별똥별은 한 발의 소리 없는 오발탄 실어증 앓는 가슴을 뚫었다 전쟁이야기를 슬프게 이어가도 국경의 밤은 의외로 안전했지만 추락한 별이 바스락거렸다 누구도 침투할 수 없는 휴전선 달빛이 어둠을 비질할 때 작년의 꽃이 다시 피어 봄이 왔다 --- 「국경의 꽃」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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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원 시인의 장시집 『국경의 꽃』은 풍경을 재현하기보다 그것을 통과한 마음의 깊이를 드러낸다. 사물은 감정과 기억이 스민 존재로 되살아나고, 현실은 시인의 의식 속에서 새롭게 빚어진다. 그의 언어는 설명을 넘어 감각을 밀도 있게 끌어올리며 살아 있는 리듬으로 움직인다. 고정되지 않는 시 세계 속에서 이미지의 변주는 본질을 향한 또 다른 시선이 되고, 외부의 사건은 내면의 울림으로 남는다. 시집은 끝내 세계를 자기만의 빛으로 다시 그려낸다.
―청어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