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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잠실에 있어요
원기자
천년의시작 2025.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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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시

책소개

목차

제1부

짝사랑 13
달빛 수묵 14
점자 익히기 16
기도 18
슬픔의 온도는 꽃잎 한 장의 두께 20
춤 22
뮤지션으로 친구 이해하기 24
실격과 실종 사이 26
죽은 물고기는 어떤 자세였을까 28
가장이라는 상수리나무 30
엄마의 경전 32
바다가 운다 34
슬픈 이야기 36

제2부

금동의 미소를 어루만지다 41
당신의 그림자로 남아 42
자화상 44
검은 레이스가 달린 새장 46
폐선 48
너에게 브레이크를 선물하고 싶어 50
나는 아직 잠실에 있어요 52
겨울의 징검다리 54
여자도汝自島 여자들 56
소금꽃 58
귀와 잎사귀에 관한 사유 60
우리가 휘어져 서로 닿을 때 62
하구언 64

제3부

고우니생태길 67
압화 68
도마 70
트랜스휴먼 72
자주달개비 74
놀이공원에는 이정표가 없어 76
초간정사 78
자녀 요리 백과 80
기억은 조각하는 게 아닌가 봐 82
굽다리접시 84
그루밍 86
노루발 사이로 감자가 자랐다 88
로봇 90

제4부

풍경을 매만지면 오월이 온다고 93
영동대장군백제사마왕 94
세한도를 기리다 95
차강티메 96
중랑천 98
연도 앞바다 100
백률사 흰 꽃 102
오래된 의자가 있는 풍경 104
물이 든다는 건 106
태인 양조장 108
라인 110
밥 112
그랬으면 좋겠네 114

해설
김재홍 - ‘궁이공’(窮而工)의 연속성과 무한성

저자 소개 1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에서 출생.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 전문가 과정 수료. 동서문학상 금상을 수상하며 『월간문학』으로 등단. 『영주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상춘곡 문학상 대상, 이효석 백일장 최우수상, 김유정 기억하기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한국 문인협회 동서 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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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2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136쪽 | 128*188*20mm
ISBN13
9788960218376

책 속으로

당신이 봄을 보냈나요

연분홍 꽃잎이 톡톡 터지면
나의 일상이 궁금해 잠실대교를 넘어오던 당신

어쩌다 오시는 길 잃었나요 지난날
당신을 마중하던 사거리에 꽃등 하나 걸었습니다
늦은 절기가 보내는 고백인 양
남단 신호등에 달무리 일거든 좌회전을 하세요
지금 이곳에는 토지거래허가제가 풀리지도 않았는데
부동산 열기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답니다

그래서일까요 잠실역 8번 출구 앞에는
복권을 사려고 줄을 선 사람들이 즐비해요
나는 거실 창가에 앉아 꿈을 사는 사람들을 풍경처럼 바라봐요
혹여라도 당신이 이곳을 지나다 복권 사는 사람들의 행렬인 양
나의 창문을 올려다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이 거리가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어쩌다 당신이
낡은 세단을 몰고 휘영청 내게로 와 준다면
서로의 가슴 속에 내재되었던 그리움이 펑펑 터지겠지요
그런데 그립다는 형용사는 어떤 마음일까요

그 마음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어
꽃 진 자리 돋아난 새순처럼 반짝이며
나는 아직 잠실에 있어요

--- 「나는 아직 잠실에 있어요」 중에서

출판사 리뷰

나를 마중 나온 달콤함은
행간을 따라 떠나는 먼 여행, 너는
하얀 접시 위에 놓인 한 끼의 식사였다

감정의 풍화를 건너는
나의 언어들아
안녕

2025년 겨울 잠실에서
원기자

추천평

여기 원기자의 이번 시집에 수록된 여러 노작들 가운데서도 돋보이는 시적 성취를 보여주는 작품이 있습니다. ‘실체를 표현하는 문장으로서의 궁(窮)’이라는 측면에서 「차강티메」는 “구름은 쌍봉을 닮아간다”는 표현에서 보이듯 유목민들에게 낙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주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그것은 짐승이고 노동이고 모래바람이고 식량이지만, 또한 북소리이자 마두금이기도 합니다. 애처로움을 넘어서는 애처로움이고 슬픔을 넘어서는 슬픔이 보입니다.

더 나아가 “아무 일 없다는 듯/ 주인의 어깨를 쓰다듬는 갈기”를 통해 완벽히 하나가 된 우리 짐승들의 내면이 보입니다. 이는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묵화」)라고 적은 김종삼의 그것에 가닿는 시적 표현이라고 하겠습니다. 여기에 이르면 확실히 원기자는 시간적 연속성과 공간적 무한성을 한 편의 시에 고스란히 녹여냈다고 할 말합니다. “덜컹거리는 사구에 앉아/ 아무 일 없다는 듯” 말입니다.

그러니 역시 궁이공입니다. 시는 높은 곳에서 빛나는 예술이 아니며, 고고한 지성의 외침이나 차가운 이성의 포효가 아니라 차라리 비루한 짐승들의 울부짖음이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수직의 높이가 아니라 수평의 넓이임을 깨닫게 합니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짐승의 울음이/ 바람의 뼈가 된다는 걸” 압니다. - 김재홍 (시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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