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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괄량이 삐삐의 죽음
윤의섭
문학과지성사 199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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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지성 시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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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1

1968년 경기도 시흥시에서 태어나 아주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4년 [문학과 사회] 여름호로 등단, 시집 『말괄량이 삐삐의 죽음』, 『천국의 난민』, 『붉은 달은 미친 듯이 궤도를 돈다』, 『마계』, 『묵시록』, 『어디서부터 오는 비인가요』 등을 펴냈다. 2009년 애지문학상을 수상했고, 현재 '21세기 전망' 동인으로 활동 중이며 아주대학교 연구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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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1996년 09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58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32008325

책 속으로

심심해
환해지는 새벽보다 빠르게 출근하고
깊숙이 파고드는 다음남의 새벽까지 버티면서도
나는 심심해
심심해서 신문을 뒤적거려
색다른 재밋거리라도 없을까 이 욕구
무엇을 해도 허전한 도무지 이상한 시간은
왜 자꾸 생겨나는 걸까
그런데 신문 한쪽에서 나는 울 뻔했어
어느 일곱 살 살예보 소녀의 죽음이
더욱 슬픈 건 폭격 맞아 불구가 되어 투병했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투병 기간 동안 동물원 나들이를 좋아하며 살아냈다는 것
걱정 마세요 저는 제가 죽는다는 걸 알지 못해요
소녀는 사람들이 먼저 절망할까봐
그랬을 거야 소녀의 여생은
사라졌지만 그만큼 우리에게 남겨진 거야
살아내야 할 시간을 미리 마감하여
지구 위를 떠도는 엄청난 시간이
나를 심심하게 해
무엇을 해도 채울 수 없는 허무와
참기 힘든 공복 현대인은 심심해와 싸우지
지금 죽은 소녀의 나들이가
무섭도록 심심하게 살라고 해

--- pp.122-123

별것 아닌 손짓 발짓만으로 스릴 넘치는 액션도 없이 하지만 삐삐를 보면 슬펐다. 세상의 악에 홀로 맛서는 천진한 아이 주근깨와 코가 말린 큰 신발을 보면 가슴속에서부터 저며오는 눅눅한 우울
언젠가 소풍 갔을 때 나는 요구르트 병에 살려달라고 적은 나뭇잎을 넣어 시냇물에 흘려보냈었다.
아직 나를 구원하려고 달려온 사람은 없어 넓은 바닷가 한 알갱이 모래를 줍는 일이란 실제로 삐삐는 죽었다고 했다.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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