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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장거리 우정
2. 해미 쟁탈전 3. 좋은 너나들이 4. 시작과 끝 5. 파랑의 이상 감지 6. 운명을 거슬러 7. 바다에 짙게 깔린 안개 8. 타오르는 불빛 9. 새로운 소울메이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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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팔찌. 스스로 끊어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해서 ‘소원 팔찌’라고도 불러.”
“근데 우리의 소원은 이미 이뤄졌잖아?” 해미의 소원은 ‘서로 함께하며 지켜 주고 목숨을 줘도 아깝지 않을 친구, 내 소원은 ’목숨도 바꿀 수 있을 만큼 영혼까지 이어진 친구.‘ 우리 둘은 무려 500년이라는 시대를 초월해 단단히 이어진 사이였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왜 실팔찌를 하는지 나는 안다. “맞아. 하지만 운명의 실은 눈에 보이지 않잖아. 너와 나, 우리 사이가 이렇게 단단히 묶여 있다는 걸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은 게 아닐까?” 해미가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남은 파란색 실팔찌를 내 손목에 묶어 줬다. “확신이 필요해? 너도?” --- p.19~20 “우리 왔어!” 퍽, 소리와 함께 나랑 해미가 갑판에 내려앉았다. 입에서 입김이 나왔다. 여름인 현대와 달리 조선은 2월의 늦겨울이었다. 젖은 몸에 서늘한 바람이 닿아 으슬으슬 떨렸다. 가사리가 기다렸다는 듯 담요를 가져와 내 몸을 감싸 주길래, 고마워서 볼에 뽀뽀를 해 줬다. 습기로 뿌예진 마스크를 벗고 우릴 기다리던 해적단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어딘가 모르게 이질감이 느껴졌다. 불안한 마음이 뱀처럼 스르륵 내 몸을 타고 올라왔다. 순간, 어두운 연극 무대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춘 듯 단박에 낯선 여자애에게 시선이 꽂혔다. 나는 기절초풍할 뻔했다. “진짜 나랑 똑같이 생겼네?” 뭐야, 내가 할 말을 왜 쟤가 하지. 게다가 짜증 난 목소리마저 똑같아 섬뜩했다. --- p.32~33 |
시간 여행의 짜릿함만큼이나 다채로운 문명의 비교
시간 여행자 미지에게도 두 개의 시공간을 넘나드는 게 그리 만만치 않다. 현대에서 1시간이면 조선에서는 5일이 훌쩍 지나가 버리기 때문이다. 미지는 엄마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촘촘히 시간 여행 계획표를 짜는 한편, 조선으로 넘어올 때마다 현대의 물건들을 하나둘 챙겨 온다. 더위를 가시게 해 줄 손선풍기, 추위를 막아 줄 핫팩과 보온병, 각종 간식과 식재료들은 조선 시대 사람들에게 깜짝 선물이다. 특히 해적들이 1주년 기념 파티에 쓸 케이크를 만들겠다고 초코파이를 쌓고 젤리와 휘핑크림으로 장식하는 모습, 혼례를 앞둔 신부 가족에게 현대에서 가져온 팩을 얹어 주는 모습 등은 시간 여행의 묘미를 확실히 느낄 수 있는 장면들이다. 어디 그뿐인가. 고춧가루가 들어간 현대 음식에 놀라고 그 맛에 적응해 가는 조선 해적단 친구들의 모습에서 독자들은 고추가 없던 조선 시대의 허여멀건 김치를 머릿속에 그리면서 새삼 매운맛의 감사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역사를 품은 판타지 모험 동화 이 책이 독자의 흥미를 단숨에 끌어들이는 또 다른 이유는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작가의 뛰어난 상상력을 더해 새로운 문학의 범주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1권에는 조선 시대 학자 정약전의 「자산어보」에 나오는 한국 전통 인어와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되어 있는 ‘물괴’ 등이 등장했다면, 2권에서는 길고 치열했던 임진왜란의 정황, 그 안에서 빛났던 선비와 민초들의 정신, 거북선과 승자총통의 활약 등 역사적 장면들이 이야기 속에 절묘하게 스며들어 판타지 영화 안으로 빨려 들어가 모험하는 기분이 들게 해 주었다. 우정도, 운명도, 가꾸고 개척해 가는 것! 미지가 생각하기에 진정한 소울메이트란 언제나 함께 있고 모든 걸 공유하는 친구였다. 그래서 해미 곁에 새로운 친구가 나타나자 해미 쟁탈전을 벌이기도 했다. 해미 옆에 꼭 붙어 있기, 밥 먹을 때 숟가락 놓아 주기, 촌장님 간호해 드리기 등 해미를 위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자기가 먼저 챙기려 했다. 하지만 사소한 오해 때문에 현대로 넘어와 혼자 외로움을 견뎌 내며 깨달았다. 진정한 친구는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음으로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을. 또 해미에게 위기가 다가오는 걸 알았을 때 선뜻 해미를 도우러 가기를 결정하며 우정의 깊이를 느끼게 된다. 미지가 해미를 구하려 빛을 잃고 소멸 직전에 있는 파랑에 대고 마지막 소원을 빌었을 때, 해미의 곁으로 데려가 달라고 말한 데에는 단순히 옆에 있게 해 달라는 의미가 아니라 ‘마음으로 함께하겠다.’는 확고한 마음이 담겨 있다. 이렇게 미지처럼 친구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고, 마음으로 함께하겠다는 믿음이 있다면, 우정이 어떤 모습으로 변해 가든 우리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