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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해
환해지는 새벽보다 빠르게 출근하고 깊숙이 파고드는 다음남의 새벽까지 버티면서도 나는 심심해 심심해서 신문을 뒤적거려 색다른 재밋거리라도 없을까 이 욕구 무엇을 해도 허전한 도무지 이상한 시간은 왜 자꾸 생겨나는 걸까 그런데 신문 한쪽에서 나는 울 뻔했어 어느 일곱 살 살예보 소녀의 죽음이 더욱 슬픈 건 폭격 맞아 불구가 되어 투병했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투병 기간 동안 동물원 나들이를 좋아하며 살아냈다는 것 걱정 마세요 저는 제가 죽는다는 걸 알지 못해요 소녀는 사람들이 먼저 절망할까봐 그랬을 거야 소녀의 여생은 사라졌지만 그만큼 우리에게 남겨진 거야 살아내야 할 시간을 미리 마감하여 지구 위를 떠도는 엄청난 시간이 나를 심심하게 해 무엇을 해도 채울 수 없는 허무와 참기 힘든 공복 현대인은 심심해와 싸우지 지금 죽은 소녀의 나들이가 무섭도록 심심하게 살라고 해 --- pp.122-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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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것 아닌 손짓 발짓만으로 스릴 넘치는 액션도 없이 하지만 삐삐를 보면 슬펐다. 세상의 악에 홀로 맛서는 천진한 아이 주근깨와 코가 말린 큰 신발을 보면 가슴속에서부터 저며오는 눅눅한 우울
언젠가 소풍 갔을 때 나는 요구르트 병에 살려달라고 적은 나뭇잎을 넣어 시냇물에 흘려보냈었다. 아직 나를 구원하려고 달려온 사람은 없어 넓은 바닷가 한 알갱이 모래를 줍는 일이란 실제로 삐삐는 죽었다고 했다. --- p.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