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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제1부 산후풍 13 양철 대문 14 어둠 속에 숨다 16 겨울, 달팽이 집을 그리다 17 권태 청소하기 18 기차를 타고 19 모노드라마 20 워셔액을 뿌리며 21 빨래 너는 밤 22 졸업 23 천 원에 기대다 24 총파업 25 0시 26 방전 27 달의 끝에서 길을 잃다 28 제2부 아무 31 황색 점등의 시간 32 썸 33 높새바람 34 야상곡 35 어떤 이별 36 가을바람 37 중독 38 가을 벤치 39 선인장 40 억새 41 거짓말 42 봉숭아 꽃물 43 손톱깎이 44 불면 46 내가 양파여서 47 제3부 숙주 51 이력서 52 인연 53 저승 54 기제忌祭 55 번지점프 56 불법체류자 57 조용한 잠 58 만성피로 59 종단 여행 60 창고 61 장마 62 자유곡류천 63 겁쟁이 64 감자는 산통 중 65 제4부 가을 바이러스 69 흡혈 70 사산死産하는 봄 71 제비들의 일기 72 휴대전화 73 나이테 74 당신의 봄 75 빨래 건조대 76 요실금 77 아버지의 밤 78 만월 79 액션 스타 80 자로 잰 시간 81 블라인드 스팟 82 해설 변종태 가을, 낙엽 그리고 방하착放下着의 시 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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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날도 아닌 아무 날에 아무런 생각 없이 당신을 생각한다. 첫사랑이었는지 풋사랑이었는지 희미한 기억 속의 당신이 불쑥 떠오르는 아무 날은 아무것도 아닌 기억 하나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아무것도 아닌 기억은 아무렇지도 않게 오래된 추억의 철로를 복원시키고 수천 일 속의 어제들을 정렬시켜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과거행 열차표를 끊는다. 십수 년 전 무방비의 마음을 태워 달리다가 경적도 없이 떠나 버린 당신에게 이미 나는 아무개일 터인데 번번이 아무렇지도 않게 기억의 자리를 내준다. 아무, 날에나
---「아무」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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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명희 시인의 첫 시집을 채우고 있는 시편들은 쉽게 보고 지나칠 수 있는 생의 한 장면이지만 시인의 눈을 통해 우리의 삶과 직결되고 누군가에게 빚진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이러한 면에서 “오늘의 시는 너무 크고 높은 것만 좇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자잘한 삶의 결, 삶의 얼룩은 다 놓치고…, 시의 값은 오히려 작고 하찮은 것, 못나고 힘없는 것들을 감싸 안고 스스로 낮고 외로운 자리에 함께 서서 하나가 되는 데 있는 것이지요”라는 신경림 시인의 지적은 오늘을 사는 시인들이 귀 기울일 만하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지적에 걸맞게 백명희 시인은 이번 첫 시집에서 시인은 처연한 삶의 기원과 기반을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으며 끝끝내 부여잡고 가는 경험의 시학을 여실히 보여 준다. 삶의 비애와 진실이 담긴 쓸쓸한 풍경들이 사뭇 인간적이고 진실한 감동을 남긴다.
―해설 중에서 시인의 말 살아온 날들에 대한 혼잣말…… 2023년 9월 어느 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