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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절정이던 마지막 18 그때 그날은 눈이 나렸었지 20 나이를 업다 22 용서 24 너를 부를래 26 되돌아보다 28 사라지다 30 또 지각 32 겨울이면 더욱 기다려지는 사람 34 그는 어디에 36 봄의 예감 38 그렇게 조금씩 40 들녘에 내리는 겨울 42 닮아가다 44 여한이 없다 45 2부 꿈 때문에 48 내일의 전야 50 무럭무럭 늙어가다 52 돌아온 탕아 54 서른네 번째의 꽃 이비지 56 비단길 58 그녀네 빈방 60 향연이 끝나지 않은 청바지 62 기억을 줍다 64 가시네들 66 고향의 밤비 68 콩나물 김칫국 70 카프그라 증후군Capgras, syndrom 72 아침밥 74 대흥사 75 3부 우리 다시 만난다면 78 허공에 찍힌 흔적 80 꽃 같은 날 82 된장 로망스 84 절룩거리며 86 허드슨 강변에 서 있는 호소 88 태풍 90 모자 곁에서 92 산고를 치른 여인의 이름 94 산이 울다 96 청국장 98 배추 한 포기 100 한국어 강의실 102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시 104 양말 105 4부 물의 비밀 108 행여 그의 목소리일지도 110 보내도 다시 오는 112 버리다 114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116 반 고흐 118 작은 애인의 몸부림 120 너희들은 모를 거야 122 디아스포라의 송편 124 묵 126 립스틱 붉게 바르고 128 한밤중에 온 소식 130 화성탐사 132 나의 뒷모습 134 디지탈 시대의 사랑 136 ■ 해설│김종회(문학평론가) 145 |
주숙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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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의 말
이 시들은 내 마음자리다. 가장 조촐한 말로 나의 속내를 소박하게 드러내려고 애썼다. 그와 나의 훈훈한 이야기일 수도 있고 나의 웃음이나 울음일수도 있다. 나를 견디는 수단으로 쓰인 것이다. 진솔한 자기를 쉽게 쓰는 것이 시일 것이라는 생각 에서 말이다. 그가 6피트 땅 밑으로 안치되던 날은 함박눈이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눈이 내리면 술 취한 듯 들뜨는 나를 잘 알고 있는 그는 나에 대한 마지막 배려로 폭설이 내리는 날을 자기의 장례 날로 마련하였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그의 옷장을 열면 눈송이가 우르르 몰려나온다. 그래서 “내 가슴엔 사철 눈이 내린다” 눈에 매료하는 나를 이해라도 한다는 듯 언제 철이 들 거냐고 빙그레 웃어주는 그가 늘 내 곁에 있다. 이 시집은 그를 보내고 십오 년간 모은 내 마음의 조각들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시는 그에게 보내는 이야기이다. 2023년 정월 정숙녀 (미국명 주숙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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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숙녀 시인의 삶의 여정을 주로 가족의 이야기로 풀어낸 이 시집에서 특히 눈을 끄는 시편들은 사랑하는 ‘그’를 하늘로 떠나보낸 후의 이야기를 묶은 1부이다. 그는 “갔지만/ 보내지지 않았다”(「나이를 업다」)고 시인은 고백한다. 몸은 떠나도 존재 전부가 떠나지 않으면 그는 지금 여기에 없다고 할 수 없다. 왜 하늘로 떠나 이 세상에 없는데도 얼굴이 보이고 손이 만져지고 목소리가 들리겠는가. 그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화자의 몸으로 마음으로 들어와 함께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를 “끝없이 되살아나 가슴에 사는 사람”(「그때 그날은 눈이 나렸었지」)이라고 부르고, “팔딱거리는 심장을 나누어 가진 사람/ 눈 내리면 더욱 가까이 있네”(「겨울이면 더욱 기다려지는 사람」)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시편들은 그와의 영원한 이별을 슬퍼하는 비가가 아니라 있으면서도 없고 없으면서도 있는 존재인 그와 함께 산 시간의 실제적인 체험을 노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시인은 현실에서는 혼자인 것 같아 외롭지만, 시 속에서는 늘 설레고 즐겁다. 몸은 나이를 먹지만 그와 만나는 상상의 시공간에서 사랑은 늙지 않고 더욱 푸르고 싱싱하고 젊기 때문이다. 시 속에서 화자는 그와 함께 살았던 삶을 현재진행형으로 다시 산다. 시 속에서 그는 매일 돌아온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먼 곳으로 떠나지 않았다는 듯이, 다시는 떠나지 않겠다는 듯이, 이대로 영원히 함께 있겠다는 듯이 돌아온다. 그것이 “나는 오늘도/ 썩을 줄 모르는/ 꿈 하나 때문에 살았다”(「꿈 때문에」)고 고백하는 이유이다. 세상을 떠난 이와 늘 체온을 나누며 만나는 일, 죽음과 삶의 경계가 없는 이 불가해한 일을 무엇이라고 부를까. - 김기택 (시인,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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