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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yoshi Shigematsu,しげまつ きよし,重松 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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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해할 수 있다. 신지는, 우리들이 바라는 아이가 되고자 하는 것이다. 몸집은 작아도 온몸으로 빛을 발하던 여름방학까지의 자기 모습 그대로 우릴 대하려고 한다. 무의미하고 허망한 허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나마도 잃어버리는 순간, 신지는 그를 둘러싼 세상 앞에서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고, 두 번 다시 그 얼굴을 쳐들지도 못할 것이다.
---p. 「나이프」중에서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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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과 후회의 차이를 비로소 알게 됐다. 무언가를 반성할 때는 진심으로든, 형식적으로든, 사람은 그 일에 대해 많이 떠들 수 있다. 하지만 무언가를 후회할 때, 자기가 한 짓이 싫고 또 싫어서 참을 수 없을 지경이 됐을 때는, 말이 안 나온다.
이시바시 선생님은 우리들에게 왕따에 대한 반성문이 아니라 후회의 글을 쓰도록 시켰어야 했다. 그랬다면 우리들은 아마 제한시간 50분을 그대로 넘겨버렸겠지. “내일까지 시간을 주세요.” 선생님께 부탁을 하고 원고지를 집으로 가져와 밤새 책상에 앉았다가도, 다음날 아침 빈칸 그대로의 백지 원고지에 이름만 써서 제출하게 되겠지. --- p. 「캐치볼하기 좋은 날」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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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에비수
나약한 소년에 대한 강자의 가학행위, 그로 인해 집단화되는 따돌림 이야기다. 아픈 여동생을 위해 착한 일만 하는 ‘간디’가 되고자 애쓰는 열한 살 난 소년 히로시와, 히로시를 괴롭히는 덩치 에비수. 애정결핍에다 여러 동네와 학교를 전전해야 했던 외로운 소년, 에비수의 히로시에 대한 괴롭힘은 ‘친구가 되자, 내 옆에 있어줘.’라는 말의 또 다른 표현이었다. 나이프 왕따 소년의 아버지 심리를 전장에 있는 옛친구와 중첩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작품. 나약한 아버지로 비치는 주인공을 통해 정면으로 맞서지도, 외면할 수도 없는 기성세대의 입장을 고통스럽도록 잘 표현하고 있다. 악어와 왕따 하루아침에 왕따로 전락한 중학생 인기소녀 미키의 목소리를 통해 왕따 당하는 당사자의 심리를 실감나게 그렸다. 캐치볼하기 좋은 날 사람들이 간과하기 쉬운 왕따 현장의 구경꾼 이야기. 왕따 현장의 구경꾼이었던 요시미는 끝에 가서는 눈물을 흘리게 된다. 강요받은 눈물이 아닌, 자기 속에서 밀려나오는 후회의 눈물을. 달콤쌉싸름한 우리집 청소년들 사이의 왕따가 아니라 어른들의 집단 이기주의에 의한 왕따를 소재로 하고 있다. 학부모들의 편협한 이기심이 부른 교사에 대한 집단 따돌림을 비롯해 예행연습 없이 실전으로 맞닥뜨려야 하는 자식 키우기, 점점 더 치열해지는 사회생활, 열성적인 교사였던 아내를 집안에 들어앉힌 남편의 죄책감, 유능한 교사에서 유능한 엄마로 남음으로써 자존심을 지키려는 아내 등 아무도 벗어날 수 없는, 그야말로 우리 집과 옆집 이야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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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에서 공존해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소설
집단 따돌림이 학교 내에서 심각하고 간과할 수 없는 문제라는 점은 이미 사회적 동의를 얻고 있으며, 이에 관한 다양한 해법들이 제기되고 실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 내에 집단 따돌림을 예방하고 치유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도입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 개인에 대한 집단의 공격이 얼마나 비인간적이며, 그것이 한 인간을 어떻게 파멸의 길로 몰아넣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서 ‘집단’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횡포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것인지 가슴으로부터 느끼게 하는 것이다. 그 정체를 제대로 파악하고 문제의 심각성을 분명히 인식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문제를 극복하려는 노력 또한 소용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 출간의 가장 큰 의의는 이러한 전제를 모두가 마음으로부터 느끼고 공유하여 우리의 인권에 대한 의식을 한 차원 높이고, 이를 바탕으로 해결 의지를 도모하자는 동의를 끌어내는 데 있다. 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 집단따돌림에 연루된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에게 내재된 심리를 뜯어봄으로써 타인에 대한 감정이입이 이루어질 것이고, 이 과정 속에서 타인에 대한 이해가 싹틀 수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작용을 충분히 뒷받침할 만큼 작품성이 뛰어나며, 사회적인 문제를 대처하고 극복하는 데 ‘소설’이 얼마나 강력하고 큰 힘을 지닐 수 있는지 보여줄 만한 소설이다. 이 책은 갈등의 화해를 다뤄 현상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다른 책들과는 달리, 집단 따돌림의 실체와 집단을 구성하고 있는 인간의 내면 심리를 낱낱이 파헤쳐 인간적인 이해와 냉철한 시각으로 집단따돌림의 문제를 바라보게 한다. 그래서 그것이 우리가 공존해 살아가는 데 얼마나 큰 위험요소인가를 고발하고 있다 피해자, 가해자, 방관자, 피해자의 부모 등 다양한 목소리를 통해 각 입장을 대변 나는 자고 일어나니 왕따가 되어 있었다. 물론 내 몸이 뱀이나 독충으로 둔갑해 있었던 건 아니다. 무리 속에 끼지 못하는 아이, 따돌림 당하다, 할 때의 그 왕따. 나는 우리 반 친구들에게 완전히 따돌려졌다. 좀더 실감나게 말하자면, 매장당한 것이다. 아무런 예고도, 이유도 없이. (「악어와 왕따」중에서) 보통 이렇게 시작된다. 흔히 왕따당하는 아이나 왕따를 주동하는 아이의 원인과 유형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꼭 들어맞는 건 아니다. 어느 날 갑자기, 인기 많던 아이가 이유도 없이 괴롭힘을 당하거나 무시당하기도 하고, 가해자가 돌연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자기 아이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믿었던 부모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지만 무기력하거나 과잉 반응을 보여 도움이 안 되기도 하고, 친구가 집단 괴롭힘당하는 광경을 지켜보면서도 그것이 자신이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의 숨을 내쉬기도 한다. 아무런 필연성이 없는 집단 따돌림, 어떤 도움도 주지 못하는 무책임한 교사, 무기력한 부모,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매스컴이나 교육 정책…. 이 책에서는 집단 따돌림의 실태를 있는 그대로 현실감 있게 전한다. 작가 자신이 경험하지 않고서는 이렇게 생생할 수가 없다고 느껴질 만큼 극단적인 묘사와 충격적인 말들을 서슴없이 뱉으면서 구체적인 상황이 가감 없이 전개된다. 그리고 그 극단적인 상황에 맞닥뜨린 주요 인물의 심리가 마치 고백하는 듯 들려온다. 이 책이 사실성을 담보하고 있는 진정한 이유는 상황만을 나열하거나 선과 악의 개념을 들이대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각 입장의 인물들을 통해 집단 따돌림을 다각도로 조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왕따 현상’을 빚어내고 있는 가해자와 피해자뿐 아니라 그에 연루된 부모와 교사, 구경꾼 등 각기 입장에 처한 다양한 인물들의 속내를 담담하고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어, 읽는 내내 타인에 대한 감정이입을 다각도로 해보게 된다. 그 이야기 끝에 발견하게 되는 건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우리가 지금 벌이고 있는 일에 대한 차분한 응시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 그리고 만만치 않은 희망을 찾아가는 길 선과 악, 그에 상응하는 해결 구도를 예상한다면, 이 소설은 답답함을 안겨줄지도 모른다. 집단 따돌림이라는 현상 그 바탕에는 자기 정체성의 불안정함,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무시, 고독함에서 오는 불안감 등 ‘좋다, 나쁘다’로 규정짓기에는 부족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나약한 모습이 있기 때문이다. 작가가 이 책에서 그려내고 있는 모습 또한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작가가 보여주는 극단적이고 절망적인 현실 속에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작품 속에서 분노와 절망만을 내세우거나 턱없는 희망에 기대지 않는다. 친구가 되고 싶은 마음을 괴롭힘이라는 서툰 표현으로 내비치는 에비수와 아픈 여동생 때문에 ‘간디’ 같은 사람이 되고자 애쓰며 이를 견뎌내는 착한 소년 히로시, 아들을 지킬 수 없음에 아파하면서 나이프를 움켜쥐는 아버지, 하루아침에 인기 소녀에서 왕따로 전락했지만 끝내 ‘씩씩한 왕따’이기를 포기하지 않는 소녀 미키 등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자신이 처한 현실에서 주저앉지 않고 담담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인간에 대한 끝없는 연민으로 이들이 뚜벅뚜벅 걸어가는 길을 담담하게 보여주는 이 소설에서 우리는 희망의 조각을 하나씩 만들어가는 인간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왕따에 대한 사회학적 분석이나 평가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엄연히 존재하는 집단 따돌림 현장에서 고뇌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