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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2012년까지
우리 집 고양이 12 하얀 눈 붉은 장미 14 삼형제바위 15 등교 16 부론 가는 길 17 비 내리는 광복절 18 자전거 출근 1 19 아내의 가을 21 충혼당 107호실 22 마징가 Z 23 상고대 25 합격자 발표 26 한 표 27 제2부 2013년 ~ 2019년 겨울비 30 삼백 킬로미터 32 기관평가인증 33 자전거 출근 2 35 이천아트홀 36 부역 37 노각나무 38 정글 39 책임 40 봄 바다 43 작은 산 44 풍년 45 아직 다하지 못한 말 46 연말 48 금요일 49 그냥 날이 좋아서 50 아들에게 51 제3부 2020년 ~ 2024년 먼 길 가는 그리운 님 54 질경이 56 발톱 57 경춘선 숲길 58 뭉툭하게 59 아버지의 배추밭 61 불멍 62 첫서리 63 헤어져야 할 때 64 청담 65 코엑스 66 브로콜리 67 청개구리에게 68 들깨꽃 69 부지깽이 70 제4부 2025년 울타리 72 처서(處暑) 73 시스템 종료 74 당남섬 77 가을 기다리며 78 저녁의 서(書) 79 좀 쉬고 80 아침 그림자 81 늦둥이 수박 83 머리 없는 새 84 담벼락 85 저녁상 86 소쩍새 87 낯선 방문자 88 우농의 마당 89 퇴근길 플랫폼 90 강천섬 91 현을 고르다 93 늦비 94 낡은 피아노의 오후 96 말티재에서 98 J.Drip 99 손가락 100 제5부 여주의 사계 1월, 파사성 102 2월, 외사리 봄 103 3월, 사과나무 104 4월, 목련 105 5월, 이포보 106 6월, 아들 107 7월, 여주 108 8월, 옥수수 꽃 109 9월, 미완성 문장 111 10월, 허튼소리 113 11월, 김장 115 12월, 겨울 117 친구 121 헌사 122 해 설 여태천 일상은 어떻게 시적인 것이 되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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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오 년 전
몇 그루를 심었는데 한 그루만 남았다 올여름 처음 꽃을 열었다 흰 꽃잎 사이 노란 수술이 빛난다 삼 미터까지 자라는 동안 나는 무엇을 했던가 큰 꽃잎이 아직 고울 때 송이째 뚝 떨어진다 살아남은 것들은 그렇게 피고, 그렇게 간다 --- 「노각나무」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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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시간이 우당탕 퉁탕 흘러갈 때 봄날 고무 대야에 빗방울이 튀고 부엌에서 냄비 뚜껑이 들썩인다 여름 흙길엔 발자국이 남고 가을 장독대엔 빗물이 떨어진다 겨울 논바닥 얼음 아래 뿌리가 하품한다 우당탕 퉁탕 흐르는 소리 무릎 위에 쌓이고 흙 묻은 글자들이 허튼소리 되어 굴러다닌다 2026년 새봄 우농(愚農) 장동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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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구의 시가 ‘일상을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말한다고 했을 때, 우리는 미처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이야기하지 못했다. 시인의 시들은 현대 철학이나 고도의 지적 유희로서의 깊이를 추구하지는 않는다. 난해한 상징이나 새로운 인식론적 체계를 시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그의 시들은 평이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일상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라는 기준에서 본다면, 그의 문장이 지닌 힘은 결코 가볍지 않다. (중략)
시인 앞에 다른 길은 없다. 저 “바람 부는/ 들판”으로 가야 한다. 멈추거나 되돌아갈 수 없다. 질문을 품은 채 다시 걷는다. 확신이 없어도, 답이 없어도, 시인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모두가 그렇다. 아마 시인의 섬세해지려는 노력은 일상의 최소한의 증거인 “발자국”을 남길 테지만, 만약 그 노력도 질문도 없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시간’만 있을 뿐이다. 마지막 구절 “앞은/ 여전히 하얗다”(「12월, 겨울」)는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그것이 온전히 절망으로 환원되지는 않는다. 이 문장은 정확히 일상의 조건에 대한 인식을 담고 있다. 일상은 늘 불확실하고 비어 있다. 지극한 자연의 시간이면서 시인이 맞이해야 할 앞으로의 시간이기도 한 일상. 시인의 언어는 날카롭게 그것을 파헤치지 않아도 언제나 중심을 벗어나지 않았다. - 여태천 (시인,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