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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시 10 풍향계 12 목련 야간 자율 학습 14 지붕을 고치다 16 봄, 편지를 받다 18 꽃의 절판 20 기억나지 않는 손 22 놀이터 24 올챙이가 개구리가 되기까지 26 잔뼈 28 뒤섞인 지구 30 보온병 32 물주름 34 2할 36 물린 상 38 나팔꽃 뜨개질 39 토요일 나무 40 빗방울 부호 42 하늘 방석 44 제2부 묶는다는 것 46 오디 48 뼈라는 이름 50 양쪽 수리 52 착각 54 개구리는 틈 56 비밀 58 욕심을 흘리다 보면 60 목련이 난다 62 오목한 말 64 체중계 66 햇살 가족 68 포장 70 헐렁한 배후 72 홑겹 74 햇살 솎아내기 76 같은 여름 78 경적 80 날씨들 82 제3부 맹지 86 물의 나이 88 바람의 뼈 90 삼월 구룡사 92 손목시계 94 왜가리 96 외줄 98 작은 상 100 저녁의 놀이 102 중심이라는 잠 104 질겨진다는 것 106 추운 사람 되기 108 한겨울 냉장고 110 햇살 뒤끝 112 벌레의 집 114 그 여자 116 결항 118 산수유나무 정 끊기 120 식물의 자격 122 햇살의 색깔 124 연두의 뼈 125 토트백 126 해 설 김재홍 만화방창을 열망하는 ‘햇살 가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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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 야간 자율 학습
여고 교정에 목련이 피었다 학생들 다 돌아간 늦은 시간 한낮의 조잘거림도 잠잠해지고 식어 가는데 훈훈한 봄밤을 밝히며 목련 야간 자율 학습 중이다 급훈은 화무십일홍 한 열흘 동안 치열한 저 학습들은 사실, 일 년을 기다린 일들이다 여고 교정에서 지낸 지도 몇십 년 되었으니 학사일정이나 조례와 종례쯤은 저희끼리도 잘 알아서 할 것이다 아주 얕은 바람에도 까르르 하얀 얼굴 흔들어 대며 웃는다 근처엔 학생주임 선생 같은 가로등 하나 목련의 학습을 지킬 뿐 같은 낯빛 같은 교복을 입고 일 반에서 삼 반까지 검은색 치마와 하얀 상의를 입고 질문도 커닝도 없다 이른 꽃송이들은 여고 담을 넘듯 나무 밑으로 뛰어내린다 저 흰 교복이 끝나면 푸른 하복으로 갈아입은 목련은 고학년의 자세로 내년 봄을 기다린다 그때쯤이면 또 새로운 신입생들이 나뭇가지마다 등교를 한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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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내 안에 시인을 모신 지도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시인으로 책상과 밤을 시중든 일 여러 해 여름과 풀꽃들의 시중을 든 일 그리하여 얻은 한마디 말을 닦는 일에 안 써 본 도구가 없지만 첫 시집을 묶는다 가장 늦은 일로 ‘첫’ 자가 붙은 시집을 묶고 그 첫 시집 묶는 일로 뒤늦은 사람이 되었다 ‘묶는다’는 말 문득, 꽃송이 같아 보인다 모든 꽃의 밑에는 다 열매들이 맺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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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희는 이번 시집에서 봄날 뭇 생명이 피어나고 자라 흐드러지듯 만화방창(萬化方暢)을 꿈꾸는 시 세계를 보여주었다. 「목련 야간 자율 학습」에서 피었다 지는 꽃에서 허무와 절망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영원회귀를 사유함으로써 위로제로서 서정시 본연의 기능에 육박해 들어갔는가 하면, 「햇살 가족」과 「잔뼈」, 「물주름」, 「헐렁한 배후」, 「벌레의 집」은 물론이고 「기억나지 않는 손」, 「놀이터」, 「양쪽 수리」, 「중심이라는 잠」, 「추운 사람 되기」, 「그 여자」, 「식물의 자격」 등 많은 작품을 통해 서정시 본연의 기능 가운데 하나인 위로를 실천했다.
- 김재홍 (시인,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