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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이 아니면 언제?|11
모네의 언덕|85 산클레멘테 신드롬|205 텅 빈 자리|255 |
Andre Aci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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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는 뭘 하고 지내지?
아무것도 안 해요. 여름이 끝나길 기다리죠. 그럼 겨울에는 뭘 하지? 대답을 떠올리며 미소 짓자 그가 눈치를 챘다. “말하지 마. 여름이 오길 기다리는 거지?” --- p.16 내가 푹 빠지면 상대방도 푹 빠진다는 법칙이 어딘가에 있다. Amor ch’a null’amato amar perdona, 사랑은 사랑받는 사람을 사랑하게 만든다. [지옥(La comedia di Dante Alighieri: Inferno)] 편에서 프란체스카는 사랑받는 사람이 사랑하게 되는 것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일, 그것이 사랑이라고 했다. 희망을 갖고 기다려 보자. 나는 희망을 가졌다. 어쩌면 내가 처음부터 하고 싶었던 일은 영원히 기다리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 p.44 나는 항상 그를 시야에 두려고 했다. 옆에 없을 때를 제외하고는 절대로 시야에서 놓치지 않았다. 옆에 없을 때도 그가 오랫동안 뭘 하는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하고 있을 때도 나하고 있을 때와 똑같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었다. 내가 없을 때 다른 사람이 되게 하지 마소서.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모습을 보여 주게 하지 마소서. 그가 우리 집에서 보내는 삶, 내가 아는 것 이외의 삶을 영위하게 하지 마소서. 내가 그를 잃게 하지 마소서. 그가 내 것도 아니고 옆에 잡아 둘 수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냥 어린애일 뿐이었다. --- p.55 그의 한마디에 행복해질 수 있다면 쉽게 절망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불행해지고 싶지 않으면 그런 작은 행복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 p.67 “왜 이런 말을 하는 거지?” “당신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깊은 생각에 잠긴 듯 내 말을 그대로 읊었다. 그 말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고 정리할 시간을 벌려는 듯이. 강철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당신이 알았으면 해요.” 나도 모르게 튀어나왔다. “당신 말고는 말할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까요.” 말해 버렸다. --- pp.92~93 배신자. 그의 방문이 끽 하고 열렸다 닫히는 소리가 들리기를 기다리면서 생각했다. 배신자. 우리는 얼마나 쉽게 잊어버리는가. 어디 안 갈게. 물론 그렇겠지. 거짓말쟁이. 나 역시 배신자라는 사실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해변 가까이 있는 집에서 오늘 밤 나를 기다리는 소녀가 있었다. 그녀는 이제 매일 밤 나를 기다리는데 나는 올리버와 마찬가지로 그녀에 대해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 --- p.121 “키스해도 돼?” 언덕에서 키스해 놓고 그런 질문이라니! 우리 둘, 지난일은 다 지워 버리고 완전히 새로 시작하는 건가?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고개도 끄덕이지 않고 어제 마르지아에게 한 것처럼 그의 입술로 입술을 가져갔다. 예상치 못한 무언가가 우리 사이를 말끔하게 치워 주는 것 같았다. 나이 차이도 나지 않고 그저 두 남자가 키스하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 생각도 이내 녹아 버렸다. 두 남자가 아니라 그저 두 인간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에 평등함이 느껴진다는 사실이 좋았다. 그저 나이가 더 적고 더 많은 두 사람이 인간 대 인간, 남자 대 남자, 유대인 대 유대인으로 존재한다는 느낌이 좋았다. 야간등도 좋았다. 편안하고 안전한 느낌이 들었다. 옥스퍼드의 호텔 룸에서 느낀 그대로였다. 진부하고 창백한 내 방의 분위기마저 좋았다. 그의 물건이 여기저기 들어찬 방은 내가 쓸 때보다 훨씬 생기 있어 보였다. 사진, 작은 테이블과 밀어 넣은 의자, 책, 카드, 음악. --- p.163 오비디우스의 책에 나오는 이미지를 떠올려 보려고 했다. 거기 복숭아로 변하는 사람이 나오지 않는가. 아니면 내가 지금 만들어 낼 것이다. 복숭아처럼 아름다운 남녀가 아름다움을 시기한 신에 의해 복숭아나무로 변해 버린다. 3000년이 흐르고 나서야 두 사람은 억울하게 빼앗겨 버린 기회를 다시 얻어서 중얼거린다. “네가 멈춘다면 난 죽도록 괴로울 거야. 끝내지 마. 영원히 계속해 줘.” 그 이야기가 너무도 자극적이어서 나는 갑자기 절정의 순간으로 치달았다. --- p.181 “너희 둘은 아름다운 우정을 나눴어. 우정 이상일지도 모르지. 난 너희가 부럽다. 내 입장에서 말하자면 대부분의 부모는 그냥 없던 일이 되기를, 아들이 얼른 제 자리로 돌아오기를 바랄 거다. 하지만 난 그런 부모가 아니야. 네 입장에서 말하자면 고통이 있으면 달래고 불꽃이 있으면 끄지 말고 잔혹하게 대하지 마라. 밤에 잠을 못 이룰 만큼 자기 안으로 침잠해 들어가는 건 끔찍하지. 타인이 너무 일찍 나를 잊는 것 또한 마찬가지야. 순리를 거슬러 빨리 치유되기 위해 자신의 많은 부분을 뜯어내기 때문에 서른 살이 되기도 전에 마음이 결핍되어 새로운 사람을 만나 다시 시작할 때 줄 것이 별로 없어져 버려. 무엇도 느끼면 안 되니까 아무것도 느끼지 않으려고 하는 건 시간 낭비야!” --- pp.272~273 우리가 자신을 내던진 그해 여름의 몇 주 동안 우리의 삶은 현실에 맞닿아 있지 않고 강 건너 다른 세계에 있었다. 시간이 멈추고 하늘이 땅에 닿아 태어났을 때부터 우리 것이던 신성한 걸 내어 주는 그곳에. 우리는 서로 다른 곳을 보았다.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이야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알고 있었다. 지금 아무 말도 하지 않음으로써 확인되었을 뿐. 우리는 한때 별을 찾았다. 나와 당신. 일생에 한 번만 주어지는 일이다. --- p.2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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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첫사랑의 마스터피스’ 안드레 애치먼의 감각적인 언어로 열일곱 살 엘리오와 스물네 살 올리버의 사랑을 섬세하게 그려 낸 장편소설로, 2007년 해외 출간 당시 람다 문학상 게이 소설 부문에서 수상하는 등 세계 언론의 극찬을 받았다. 그리고 10년 후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재탄생되면서 제90회 미국 아카데미상 각색상 수상을 포함한 최우수 작품상, 남우주연상, 음악상(〈Mystery of Love〉 by Sufjan Stevens) 부문 노미네이트 외에 세계 유수의 영화제 57관왕, 19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전 서계적으로 ‘콜바넴(CMBYN)’ 신드롬을 일으켰다.
“나중에!” 그 한마디, 그 목소리, 그 태도. 헤어질 때 ‘나중에’라고 말하는 사람은 지금껏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굳이 다시 만나거나 연락하고 싶지 않다는 무심함을 가린 냉정하고 퉁명스러우며 어쩌면 상대방을 무시하는 듯한 말이라고 여겼다. 그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첫 번째 기억이 바로 이 한마디다. 그렇게 말하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생생히 울려 퍼지는 듯하다. 나중에! - 본문 중에서 소설은 성장한 엘리오가 올리버를 만난 그해 여름을 회상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와 함께 보낸 리비에라의 6주, 로마의 특별한 날들을 배경으로 언제까지나 함께 할 수 없고 누구에게도 말할 수도 없는 비밀을 안은 채 특별한 친밀함을 쌓아 나가는 과정을 지적이면서 은밀하게 그려 낸다. 마음을 온전히 열어 보이지 않는 올리버를 향해 욕망을 떨쳐낼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엘리오가 되뇌는 지중해 여름 공기보다 더 뜨거운 목소리는 설렘과 질투를 오가는 이야기의 전개와 절묘하게 어우러져 작품에 몰입시킨다. 당신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연주할게요, 그만 하라고 할 때까지, 점심시간이 될 때까지, 내 손가락이 벗겨질 때까지. 난 당신을 위해 뭔가 해 주는 게 좋고 당신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테니까 말만 해요. 처음 본 순간부터 좋았어요. 친근하게 다가가는 나에게 또다시 얼음처럼 차갑게 반응할 때조차. 우리 사이에 이런 대화가 이루어졌다는 것, 눈보라 속에서 찬란한 여름을 되찾아 오는 쉬운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나는 절대로 잊지 못할 거예요. - 본문 중에서 엘리오의 목소리를 통해 감성적이고 세련되게 표현한 사랑의 장면은 선정적인 육체 묘사보다 더 자극적인 내면의 감정을 날것 그대로 전한다. 특히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가장 유명한 대사를 통해 몸과 몸의 관계를 넘어 누구와도 공유한 적 없는 정신 영역까지도 함께 해야 비로소 두 사람이 완전한 하나가 된다는 작가의 철학을 감각적으로 표현하는데, 진정한 사랑을 육체의 끌림과 관계로 표현하는 대신 사람과 사람의 완벽한 교감으로 나타낸 것이다. 그동안 난 어디에 있었던 거지? 올리버, 내가 어릴 때 당신은 어디에 있었나요? ‘이게 없는 삶은 무슨 의미일까?’라는 질문이기도 했다. 끝에서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여기서 멈춘다면 난 죽도록 괴로울 거예요. 여기서 멈춘다면 난 죽도록 괴로울 거예요.”라고 말한 사람이 그가 아니라 나인 이유였다. 그것은 내 꿈과 환상, 그와 나, 그의 입에서 내 입으로, 다시 그의 입으로 입에서 입으로 왔다 갔다 하는 욕망의 말을 완성하는 길이었다. 내가 외설스러운 말을 시작했는지 그가 부드럽게 따라 하다가 말했다. “네 이름으로 나를 불러 줘. 내 이름으로 너를 부를게.” 태어나 처음 해 본 일이었다. 그를 내 이름으로 부르는 순간 나는 그 전에, 어쩌면 그 후에도 타인과 공유한 적이 없는 영역으로 들어갔다. - 본문 중에서 바흐, 하이든, 리스트, 헤라클레이토스, 파울 첼란, 퍼시 셸리, 레오파르디를 넘나드는 두 사람의 의식 세계와 온전히 하나가 되고자 열망하는 몸짓을 세련되고 품위 있게 표현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리마스터판으로 재출간하면서 첫 문장부터 마지막 한 문장까지 전체 원문 대조를 통해 원작의 감성을 더욱 충실히 옮겼으며, 새로운 표지와 본문 디자인으로 첫사랑의 묘한 감정을 아름답게 표현하고 가독성을 높였다. 책을 읽는 동안 엘리오와 올리버 두 연인의 뜨겁고 순수한 숨소리가 가슴을 뜨겁게 울릴 것이다. ◆ 언론 호평 “위대한 사랑 이야기. 이 아름다운 소설의 모든 구절, 아픔, 어지러이 밀려오는 감정은 마음속에서 진실로 울려 퍼진다.” - 마이클 업처치, 《시애틀 타임스》 “작가의 욕망을 섬세하고 잘 다듬어진 문장으로 구현해 낸 소설.” - 《더 뉴요커》 “단연 뛰어난 소설. 안드레 애치먼이 표현한 아름다움과 열정의 순수함은 이 특별한 소설을 최고의 낭만 소설 자리에 올려놓았다.” - 찰스 카이저, 《워싱턴 포스트》 “이 빛나는 소설은 풍성하고 감각적이다. 안드레 애치먼은 두 인물의 싹 트는 관계를 매우 절묘하게 그려 냈다.” - 카렌 캠벨, 《보스턴 글로브》 “이 책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하다. 아내 엘리자베스 챔버스는 이 책을 지금껏 읽은 가장 섹시한 책이라고 부른다. 정말 강력하고 아름다운 방법으로 사랑을 인간화한다.” - 아미 해머, 《타임 아웃》 “나는 그 영화를 사랑했고…… 이 책은 나를 완전히 사로잡았다.” - 마크 제이콥스, 인스타그램 @themarcjacobs “제임스 아이보리의 섬세한 각본이 더해진 루카 구아다니노의 영화를 보기 전에 안드레 애치먼의 깊고 감동적인 소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읽었고, 무척 마음에 들었다.” - 해미시 볼스, 《보그》 올해 최고의 책 “이 소설은 열정적인…… 연애편지, 기원, 비문의 한 부분 같다. 특별히 아름다운 책.” - 스테이시 데라스모, 《뉴욕 타임스 북 리뷰》 “최고. 애치먼 문체의 아름다움과 그 열정의 순결함은 이 비범한 첫 소설을 모든 사람을 위한 위대한 낭만적 사랑 이야기 목록에 넣게 한다.” - 찰스 카이저, 《워싱턴 포스트북 월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