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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사는 평강공주
박라연
문학과지성사 2000.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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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지성 시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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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1

1951년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한국방송통신대 국문과와 수원대 국문과 석사, 원광대 국문과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199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서울에 사는 평강공주」가 당선되어 시단에 나왔으며, 2008년 윤동주상 문학부문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서울에 사는 평강공주』 『생밤 까주는 사람』 『너에게 세들어 사는 동안』 『공중 속의 내 정원』 『우주 돌아가셨다』와 산문집으로 『춤추는 남자, 시 쓰는 여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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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0년 05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102쪽 | 128*205*20mm
ISBN13
9788932015828

책 속으로

동짓달에도 치자꽃이 피는 신방에서 신혼 일기를 쓴다 없는 것이 많아 더욱 따뜻한 아랫목은 평강공주의 꽃밭 색색의 꽃씨를 모으던 흰 봉투 한 무더기 산동네의 맵찬 바람에 떨며 흩날리지만 봉할 수 없는 내용들이 밤이면 비에 젓어 울지만 이제 나는 산동네의 인정에 곱게 물든 한 그루 대추나무 밤마다 서로의 허물을 해진 사랑을 꿰맨다......가끔......전기가......나가도......좋았다......우리는......

새벽녘 우리 낮은 창문가엔 달빛이 언 채로 걸려 있거나별 두서넛이 다투어 빛나고 있었다 전등의 촉수를 더 낮추어도 좋았을 우리의 사랑방에서 꽃씨 봉지랑 청색 도포랑 한땀 한땀 땀흘려 깁고 있지만 우리 사랑 살아서 앞마당 대추나무에 뜨겁게 열리지만 장안의 앉은뱅이저울은 꿈쩍도 않는다 오직 혼수며 가문이며 비단 금침만 뒤우뚱거릴 뿐 공주의 애틋한 사랑은 서울의 산 일번지에 떠도는 옛날 이야기그대 사랑할 온달이 없으므로 더더욱

--- p.11

갑자기
서로를 모른다고 해야 할 때
예전에 무심히 드린 편지
편지 쓸 때의 내 고운 생각들이
손때 묻은 서랍에서 책갈피에서
샛노란 유채꽃으로 피어나
그대를 흔들어 깨울
튼튼한 아이 하나 낳아주고 떠나온 양
마음 든든하다고 그렇다고
쓸쓸한 퇴근길 육교 위에서
새하얀 눈송이를 펄럭이는
편지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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