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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심흥아
「모란이 피기까지는」, 서윤아 「세 사람이 있는 실내」, 박문영 「피로: 어느 하루의 기록」, 이지나 「젊은이의 병」, 노영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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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고뇌와 사랑을 현재에 대입할 수 있을까?
윤동주, 김동인, 김영랑, 박태원, 손창섭의 청춘들이 재탄생하다 1930~1950년대 해방 전후 시대 문학 속 인물들은 새로운 삶에 대한 전망을 결여한 채 어둡고 침통한 현실의 밑바닥에 있었다. 하지만 그때의 이야기가 지금까지도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은, 그런 현실 속에서도 배어나는 푸른 봄날(靑春)의 기운과도 같은 파릇한 생기와 인간애의 모습을 포착했기 때문이 아닐까.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인간의 모습은 별반 다르지 않다. 젊음이라는 응축된 그들만의 에너지 때문일까, 해방 전후 시대에서나 현재의 수많은 정보 시대 속에서나 젊은이들은 쉽게 좌절하고 상처받는다. 그런 모습들은 안타깝지만 어쩐지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인간의 모습인 것 같다. 그렇게 인간의 청춘의 면면들은 여전히 다른 모습으로 시대와 세대를 초월해 반복된다는 것을 나타내 보자는 것이 이 작품집의 최초의 아이디어이다. 손창섭의 「비오는 날」, 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동인의 「배따라기」, 박태원의 「피로」 그리고 윤동주의 「병원」, 현대 문학의 기점이 되었던 이 작품들의 심상을 다섯 명의 만화가들이 현재의 시점에 맞춰 단편 만화로 엮었다. 그 시대의 문학 작품에서 느끼는 바야 모두가 다르겠지만, 이 작품집은 봄꽃이 한순간에 확 폈다가 기척 없이 사라지는 것과 같은 찰나의 청춘에 집중했다. 해방 전후 시대의 문학과 만화의 결합은 만화라는 매체의 확장 가능성을 확인한 매우 새로운 시도이다. 기획 의도 중·고등학교 시절 처음 접했던 윤동주, 김동인, 손창섭, 박태원 등 작가의 작품은 생애 첫 문학이었다(물론 그 전에도 신데렐라와 개구리 왕자 그리고 이순신과 퀴리부인 위인전을 거쳤지만). 어지러운 시절에 쓰인 처절한 작품이라는 것을 잊은 채, 학창 시절의 문학소녀에게는 사랑과 상실 그리고 피로와 기다림 등의 정서가 참 낭만적으로 들렸다. 간접적이었지만, 아마 그 감정들 역시 내게는 처음이었을 것이다. 어느덧 나도 그 작품들이 쓰였던 작가들의 나이와 비슷해졌다. 봄꽃도 한때라. 내가 그토록 사랑했던 책들이 왜 그들의 청춘에 쓰였을까 생각해 본다. 어쩌면 세상의 비극에게 자신들의 청춘을 제물로 썼는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더 이상 그 시절의 책들이 낭만이나 아름다운 허무로 읽히지 않는다. 시대는 변했지만 세상은 여전히 다른 이유들로 어지럽고, 내 청춘의 모습도 수십 년 전에 쓰인 그들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기 때문이다. 그 시절의 애통함을 모르고 이것을 요즘 시대에 맞게 번안을 했다거나, 재해석했다고 감히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이것은 그 시절 한때, 흐드러지게 폈던 봄꽃들에게 바치는 우리들의 러브레터쯤 되겠다. 기획자 노영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