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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나부끼며 가는 세계
아름다운 너무나 집밥 한끼 나부끼며 가는 세계 1 옆구리 봉지 그는 따뜻한 오버랩이다 달래주려면 당신처럼 하루 헤어진 이름이 태양을 낳았다 물론 제2부 즐거운 진화 여러분의 오십가지 그림자 종잇장 오후 실패가 실패의 품에서 내 마음에 들어오지 마세요 즐거운 진화 휠체어에 오늘을 자라나는 선물 너만의 산책 김광석과 니체는 피칭머신 제3부 화음을 어떻게든 나부끼며 가는 세계 2 지붕을 선물받았어요! 무례한 치료 흘러 흘러서 보들보들한 희망이란 디엔에이 너에게도 남향이 칫솔질 그렇게 다시 딜레마 화음을 어떻게든 제4부 못을 먹다니 괜찮아,란 말 진짜 짝퉁 분위기 못을 먹다니 거짓말의 빛깔 걸어서 미소까지 비밀의 화원 정의에도 신분이? 최후의 1인 잠 그 순간을 옮겨 적어도 되나 제5부 술 행운 사절,이란 팻말 첩첩편중 마술의 입장으로 너에게 아직은 없는 것 캥거루와 그날 두려움의 다른 얼굴 그래서 안 보이는 링 위에서 너와 비극의 염치 술 페이스메이커 어느날 셋이서 제6부 언젠가 너를 나는 내가 아닐 때가 더 좋다 나의 진화 친애하는 바깥에게 언젠가 너를 동명이인이어서? 내 야성은 어디에 내 이름을 나무의 이름으로 완전한 나무 오월의 해운대 어쩌다 사랑 발효 상표 봄 해설|김종훈 시인의 말 |
박라연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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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의 빛은 어디서 오나”
패자와 잊힌 것들의 공동체에 닿아 있는 다감한 시선 문학평론가 김종훈은 해설에서 “타인의 고통을 덜기 위해 자신의 고통을 늘리는 것이 그에게는 ‘진화’이다”라고 말하며, 폐허처럼 변한 지상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을 일컬어 ‘천사의 시선’이라 명명한다. 작은 불씨 같은 시인의 시선은 일상과 불안, 삶과 죽음 등에 번갈아 충돌하며 불꽃을 틔우고 불길을 이어나간다. 시인의 내면을 넘어 일은 불길은 공동체와 만나게 되는데, 이 만남의 방식은 ‘화엄’이라는 장엄보다는 ‘화음’이라는 화합에 가깝다. 마치 “불우가 죄 없는 세계의 절반을 점거”(「헤어진 이름이 태양을 낳았다」)하는 것처럼, 혹은 “당신이 어디쯤 저물어가듯 호주머니 속 오래된 실패들이 어디쯤 저물어”가는 것처럼. 박라연의 이번 시집에는 서정시의 전통적 방식인 ‘투사’와 시인만의 독특한 시적 방법론인 ‘직접 발화’가 뒤섞여 있다. 구별 없음의 자유로운 시 정신과 다채로운 언어의 힘으로 시인은 개인의 고통과 타인의 고통을, 슬픔이라는 근원과 아픔이라는 구체를 동시에 살피고 톺는다. 아슬아슬한 외길이면서도 동시에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 행보 덕분에 시편들은 절제와 직설이라는 미학을, 시인은 비관의 직관이라는 정신을 역설적으로 만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도 박라연의 시는 현재 진행형이다. 시인은 세계의 양면을 동시에 바라보는 일에 여전히 몰두하며 스스로 넓어지고 있다. 숱한 존재의 내면과 외연은 드넓은 시의 들판에서 언어로 깃들고 리듬으로 머물며 시인과 함께 “제법 긴 이름으로 살아”(「즐거운 진화」)가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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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라연의 등단작 「서울에 사는 평강공주」를 따뜻하게 기억하는 독자들이라면, 그 신혼의 공주가 30년의 세월과 더불어 어떤 모습이 되었는지 이번 시집에서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철부지 시절의 천진난만도 사랑스럽지만, 세상사 고달픔 속에 한 세월 무르익은 오늘의 기품만 하리오. 법력은 높아져 때로 시간의 “귀싸대기”를 쳐서 “죽은 시간”(「무례한 치료」)을 살려내고, 희망의 ‘보들보들함’에 닿을 만큼 눈과 귀는 더 밝아졌으니.
앙앙불락의 나날들을 건너 이제 고요와 화엄과 “옆자리”(「옆구리」)에까지 눈이 열린, 잘 나이 드신 한 ‘평강공주’를 뵙는 듯하다. - 김사인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