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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짧은 소설 | 우리가 떠난 해변에
이별에 관한 짧은 소설 | 쉴 곳 죽음에 관한 짧은 소설 | 내 여자친구의 남자친구 |
鄭梨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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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모든 게 달랐어요. 그냥 다른 세계의 사람들처럼 보였어요.
태어날 때도 자라는 동안에도 어른이 되어서 경험한 삶에도 접점과 교차점이 없는 사람들. 이런 두 사람이 사흘 만에 어떻게 사랑에 빠지게 되었을까요. 그게 경이롭고 끔찍하게 불가사의했어요! ---「우리가 떠난 해변에」중에서 그렇잖아요? 우리 부부가 지금 이렇게 됐다고 해서, 그때의 특별한 사랑이 사라지나요, 없어지나요? 아니요, 사라지지도, 없어지지도 않아요, 하고 설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런데 그 자리에 있다고 정말 그대로 있는 걸까요, 하고. 모든 멈춘 것은 퇴색하고 틈이 벌어지고 낡아간다. ---「우리가 떠난 해변에」중에서 “걱정 마. 아무렇지도 않아.” 민영은 몸이 서늘해졌다. 방바닥에 흩어져 있던 거울 조각들이 떠올랐다. 그 거울 조각들에 묻어 있던 핏자국이 떠올랐다. 민기의 이마에서 흘러내린 피가 코를 타고 내려와 입술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피에 물든 이를 드러내며 민기는 말했었다. 걱정 마. 아무렇지도 않아. ---「쉴 곳」중에서 차는 천천히 나아갔다. 잔뜩 긴장한 듯 정화는 운전대에 상체를 바짝 붙였다. 차가 크게 휘청였고 정화가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웅덩이였다. 정화의 손이 떨려왔다. 민영은 비상등을 켰다. 한쪽 손을 정화의 손 위에 포갰다. “걱정 마. 아무렇지도 않아.” 민영은 민기에게 배운 말을 뱉었다. 정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더는 손이 떨리지 않았다 ---「쉴 곳」중에서 모어는 파운데이션에 죽은 남편이 냉동 보존되어 있다고 말했다. 새해에 그를 부활시킬 예정이었다. 오늘은 12월 29일이다. 그러니까 3일 후면 내 여자친구의 전남편, 아니 이혼한 건 아니니 남편이 돌아올 예정이었다. 죽음에서 말이다. ---「내 여자친구의 남자친구」중에서 FM-2080. 돌아온 걸 축하합니다. 닥터 쉬멜이 말하며 나와 포옹했다. 그의 체온이 느껴졌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문득 졸탄이 한 말이 생각났다. 정신의 엑기스를 다른 DNA에 덧씌울 수 있다. 그때 머릿속에서 FM의 말이 들렸다. 지금 어디 있어요? 내 말 들려요? ---「내 여자친구의 남자친구」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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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사랑에 관한 짧은 소설
정이현,「우리가 떠난 해변에」 “모든 멈춘 것은 퇴색하고 틈이 벌어지고 낡아간다.” ―지금 이렇게 됐다고 해서, 그때의 특별한 사랑이 사라지나요, 없어지나요? ―아니요, 사라지지도, 없어지지도 않아요, 하고 설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런데 그 자리에 있다고 정말 그대로 있는 걸까요, 하고. 회색빛 일상의 명도를 섬세하게 헤아리고 숨은 진실을 포착하는 작가 정이현은 종착점 이후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방송작가 ‘설’은 새로운 프로그램 준비 차 동료 PD ‘선우’와 출장을 간다. 십여 년 전 ‘조건 없는 사랑’으로 화제가 된 연애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자였던 두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다. “모든 게 달랐”고 서로 “다른 세계의 사람들” 같던 두 사람이 사흘 만에 사랑에 빠지게 되는 모습은 그것을 바라보는 이들에게 “사랑의 첫 순간”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들의 현재를 좇으며 설은 자신의 첫사랑 ‘주영’을 되새긴다. 감정에 덧씌워진 필터를 걷어냈을 때 남는 담백한 사랑 그 자체를 짐작하게 하는 정이현식 사랑 이야기. Part 2. 이별에 관한 짧은 소설 임솔아,「쉴 곳」 “걱정 마, 아무렇지도 않아.” 차는 천천히 나아갔다. 잔뜩 긴장한 듯 정화는 운전대에 상체를 바짝 붙였다. 차가 크게 휘청였고 정화가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웅덩이였다. 정화의 손이 떨려왔다. 민영은 비상등을 켰다. 한쪽 손을 정화의 손 위에 포갰다. 더는 손이 떨리지 않았다. 견딜 수 없는 순간을 견디지 않아도 된다고 다독이는 작가 임솔아는 따뜻하지만 단호한 이별을 그려낸다. 도시에 사는 ‘민영’은 자신을 자식처럼 키워준 오빠 부부 ‘민기’와 ‘정화’를 만나러 그들의 시골집에 왔다. 숫기도 요령도 없는 정화는 시골이 외롭고, 민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데 환멸이 나 도시로 돌아갈 수 없다. 이 가족은 서로를 꽤 닮아 있는데, 특히나 무언가를 견디다 못해 어느 한구석이 망가져버렸다는 점에서 민기와 민영이 그렇다. 내내 일정한 미온을 유지하는 소설에서 갑자기 놀랍도록 서늘함을 느끼게 하는 문장은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이다. “걱정 마, 아무렇지도 않아.” 이 소설에서의 이별은 누군가와의 헤어짐이기보다 끊임없이 괜찮다고 스스로를 외면하는 상황과의 정서적인 이별이 아닐까. Part 3. 죽음에 관한 짧은 소설 정지돈,「내 여자친구의 남자친구」 “여기 사람들은 그걸 ‘죽음’이라고 하지 않아요.” 오늘은 12월 29일이다. 그러니까 3일 후면 내 여자친구의 전남편, 아니 이혼한 건 아니니 남편이 돌아올 예정이었다. 죽음에서 말이다. 다양한 텍스트를 섭렵해 인용하면서 위트 있는 통찰을 보여주는 작가 정지돈은 죽음과 관련해 묵직한 질문 하나를 던진다. 나를 나로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그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선보이는 이 소설은 지적이며 악의 없는 블랙 유머 같다. ‘진우’는 매력적인 연인 ‘모어’와 함께 그녀의 죽은 남편이 냉동 보존돼 있는 연구 재단에 방문한다. 모어는 곧 전남편을 부활시킬 예정이다. “부활한 사람은 이전과 같은 유기체일까, 아니면 차가운 금속 로봇에 뇌만 들어 있는 사이보그일까. 그것도 아니면 단지 뇌의 작동 방식을 재현한 프로그램?” 그렇다면 나와 목소리도 얼굴도 다르지만 기억이 그대로이고 되살아난 자신을 인지하는 존재를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 정신의 엑기스”는 어디에 있을지 소설을 따라 읽으며 함께 짐작해보길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