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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재난의 탄생
과학기술학의 관점으로 진단한 기술 재난과 한국 사회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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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머리말

1부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살균제 참사

1장 왜 세월호 참사에서 해경은 적극적으로 구조하지 않았을까 _구재령
2장 대규모 재난 통신 네트워크는 어떻게 실패했는가 _장신혜
3장 덜 알려진 재난 _박진영

2부 재난 성찰하기

4장 실패로부터 배우기 _박상은
5장 재난 보고서, 이렇게 쓰면 되는 걸까 _전치형

3부 미세먼지와 팬데믹

6장 미세먼지 재난, 법정에 서다 _김주희
7장 재난 소통을 통해 본 코로나19 팬데믹 _장하원
8장 익숙함에 기대어 새로운 재난을 극복하기 _황정하

보론
9장 한국의 기술 재난과 음모론 _홍성욱

저자 소개9

서울대학교 과학학과 과학기술학전공 박사과정

구재령의 다른 상품

플랫폼C 활동가. 전 세월호 특조위 조사관, 선조위 ·사참위 종합보고서 작성에 참여했다. 사회학을 공부하며 『세월호, 우리가 묻지 못한 것』을 썼다.

박상은 의 다른 상품

서울대학교 과학학과 박사 과정.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 학사, 과학학과 석사를 졸업했다. 서양 과학기술사, 특히 미국 항공학의 초기 역사를 연구하고 있다.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부교수. 서울대학교 전기공학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공부했다. 미국 MIT에서 과학기술사회론(STS: Science, Technology & Society)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독일 막스플랑크 과학사 연구소에서 박사후연구원 과정을 밟았다. 과학잡지 <에피> 편집위원인 저자는 카이스트 교수로서 과학기술정책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인간과 테크놀로지의 관계, 정치와 엔지니어링의 얽힘, 로봇과 시뮬레이션의 문화에 관심을 갖고 연구와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선조위 · 사참위 종합보고서 작성에 참여했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부교수. 서울대학교 전기공학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공부했다. 미국 MIT에서 과학기술사회론(STS: Science, Technology & Society)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독일 막스플랑크 과학사 연구소에서 박사후연구원 과정을 밟았다. 과학잡지 <에피> 편집위원인 저자는 카이스트 교수로서 과학기술정책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인간과 테크놀로지의 관계, 정치와 엔지니어링의 얽힘, 로봇과 시뮬레이션의 문화에 관심을 갖고 연구와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선조위 · 사참위 종합보고서 작성에 참여했고, 과학기술학의 관점에서 세월호 진상규명 과정을 연구하고 있다. 미세먼지, 세월호 참사, 지하철 정비, 통신구 화재 등의 사건들부터 로봇과 인공지능, 4차 산업혁명과 인류세 등의 주제들까지 과학적 지혜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영역들을 주목하고 고민한다.

전치형의 다른 상품

서울대학교 과학학과 박사 과정. 재난, 코로나19와 엔데믹, 공중보건 위기대응, 위험거버넌스 등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국가 감염병 감시체계 속 ‘하수 기반 감염병 감시체계’의 구축 및 운영에 관한 연구를 발전시키는 중이다.

황정하의 다른 상품

고려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과 과학기술학을 전공하고 현재 서울대학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의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환경에 대한 과학 지식이 만들어질 때 벌어지는 논쟁을 사회학적이고 역사학적인 방식으로 분석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

김주희의 다른 상품

부산대학교 SSK 느린 재난 연구팀 전임연구원. 환경사회학과 과학기술학 분야에서 과학기술과 환경, 위험과 재난, 사회갈등과 제도 등을 연구한다. 환경과 건강 문제, 공해 등을 사례로 느린 재난을 둘러싼 지식, 제도, 사회운동의 상호작용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박진영의 다른 상품

물리학을 전공하던 학부생 시절 물리 공부는 안 하고 마르크스, J. D. 버날, T. S. 쿤의 저서를 잡다하게 읽다가 과학사를 시작했다. 과학의 역사 자체에 흥미가 있었다기보다는, 과학의 역사를 공부함으로써 어떻게 더 괜찮은 사회를 만들 수 있는가라는 문제와 왜 자연은 수학을 통해 이해되는가라는 문제에 대한 답을 얻으려 했다. 돌이켜보면 첫 번째 문제는 정책의 문제고 두 번째는 철학의 문제인데, 정작 정책과 철학은 입문하지도 못했다. 그 뒤로 흥미로운 문제를 좇아 공부하다 보니 관심의 초점이 과학사에서 기술사로, 과학기술사에서 Science, Technology and Soci
물리학을 전공하던 학부생 시절 물리 공부는 안 하고 마르크스, J. D. 버날, T. S. 쿤의 저서를 잡다하게 읽다가 과학사를 시작했다. 과학의 역사 자체에 흥미가 있었다기보다는, 과학의 역사를 공부함으로써 어떻게 더 괜찮은 사회를 만들 수 있는가라는 문제와 왜 자연은 수학을 통해 이해되는가라는 문제에 대한 답을 얻으려 했다. 돌이켜보면 첫 번째 문제는 정책의 문제고 두 번째는 철학의 문제인데, 정작 정책과 철학은 입문하지도 못했다. 그 뒤로 흥미로운 문제를 좇아 공부하다 보니 관심의 초점이 과학사에서 기술사로, 과학기술사에서 Science, Technology and Society(STS1)로, STS1에서 Science and Technology Studies(STS2)로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인간 이후의 포스트휴먼과 휴머니즘 이후의 포스트휴머니즘에 매력을 느끼고 포스트휴먼 시대를 연구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과학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석사·박사학위를 받았다. 캐나다 토론토대학교에서 조교수를 거쳐 종신교수가 되었고, 이후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로 재직하며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강의와 연구를 수행했다. 2015년에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에 [과학기술학 연계전공]을 개설해서 첫 주임교수를 맡았고, 2022년 신설된 과학학과의 초대 학과장을 역임했다. 학부와 대학원에서 “과학기술과 사회”, “과학커뮤니케이션” 등의 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세월호 참사,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포스트휴머니즘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논문과 책을 집필했다. 저서로는 『실험실의 진화』, 『홍성욱의 STS, 과학을 경청하다』, 『홍성욱의 그림으로 읽는 과학사』, 『인간의 얼굴을 한 과학』 등이 있고, 함께 쓴 책으로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유령』, 『융합이란 무엇인가』, 『슈퍼휴머니티』, 『21세기 교양, 과학기술과 사회』 등이 있다. 함께 옮긴 책으로는 『판도라의 희망』, 『과학혁명의 구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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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과학을 좋아해 과학자의 길을 택했지만 대학원 실험실과 대기업 산하 연구소를 거치며 실험에 질려버렸다. 학창 시절 내내 우등생이었지만 결혼과 육아를 거치며 등수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았다. 지금은 과학기술학 연구자로서, 과학에 대한 애정도, 내 아이에 대한 사랑도, 과학기술에 대해 연구하는 내 일에 대한 열정도 적당히, 그러나 평생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살고 있다. 서울대 과학학과(구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박사 과정을 밟는 동안에 아이를 낳아 키우고 포닥 남편을 따라 여러 나라를 떠돌았다. 수년간 붕 떠 있는 일과 가정, 아이를 저글링 하듯이 돌보다 보니
어릴 때부터 과학을 좋아해 과학자의 길을 택했지만 대학원 실험실과 대기업 산하 연구소를 거치며 실험에 질려버렸다. 학창 시절 내내 우등생이었지만 결혼과 육아를 거치며 등수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았다. 지금은 과학기술학 연구자로서, 과학에 대한 애정도, 내 아이에 대한 사랑도, 과학기술에 대해 연구하는 내 일에 대한 열정도 적당히, 그러나 평생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살고 있다.
서울대 과학학과(구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박사 과정을 밟는 동안에 아이를 낳아 키우고 포닥 남편을 따라 여러 나라를 떠돌았다. 수년간 붕 떠 있는 일과 가정, 아이를 저글링 하듯이 돌보다 보니 ‘돌봄’이라면 지긋지긋해졌지만, 결국 그래서 무언가를 돌보는 사람들의 앎의 방식과 일상적 실천에 주의를 기울이는 연구자가 될 수 있었다(고 믿으려고 노력 한다). 지금은 부산대학교 한국민족문화연구소에 소속되어, 자폐증과 같은 발달장애부터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까지 우리 사회에서 질병과 장애를 돌보는 사람들과 사건들에 대해 기록하면서 좋은 의료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공저로 『겸손한 목격자들』, 『마스크 파노라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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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2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208쪽 | 560g | 152*225*20mm
ISBN13
9788962620658

책 속으로

인간만 떼어놓고 보면 해경의 대처가 전혀 납득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과 비인간을 세계와 상호 작용하는 하나의 집합체로 간주하고 이로부터 인지와 행동이 발생한다고 생각하면 조금은 실마리가 잡힐지 모른다. 손에 총을 쥔 사람과 손에 칼을 쥔 사람은 상이한 존재다. (중략) 마찬가지로 밧줄을 쥔 구조대원은 망치를 든 구조대원과 다르며, 100톤급 함정을 타고 있는 대원은 고무보트를 타고 있는 대원과 다를 수밖에 없다. 이들은 각자 독특하게 사고 현장을 이해하고 전략을 세우며 특정 가능성이나 위험을 선택적으로 인식하고 때로는 왜곡한다. 익수자 구조라는 특수한 목적을 위해 갑판 위를 재배치하고 장비를 제작했던 123정은, 세월호 현장에서 맞닥뜨린 상황을 매우 편협하게 해석했고, 선내에 진입해 승객을 빼내 오거나 퇴선 방송을 송출하는 융통성을 발휘하지 못했다.
--- p.38~39

현장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구조에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통신에 기대어 구조를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수많은 지시-보고를 위한 통신 중 어떤 교신도 세월호 승객들을 구조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했다. 큰 재난 상황에서 구조 세력을 출동시키고 모니터링하는 주체도 여럿이기 때문에 현장에 출동하지 않은 간부 중 한 사람이 책임을 지고 컨트롤타워를 맡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휘부의 역할은 현장 지휘자에게 지시를 내리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구조 활동을 도울 수 있도록 구조 인력을 원활하게 배치하는 것이다. 통신 기술은 현장 세력들 사이의 소통을 원활하게 도울 수 있도록 정착되어야 한다. 일상 시의 통신 규약 속 상하 조직의 틀에서 벗어나, 현장의 판단을 존중하며 구조 활동을 도울 수 있는 새로운 규약과 체계를 고민해야 한다.
--- p.56~57

CMIT/MIT 사례는 재난 해결의 종착지가 법정이기만 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보여준다. 법정은 다른 민형사 사건을 다루어 오면서 축적된 판단 기준과 법리를 바탕으로 판결한다. 그러나 많은 재난이 단일한 원인과 결과로는 설명되지 않는 복잡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재난을 해결하는 과정과 과학기술적 규명 과정의 속도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재난을 이해하고 예방하기 위해 확실한 인과관계의 확인과 입증, 명쾌한 과학기술적 설명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겠지만, 이것이 담보되어야만 꼭 재난의 책임이나 해결을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하는 재난 상황에서 어떤 부분은 절대 끝을 맺을 수 없으며 계속되어야만 한다.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례에서 과학 연구와 조사가 그것이다.
--- p.74-75

세월호 특조위, 선조위, 사참위의 실패는 그다음 참사의 조사 과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2년 발생한 10·29 이태원 참사에 관한 독립적 조사 기구 설치를 지지하는 운동은 그리 크지 않았다. 이는 시간과 자원을 투여한들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지 못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의문이 한국 사회에 적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개인의 법적 책임에만 집중하는 경찰과 검찰의 수사로 재난 조사를 종료할 것인가? 조직적·이념적인 변화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기술적 대책만 추진하는 쳇바퀴 속에 머물 것인가? ‘재난 조사’라는 도전을 계속하기 위해 재난 조사의 실패를 곱씹어 볼 때다.
--- p.98

사참위 종합 보고서 두 권의 구조가 이처럼 비슷해진 것은 당연히 보고서 집필진이 그렇게 목차를 짰고, 그것을 위원회가 승인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참위가 조사하는 두 참사에서 볼 수 있는 공통의 흐름 또는 유형을 보고서의 목차를 통해 드러내고자 했다. 많은 생명을 앗아 간 사건이 2014년 4월 16일 하루 동안, 그리고 1994년에서 2011년까지 17년 동안 발생했고, 한국 정부와 기업은 사건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피해자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데 처참할 정도로 실패했다.
--- p.139

주체/객체, 인간/비인간과 같은 구분을 명료하게 하는 것은 입법이나 사법 과정에서 필수적이다. 법적으로 재난을 정의할 때도 사회/자연의 이분법이 중요하게 활용되지 않았는가. 그런데 앞서 살펴보았듯이 느린 재난으로서 미세먼지의 발생과 그로 인한 피해는, 라투르 식으로 말하면 ‘혼종적’인 측면이 있다. 미세먼지 오염은 인간 활동에 의해서도 발생하지만 사막과 같은 토양에서도 발생하며, 기후변화로 인한 대기 정체나 이상기후와 맞물려 더 심화되기도 한다. 미세먼지는 인간에게 각종 질병을 일으키며 식물의 생장도 저해한다. 미세먼지라는 재난은 근대적 이분법의 어느 한쪽만으로는 포착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 p.187

이번 팬데믹 시기 코로나19 재난을 다루는 언론 보도에서 지배적으로 나타나는 은유와 정서는 감염병에 관한 특정한 감정을 자극하고 특정한 방식의 대응 전략을 추동했다. 시시각각 경계를 넘어 확산되는 바이러스의 존재가 시각화되면서, 감염병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증폭되고 바이러스와 이에 감염된 사람은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오염물로 인식되었다. 또한 바이러스의 공간적 확산에 대한 완벽한 통제가 이상적인 목표로 추구되면서, 그것을 방해하는 사례들은 비난의 초점이 되고 바이러스의 확산이라는 불가피한 현상은 정책적 실패의 증거로 부각되었다. 이에 더해, 이러한 감염병 재난에 대응하는 기술적 수단에 대한 양가적인 인식도 명백히 나타났다. 팬데믹 초기에는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 궁극적인 해결책으로 기대되었지만, 막상 백신 개발이 완료되고 접종이 시작되자 새로운 위험과 갈등을 내포하는 상품으로 다루어졌다.
--- p.160~161

재난은 처음에는 ‘새로운 것’으로 우리를 압도하지만, 점차 ‘익숙한 것’이 되어가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대상이 된다. 이 과정에서 ‘유사-전례’는 현재의 재난과 완전히 똑같지 않더라도 그와 유사한 과거의 경험을 끌고 들어와 새로운 재난을 익숙하게 만든다. 2020년 초반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역시 처음에는 국제사회와 각국 정부와 시민을 당혹케 하는 매우 새로운 질병이었다. 코로나19라는 신종 감염병을 빗대어 이해할 수 있는 과거의 유사한 경험을 떠올릴 수 없었을 때는 도대체 코로나19가 어떻게 풍토병이 될 수 있다는 것인지, 만약 코로나19가 풍토병이 된다면 우리는 이 질병을 어떻게 대해야 할 것인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오미크론=계절독감 레토릭’의 출현으로 계절독감이라는 ‘유사-전례’에 빗대어 코로나19를 경험하기 시작하면서, 점차 코로나19는 전례 없는 새로운 질병이 아닌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풍토병이 되기 시작했다.
--- p.176~177

음모론은 그 자체의 삶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하나의 씨앗에서 작게 시작하지만 자라나고 뿌리를 깊게 내리며 가지를 친다. 세월호가 복원성이 불량한 배였다는 사실에 대한 상세한 분석, 솔레노이드 밸브의 고착, 충돌 흔적의 부재도 음모론을 잠재울 수 없었다. 음모론자들은 여러 가정을 동원해 세월호의 복원성이 양호했다고 제시했고, 솔레노이드 밸브가 돌아간 것이 침몰 후에 일어났을 수 있다고 했으며, 잠수함은 선체가 아닌 스태빌라이저에 충돌해 이를 휘게 했다고 주장했다. 세월호 조사관과 유가족 중에는 세월호의 의혹이 아직 온전히 규명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이들은 조사가 계속되면서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고 이런 과정을 통해 세월호가 기억되기를 바랐던 것으로 보인다. 인간과 기술이 얽혀 복잡하게 돌아가면서 우연과 오류를 낳는 실제 세상은, 그것도 세월호 참사처럼 다시 재현할 수 없는 세상은 어떤 공학·심리학·방재학 이론으로도 완벽하게 설명할 수 없다. 이를 100퍼센트 완벽하게 설명하고 이해하려 했던 의도는 음모론의 싹을 키우는 토양이었다.

--- p.205~206

출판사 리뷰

대참사가 연이어 벌어지는 재난의 시대
21세기 대한민국 사회는 과연 안전한가

글로벌 사회에서 대한민국은 어떤 이미지를 가질까? 서울에 방문한 외국인들은 한강의 화려한 야경에 감탄하며 ‘한강의 기적’을 목도한다. 세계 어디에서나 BTS와 블랙핑크, 〈기생충〉과 〈오징어게임〉에 열광하며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을 찾아오고 싶어 한다. 대한민국은 이제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자 K-컬처로 대표되는 문화 선진국이 되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화려한 장밋빛 뒤로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20세기 발전 국가의 눈부신 성취 이면에는 성수대교 붕괴 참사, 상품백화점 참사,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가 어른거린다. 21세기에는 이런 후진국형 참사가 더 이상 없을 줄 알았는데, 세월호 참사, 가습기살균제 참사, 이태원 참사가 한국 사회를 연이어 강타했다. 20세기 유형의 시커먼 공해는 해결된 듯 보이나, 21세기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먼지가 우리를 급습했다. 전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몇 년 동안 국민들의 숨통을 조여왔다. 이런 재난은 자연재해가 아니다. 인간이 발전시킨 과학과 기술을 오용하거나 남용함으로써 발생하는 일종의 인재(人災)다. 이윤 창출을 위해 기술의 위험을 무시한 결과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일어났다.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경제활동 그 자체가 미세먼지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주택과 농지를 위해 동물의 서식지를 파괴한 인간의 탐욕이 코로나19 팬데믹을 불러왔다. 이 책에서는 이와 같은 재난을 인간이 만든 과학 기술의 실패, 즉 ‘기술 재난(technological disaster)’으로 범주화한다. 대한민국 사회는 성취와 발전 이면에 기술 재난을 거울에 비친 쌍둥이처럼 달고 다녔다.

무엇이 우리를 재난의 시대로 몰고 가는가
과학기술학으로 진단한 기술 재난의 실상

이 책은 21세기 한국의 기술 재난을 과학기술학(Science and Technology Studeis, STS)의 관점으로 진단하려는 시도를 담았다. 과학기술학은 과학기술과 사회의 상호작용을 한층 더 깊이 이해하려는 학문 분야다. 우선, 과학기술학은 과학이나 기술이 특정한 사회적 맥락에서 사회적 요소들의 영향을 받아 구성되었다는 관점으로 과학기술을 이해한다(사회구성주의). 또한 인간 행위자뿐 아니라 비인간 행위자도 인간에게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하게 하는 행위성을 가진다고 보고, 인간-비인간 행위자의 네트워크가 발휘하는 독특한 능력에도 주목한다(행위자 네트워크 이론). 이러한 과학기술학의 관점은 기술 재난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통찰을 제공한다.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에 따르면, 모든 인간-비인간 행위자의 네트워크는 불안정한데, 이를 안정적으로 만들려면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안전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거나 경제적 이익만 추구하면 재난의 잠정적 조건이 형성되고 결국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과학기술은 중립적이지 않다. 특히 과학기술의 실패인 ‘기술 재난’은 취약 계층에 더 크게 노출될 수 있는데, 과학기술학은 이런 기술 재난의 불평등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그리고 과학기술학의 구성주의적 이해는 기술 재난에 대한 우리의 지식 자체에도 적용될 수 있다. 과학 지식에 확실성과 불확실성이 공존하듯, 재난에 대한 이해에도 확실성과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하지만 재난의 원인에 대해 한 점 의혹도 없이 설명하고자 하는 경향은 오히려 설명되지 않는 부분을 음모로 메꾸려 하는 음모론을 낳기 쉽다. 이렇게 과학기술학은 재난 조사 활동이나 재난 보고서 작성을 성찰적으로 투영할 수 있는 창을 제공한다.

이 책은 총 세 개의 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우리 사회의 가장 가슴 아픈 참사인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다룬다. 특히 우리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두 참사의 원인과 결과를 과학기술학의 관점으로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2부에서는 재난조사위원회의 활동과 재난 보고서 집필 활동을 다시 분석해 본다. 재난 조사의 역할과 보고서 집필 과정의 딜레마를 돌이켜 보면서 앞으로 우리가 무엇에 더 집중해야 하는지 성찰한다. 3부에서는 현재 진행형인 미세먼지와 팬데믹을 다룬다. 특히 미세먼지와 팬데믹이라는 ‘느린’ 재난을 한국 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초점을 맞춰 살펴본다. 마지막 보론에서는 자연 재난에 비해 기술 재난은 음모론이 더 쉽게 제기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세월호 음모론의 성격과 특징을 논한다. 이 책에서 말하듯, 재난 연구는 학문적 분석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재난 연구는 과거보다는 현재, 현재보다는 미래를 바라보면서, 공동체 구성원이 재난의 슬픔을 함께 나누고, 서로 더 강하게 연대하고, 좀 더 안전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사회를 지향한다. 따라서 저자들의 바람대로 이 책이 기술 재난에 대한 사회적·학술적 관심을 낳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안전하게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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