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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사람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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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1장. 비비가 사라졌다
2장. 나무달과 독수리
3장. 버튼을 눌러 멈추게 하는 거지
4장. 메시지MZ의 웹툰 작가
5장. 죽이는 게 아니라 보내는 거야
6장. 교수는 살아 있습니다
7장. 곤약 덩어리로 디노를 만나다
8장. 어린 생명을 빼앗는 묵은 여우
9장. 쿠바의 게릴라들
10장. 유진과 알렉스, 소해헌을 보내다
11장. 심장을 구하러 가야 해
12장. 체 게바라의 심장
13장. 내가 옳다는 확신이 가장 위험해
14장. 알렉스와 야수
15장. 엄마는 괜찮아
16장. 알렉스와 체 게바라
17장. 디 오더 되기
18장. 천둥새에게
에필로그-더 나은 세상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

2005년 신라문학상 수상. 작품집 『스위핑홀』 외 다수. 한동안 소설 쓰기에 몰두하다가, 요즘은 좋은 풍경에 빠져 틈만 나면 밖으로 나간다. 바깥에서는 글을 쓰고 있는 내가 그립고, 글을 쓰려 앉으면 햇볕과 바람, 숲과 바다가 부르는 소리에 몸이 들썩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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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1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292쪽 | 344g | 130*200*20mm
ISBN13
9791192333403

책 속으로

디 오더(The Order)는 단체를 지칭하는 이름이지만 순명 자체이기도 했다. 디 오더는 삼라만상의 모든 존재가 순명대로 사는 세상을 지향했고, 디 오더에 속한 요원들은 천둥새의 전설을 믿었다. 그것은 기억할 수 있는, 인류 최초의 시간으로부터 시작된 이야기였다.
--- p.10

“이유진, 우린 사람을 죽이는 게 아냐. 죽이는 게 아니라 보내는 거야. 그리고 형은 안 잡혀. 잡히기 전에 사라질 거니까.”
“스위핑홀로요?”
유진이 놀라 물었다. 알렉스는 그렇다 아니다 대답 없이 생각에 잠긴 표정이었다.
“스위핑홀로 사라지면, 그다음에는요? 그다음엔 어떻게 되는 거죠?”
유진이 다시 물었다.
“글쎄, 스위핑홀 저쪽 세계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몰라. 이런저런 소문은 들었지만 다 달라서 신빙성이 없고. 사람들의 죄라는 게 결국 욕망의 방향키를 잘못 잡아 일어나는 거니까 그 방향대로 가게 되겠지. 자신의 욕망과 죄에 어울리는 세계쯤으로 가지 않을까. 이것도 내 짐작일 뿐이야.”
--- pp.92~93

유진이 장기 매매 합법화가 그렇게 나쁜 건지 잘 모르겠다고 솔직히 말했을 때 알렉스는 급정색했다. 남의 몸을 합법적으로 빼앗는 법이야. 죽어 가야 할 사람이 살아야 할 사람들의 목숨을 돈으로 살 수 있게 하는 법이라고. 합법으로 만들고 나면 돈 있는 자들만 살아남는 세상이 될 거야. 일단 법을 만들고 나면 법의 방패 뒤에 숨어 버릴 테니 제어할 수가 없어. 유진은 알렉스의 얼굴에 어리던 분노를 기억했다.
--- p.164

“대부분의 혁명은 실패했지. 그러나 혁명을 꿈꾼 사람들로부터 세상은 바뀌기 시작했어. 실패하면 실패한 자리에서 누군가 다시 시작하면 돼. 혁명은 선택이 아니라 운명이거든. 뿌리가 있으면 싹으로 올라오고 가지를 뻗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날이 오잖아. 혁명은 실패할 수 있지만, 실패로 끝나는 혁명은 없어.”
--- p.166

유진은 몸을 앞으로 숙이며 귀를 막았다. 귀를 막은 채 유진은 자갈이 섞인 흙바닥에 엎드려 슬픔과 분노와 공포가 밴 목소리들을 들었다. 유로 계곡… 부상… 볼리비아 적군… 처형… 부서진 말들이 불티처럼 날아들었다. 환영의 영역에 체 게바라라고 하는 구멍이 뚫리면서 스위핑홀의 세계가 무너지고 있었다. 게릴라 요원들이 하나둘 쓰러지고, 천막이 무너지고, 숲이 무너졌다.
--- pp.223~224

천둥새는 몸집이 거대한 독수리였다. 디 오더 게임에서 천둥새는 모든 미션을 깨부수고 사라지지만, 현실의 독수리는 싸움에서 패했을 때 사라진다. 적에게 패하고 상처 입고 세월에 약해진 독수리가 가는 곳은 벼랑 위였다. 독수리는 벼랑 꼭대기에 앉아 부러진 발톱을 갈아서 없애고 튼튼한 발톱이 새로 돋아나길 기다린다고 했다. 튼튼한 새 발톱이 돋아나와 천둥새로 돌아올지 아닐지, 그것은 그의 운명에 달려 있었다.
--- pp.325~326

“누구에게나 자신의 삶에 주어진 소명이 있잖아. 메시지MZ에 웹툰을 그려 올리는 건, 내 소명을 다하기 위해서야. 더 나은 세상을 향해 가는 길에 작은 돌멩이 하나 놓는 일이라 여기면서 웹툰을 그려. 일단은 이런 식으로 디 오더의 길을 따라가 보려고 해.”
유진은 솔직히, 진심을 담아 말했다. 비밀로 하지 않아도 되는 디오더도 얼마든지 멋질 수 있다고 유진은 생각했다.
“뜻은 좋은데, 언제까지 그럴 건데?”
희준이 경외심과 비꼬임이 뒤섞인 표정으로 물었다.
“할 수 있는 한 계속하고 싶어. 베티 누나가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것처럼 꾸준히.”

--- pp.334~335

출판사 리뷰

정의란 무엇인가?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어반 판타지


소설의 주인공 유진은 아픈 엄마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신장을 팔기로 결심하고 브로커 ‘비비’를 만난다. 그런데 수술대를 보니 도살업자의 작업대 같다. 수술을 취소하겠다고 하자 비비는 폭력을 쓴다. 이때 눈앞에 자잘한 얼룩들이 떠다니는가 싶더니 비비가 사라진다. 마당에서는 오토바이 탄 사내가 나타나 유진더러 타라고 한다. 유진을 구해 준 사내의 이름은 알렉스. 그가 유진을 데려간 곳은 베티가 사장으로 있는 나무달 카페다. 이 카페가 ‘디 오더’의 본거지다. 알렉스와 베티는 ‘디 오더’라는 단체의 회원으로 악행을 저지른 사람들을 삭제한 다음 스위핑홀이라는 가상의 공간으로 보내는 일을 하고 있다. 비문증처럼 떠오른 얼룩 가운데 하나가 스위핑홀의 문이 되는 것이다.

소설은 두 가지 이야기를 다룬다. 하나는 유진이 엄마를 위해 심장을 구하기까지의 여정이고, 또 하나는 천둥새를 숭배하는 부족의 신화를 품고 있는 ‘디 오더’라는 비밀단체의 이야기다. 소설은 갑질 민폐와 약탈의 행태 가운데 레드마켓, 곧 장기 불법 매매 사건을 중심에 놓고 디 오더와 약탈자 간의 승부를 다룬다. 그런 와중에 유진은 디 오더와 얽히면서 체 게바라를 만나 심장을 구해 오고, 디 오더 요원들은 남의 삶을 약탈하는 약탈족을 찾아내 제거한다. 약탈족은 대체로 중장년층과 노인 세대이다. 급속한 경제 발전과 자본주의가 만든 사회 구조 탓이다. 소설의 화자인 유진은 디 오더 요원인 알렉스와 베티를 만나고, 혁명의 아이콘 체 게바라를 만나 심장을 구하는 여정에서 이 소설이 던지는 질문, 정의란 무엇인가, 윤리적 삶은 뭔가에 대한 답을 찾아간다.

작가의 말

(중략) 축제는 끝났다. 국가는 ‘이태원 참사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책임을 묻지 말고, 분노하지 말고,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모두 슬픔에 잠긴 채 가만히 있으라고, 아무 잘못도 책임도 없는 국가를 향해 작은 돌멩이조차 던지지 말라고, 근조 없는 검은 눈을 부라린다. 그리하여 축제는 끝났다. 방향을 찾지 못한 분노와 깊은 슬픔, 트라우마가 된 기억이 용암처럼 끓고 있다. 경악과 고통이 시그니처가 된 날,

작가의 말을 쓰기 위해 앉은 나는 작가의 말을 포기한다. 나는 애도한다. ‘지금은 애도(만)을 해야 하는 시간’이라는 공포에 따른 애도가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어이없고 허망한 죽음을 맞이한 이들에 대한 애도이며, 그들 앞에 별처럼 펼쳐졌던 날들에 대한 애도이다. 애도는 죽은 자에게 보내는 산 자의 배웅의 의례이며 그들의 죽음에 애통해하는 살아남은 자들을 위한 위로이다. 이 참사가 일어난 세상보다 더 나은 세상을 염원하는 마음의 간절한 기도다.

이번에 내는 장편소설 『스위핑홀』의 부제가 ‘더 나은 세상’이다. 처음에 부제를 그렇게 붙였다가 아예 한 장(章)으로 써서 에필로그로 삼았다. 공정, 평등, 정의를 외치는 우렁찬 목소리가 스치고 지나간 자리에서 교묘하게 뻔뻔하게 행해지는 온당치 못한 행위를 까발리고 싶었다. 일테면, 생생하게 들려오는 비명으로 짐작건대 사람이 죽어 나가는 현장일 수도 있는데 신고 전화를 조용히 삼가는 인간을 이 사회에서 삭제해 버리고 싶다는 충동에서 이 소설이 시작되었음을 고백한다. 타인의 고통에 무감한 인간들이 156명이 죽은 현장에서 설정샷 사진을 찍고 인터뷰를 하며 웃는 세상이다.

적어도 이보다는 나은 세상을 바란다. 이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망각되지 않도록, 용납할 수 없는 일은 용납하지 않도록, 각자의 삶에 주어진 소명에 대해 생각하고 따로 또 같이 행동하기를 소망한다.

소설 『스위핑홀』을 쓰는 동안 행복했고, 힘들었다. 민폐 덩어리 악당을 향해 혼자 떠들고, 유진의 통쾌한 활극에 혼자 웃고, 알렉스의 슬픔에 과도하게 몰입했다 휘청거리고, 어린 친구에게 생명을 선물하고 떠난 미홍에게 연민하며 디 오더(The Order)와 함께했다. 소설은, 그러니까 세상에 대한 내 애도의 방식이다.

2022년 11월
안지숙

추천평

안지숙의『스위핑홀』은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있음에도 여전히 더 나은 세상에 대한 꿈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어른들과 지금 여기의 부조리들을 도무지 견딜 수 없는 청년들, 모두를 위한 어반 판타지이다. 현실에서 마주할 수 있는 불법 장기 매매 조직과 연루되는 도입부를 시작으로 점차 시공을 초월하며 초자연적인 사건들로 확장되는 서사는 읽는 이에게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부여하며 진행된다. 여타의 환상소설에서 볼 수 있는 선과 악의 대립이라는 단순한 도식을 넘어 자신만의 행동강령을 따라 세계의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고자 하는 인물들의 카리스마는 묵직하고 밀도 있는 문장의 힘을 통해 소설의 몰입감을 더한다. 나아가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들이 일회성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시작으로 향후에 전개될 방대한 세계관의 시작임을 암시하는 서사장치들의 배치를 찾아내는 것도 이 소설을 읽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 김대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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