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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순
문학과지성사 2000.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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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지성 시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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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잘 익은 사과
2. 얼음 비단, 얼음 아씨
3. 어머니 달이 눈동자 만드시는 밤
4. 물 속에 잠긴 TV
5. 자욱한 사랑
6. 귀
7. 메아리가 갔다가 오는 만큼, 그만큼
8. 밤 전철을 타고 보니
9. 엄마는 깃털 샘인가 봐요
10. 얼굴에 쓴 글씨
11. 또 하나의 타이타닉 호
12. 단식
13. 꼬뮤니즘의 인기가 올라가는 7분 간 혹은 70년 간
14. 애처로운 목탑
15. 아무것도 얼지 않고
16. 肺
17. SPACE OPERA
18. 文身
19. 성에꽃다발
20. 몽유 비행선 탑승 규칙

이하생략

저자 소개 1

대상을 주관적으로 비틀어 만든 기괴한 이미지들과 속도감 있는 언어 감각으로 자신의 독특한 세계를 구축해온 김혜순이 시를 통해 끈질기게 말하는 것은 죽음에 둘러싸인 우리 삶의 뜻없음, 지옥에 갇힌 느낌이다. 그 죽음은 생물학적 개체의 종말로서의 현상적,실재적 죽음이 아니라, 삶의 내면에 커다란 구멍으로 들어앉은 관념적,선험적 죽음이다. 그의 세 번째 시집 제목이 『어느 별의 지옥』인 것도 우연은 아니다. 『어느 별의 죽음』은 세계의 무목적성에 대한 오랜 응시로 삶에 예정되어 있는 불행을 눈치채버린 이의, 삶의 텅 빔과 헛됨, 견딜 수 없는 지옥의 느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비관주의적
대상을 주관적으로 비틀어 만든 기괴한 이미지들과 속도감 있는 언어 감각으로 자신의 독특한 세계를 구축해온 김혜순이 시를 통해 끈질기게 말하는 것은 죽음에 둘러싸인 우리 삶의 뜻없음, 지옥에 갇힌 느낌이다. 그 죽음은 생물학적 개체의 종말로서의 현상적,실재적 죽음이 아니라, 삶의 내면에 커다란 구멍으로 들어앉은 관념적,선험적 죽음이다. 그의 세 번째 시집 제목이 『어느 별의 지옥』인 것도 우연은 아니다. 『어느 별의 죽음』은 세계의 무목적성에 대한 오랜 응시로 삶에 예정되어 있는 불행을 눈치채버린 이의, 삶의 텅 빔과 헛됨, 견딜 수 없는 지옥의 느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비관주의적 상상력이 빚어낸 시집이다. 그의 시 세계는 일상적이고 자명한 것의 평화와 질서에 길들여져 있는 우리의 의식을 난폭하게 찌르고 괴롭힌다. 김혜순 시인은 시집 『날개 환상통』으로 미국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한국 최초로 수상하였다.

김혜순은 1955년 경북 울진에서 태어났다. 초등 학교에 입학할 무렵 강원도 원주에 이사해 거기서 청소년기를 보낸 그는 원주여고를 거쳐 1973년 건국대학교 국문과에 들어가 시를 쓰기 시작한다. 그는 1978년 「동아일보」신춘문예에 처음 써 본 평론 「시와 회화의 미학적 교류」가 입선하고, 이어 1979년 「문학과 지성」에 「담배를 피우는 시인」,「도솔가」등의 시를 발표하며 정식으로 문단에 나온다. 대학 졸업 뒤 「평민사」와 「문장」의 편집부에서 일하던 그는 1993년 「김수영 시 연구」라는 논문으로 문학 박사 학위를 받는다. 그는 1998년 '김수영 문학상'을 받음으로써, 낯설고 이색적이어서 사람들이 부담스러워하던 그의 시세계는 비로소 문단의 공인을 받는다. 2019년 캐나다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그리핀 시 문학상(Griffin Poetry Prize)를 수상했다.

김혜순 시의 착지점은 '몸', 그것도 해탈이 불가능한 '여성의 몸'이다. 해탈이 불가능한 몸에서 출발한 그의 시적 상상력은 때때로 그로테스크한 식육적 상상력으로까지 뻗친다. 이런 점에서 김혜순의 시를 "블랙유머에 바탕을 둔 경쾌한 악마주의"의 시로 이해할 수도 있겠다.

그는 자기 시의 발생론적 근거를 '여성'과 '여성의 몸'에서 찾는다. 이에 대해 그는 "식민지에 사는 사람은 절대 해탈이 불가능하다. 여성은 식민지 상황에서 살고 있다. 사회학적 요인이 아니라 유전자에 새겨진 식민지성이 있다. 이때의 여성은 인식론적 여성이 아니라 존재론적 여성이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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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0년 05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171쪽 | 128*205*20mm
ISBN13
9788932011592

책 속으로

임종의 입회자는 선풍기뿐
바람이 그녀의 몸 위를 두리번거리네 어젯밤
이 방에서 움직이던 두 개의 장난감 중에 하나는 멈추고
하나만 남아서 여전히 심벌즈를 두드리듯
바람의 손뼉을 치고 있네
방은 뚜껑이 열리지 않는 유리병처럼 밀봉돼 있고
냉장고 안에선 생선이 썩고
그녀의 입 속에서 혀가 썩네
이 방을 가득 채웠던 흔적들이
좌로 한 번 우로 한 번 몰려다니는 통에
고장난 그녀는 도저히 잠 깰 수 없었다네
몸 속에 플러그처럼 박힌 아기를 잘라버리자
이제 열린 책처럼 알몸으로 펄럭거리는 그녀
아무것도 더 할 일은 없었다네
들숨 날숨 바쁘게 공기를 갈아줄 일도 없었다네
전력 회사와 아직도 연결된 불쌍한 선풍기만
벙어리 증인처럼 그녀의 뺨을 이쪽 한 번
저쪽 한 번 밤새도록 갈기고 있었을 뿐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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