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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입동 즈음
길/입춘/회복/저물녘/산책/가을빛 속으로/인과/해묵은 봄/문신/입하/일몰/씀바귀/간이역/입동 즈음/꽃이/꽃 제2부 깊고 푸른 꿈 저녁나절/봄날/사월이 간다/봄비 속에서/옹이/바람개비/춘사/산/강둑을 걷다/소주병/목련/나이테/호젓하게/여명/깊고 푸른 꿈 제3부 버드나무 벤치 회상/파종/창을 열며/추상/버드나무 벤치/세모/용도/허풍/봄날/기적/이걸 어찌 해/짬뽕/둥지/도구 /무슨 작업/기우/갱년기 제4부 수덕에 들다 초파일/공즉시색/무슨 인연으로/마곡사 입구/단풍/수덕에 들다/저녁 기도/성탄의 밤/이순/모자/맨발/위로/절차/생가/한가위/변신 제5부 아내는 단풍 구경 가고 아내는 단풍 구경 가고/모교/노을/본능/상엽/취객/봄볕/표정/라면을 끓이며/겹치기/걸인/야생/유기견/아리송해/꽃무늬 쉬폰/대지의 제향 해설 | 이기철 시인 때를 아는 시인, 세속을 씻어내는 찬연한 문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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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일 같다
희미한 풍경이 지워지는 화면에 기적처럼 일어나는 일이다 저 위로 수증기를 올리는 힘이 거대한 산천을 들썩이고 거친 호흡이 퐁퐁 구름을 만드는가 싶다 멀리서 지쳐 돌아오는 언 발을 녹이듯이 질펀한 흙에 씨앗을 뿌려야 한다는 숨 가쁜 일을 맞이하리니 숨겨진 눈물을 글썽이게 한다 방금 당도한 햇살이 거울 같은 수면에 푹신하게 내려앉는 심사 기필코 일을 내야 하려니 여기서는 근심 걱정도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것이다 온 누리가 같은 숙명이라고 깨닫기까지 저기 바쁘게 밀려오는 먹구름도 알맞게 비를 뿌리게 된다 벌 나비 잉잉 날아드는 꽃이 뭉개지지 않듯 감미로운 키스의 뒷일이 딱히 슬픔을 담고 있는 것만이 아니다 오늘도 시큼한 손목을 하나의 도구 같은 기쁨으로 아득하게 밀려오는 거대한 물결에 맡길 일이로다 --- 「깊고 푸른 꿈」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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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시인님의 시를 읽으려 하면 벌써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이 앞선다. 최 시인님은 육신肉身은 노인이지만 그 안에 깃든 시심詩心은 영락없는 소녀이다. 아니, 소녀에서 조금 더 성숙한 처녀라고 하면 맞겠다. 그 감성이 어찌나 섬세하고 다감한지 시 한 편을 읽고 나면 곧바로 다음 작품으로 건너가지 못하고 그 시에 빠져 잠시 머뭇거리게 된다. 그렇게 오랫동안 최 시인님의 시를 좋아했고, 그 시집을 오래 기다렸다. 시집 『수덕에 들다』가 그래서 반갑고 또 반갑다. - 이 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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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조觀照의 능력을 갖춘 자는 비로소 작가 반열에 든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간 무심히 스쳐 봐왔던 객기는 조용히 거둬들이고 내면이 들려주는 소리에 집중하는 자세, 비로소 시안詩眼이 열리는 법 아닌가. 전근대적 몇 대째 눌러사는 양철지붕 목조주택에서 자그마한 터전에서 작물을 가꾸며 사는 저물녘 작가 시선이란 이토록 소박하지만 눈부시고 눈물겨운 정경이다. - 이기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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