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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짓달에도 치자꽃이 피는 신방에서 신혼 일기를 쓴다 없는 것이 많아 더욱 따뜻한 아랫목은 평강공주의 꽃밭 색색의 꽃씨를 모으던 흰 봉투 한 무더기 산동네의 맵찬 바람에 떨며 흩날리지만 봉할 수 없는 내용들이 밤이면 비에 젓어 울지만 이제 나는 산동네의 인정에 곱게 물든 한 그루 대추나무 밤마다 서로의 허물을 해진 사랑을 꿰맨다......가끔......전기가......나가도......좋았다......우리는......
새벽녘 우리 낮은 창문가엔 달빛이 언 채로 걸려 있거나별 두서넛이 다투어 빛나고 있었다 전등의 촉수를 더 낮추어도 좋았을 우리의 사랑방에서 꽃씨 봉지랑 청색 도포랑 한땀 한땀 땀흘려 깁고 있지만 우리 사랑 살아서 앞마당 대추나무에 뜨겁게 열리지만 장안의 앉은뱅이저울은 꿈쩍도 않는다 오직 혼수며 가문이며 비단 금침만 뒤우뚱거릴 뿐 공주의 애틋한 사랑은 서울의 산 일번지에 떠도는 옛날 이야기그대 사랑할 온달이 없으므로 더더욱 --- p.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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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서로를 모른다고 해야 할 때 예전에 무심히 드린 편지 편지 쓸 때의 내 고운 생각들이 손때 묻은 서랍에서 책갈피에서 샛노란 유채꽃으로 피어나 그대를 흔들어 깨울 튼튼한 아이 하나 낳아주고 떠나온 양 마음 든든하다고 그렇다고 쓸쓸한 퇴근길 육교 위에서 새하얀 눈송이를 펄럭이는 편지 --- p.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