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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하루
애드리브 나이트 온리 유 맛있는 물이 숨겨진 곳 누군가가 누군가를 사랑한다 해바라기마트의 가구야 공주 작가 후기 옮긴이의 말 |
Asuko Taira,たいら あすこ,平 安壽子,본명:무토 다에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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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얼른 뛰어가 1층에서 2층으로 꺾이는 계단에서 게이코의 팔을 잡았다. 그것만으로도 숨이 차서 오히려 게이코가 팔을 부축해주어야 했다.
"반씩, 나눠요." 거친 숨소리로 나는 겨우 말했다. 그리고 한쪽 손에 들고 있던 티슈 꾸러미를 풀어 지폐 한 장을 게이코의 손가방에 찔러 넣었다. "당신은 괜찮을지 몰라도 내 마음이 편치 않아요. 나 역시 조금은 폼을 재고 싶어요. 그러니깐 반씩만." 그렇게 말한 후 조금 부끄러워져서 덧붙였다. "반으로는 별로 폼도 나지 않지만." "오케이." 게이코는 빙그레 웃고는 울부짖는 미노루를 향해 달려갔다. 출입구 바깥에서 목을 쭉 뽑고 싱글벙글 웃으며 보고 있던 도모로에게 나는 매섭게 말했다. "만 엔 빌려주는 거야. 차용증 써줘." --- p.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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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에게 차이고, 회사에선 잘리고…… 그래도 마냥 씩씩한, 귀여운 사람들!
여기저기 빚을 지고 있으면서도 언제나 싱글벙글하는 한심한 남자, 그에게 빌려준 돈을 받아내기 위해 그와 함께 돈을 빌리러 다니는 여자, 고등학교 때의 남자친구를 잊지 못하고 계속 그 주변을 맴도는 여자, 헤어진 부인이 운영하는 술집 매상을 올려주기 위해 가게에 들락거리는 남자, 임신 때문에 헤어진 불륜의 상대가 실은 양다리였음을 알고 분개하는 중년의 남자, 불쌍한 처지의 여자들을 그냥 보아넘기지 못하고 바람을 피우는 남자……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특히 남자들)은 모두 어딘가 어긋나 있는 듯 한심하기 짝이 없고, 그들과 이래저래 얽혀서 갖은 고생을 겪어야 하는 주인공들(대개 여자들)이 처한 암담한 상황은 기가 찰 정도다. 하지만 절대 불쌍하지도 밉살스럽지도 않다. 그들이 벌이는 한바탕 희극을 보고 있노라면, 그 귀엽고 씩씩한 모습에 자꾸만 키득키득 흘러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다. 그리고 어느덧, 신기하게도 마냥 행복해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멋진 하루」 : 빌려준 20만 엔을 돌려받으러 옛 애인을 찾아가는 여자. 그러나 오히려 그 남자에게 말려들어 그와 함께 여러 여자들에게 돈을 빌리러 다니게 된다. 그런데도 시종 '최고로 행복한 표정'인 이 남자, 어째 미워할 수 없는 구석이 있다. 「애드리브 나이트」 : 금요일 저녁, 번화가에서 괴한들에게 납치(?)당해 낯선 시골 마을의 죽어가는 환자 앞에서 집 나간 딸을 연기하게 된 루미. 그녀를 둘러싸고 마을 사람들이 벌이는, 하룻밤의 어이없는 한바탕 소동. 「온리 유」 : 연애도 일도 탄탄대로인 스포츠 용품 회사의 영업자 나카하라, 승진과 결혼을 눈앞에 둔 순간 믿었던 단골 거래처를 잃는 위기에 처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등학교 때부터 달라붙어 있던 옛 여자친구가 나타나 그와 여자 사이를 갈라놓는다. 모든 것이 한꺼번에 무너져버린 나카하라는 옛 여자친구를 찾아가 분노를 터뜨린다. 「맛있는 물이 숨겨진 곳」 : 성형수술과 헬스로 온몸을 무장한 루이는 전단지 광고모델로, 에어로빅 강사로, 새끼 마담으로 씩씩하게 살아가고 있는 당찬 여자. 어느 날 그녀 앞에 고등학교 시절 짝사랑했던 남자가 나타난다. 시골로 내려가 열심히 살아가다 환경분쟁에 휘말려 운동에 뛰어든 그를 어떻게든 돕고 싶어진 그녀는 자신의 '기둥서방'인 '회장님'에게 부탁해보려 한다. 「누군가가 누군가를 사랑한다」 : 건설회사의 부장이자 평범한 가장인 도모아키에게 부하직원이 여자 문제로 상담을 청해온다. 알고 보니 여자는 자신이 바람을 피웠던 상대. 그리고 얼마 후, 이번엔 동생처럼 지내는 겐타가 결혼 상담을 청해오는데, 또 그 여자다. 「해바라기마트의 가구야 공주」 : 해바라기마트의 주인 도미코 아주머니의 당당한 모습에 감동받아 가족과 연을 끊으면서까지 어리버리한 그녀의 아들과 결혼해 슈퍼마켓을 꾸려가는 억척스런 쓰키에에게 어느 날 동생의 전화가 걸려온다. 동생의 약혼자 집안과의 식사 자리에 남편과 억지로 나가게 된 쓰키에. 그런데 어리버리한 남편, 결국 이 자리에서 사고를 치고 만다. 키득키득 웃다보면 어느새 행복해지는, 마술 같은 소설 작가의 연륜 탓일까, 『멋진 하루』는 고만고만한 감각적인 연애소설들과는 다르다.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는 황당무계한 상황과 개성 있는 인물들 뒤에는 보통 사람들이 가진 쩨쩨하고 치졸한 면이 숨김없이 드러나 있고, 오래된 불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이,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순수한 사람들의 모습이 있다. "쿡쿡 웃게 되는, 어딘지 자기 이야기 같은,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어른들의 코미디"를 쓰려 했다는 작가의 말처럼, 『멋진 하루』의 말끔한 웃음 속에는 인생의 달콤함과 씁쓸함에 대한 작가의 남다른 통찰이 녹아들어 있다. 그래서 더 마음껏 웃어도 된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인생의 한 단락에 관한 유쾌한 통찰이, 행복이라는 깔끔한 뒷맛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아등바등 정신없이 살아가는 데 지쳐 있다면, 한 번쯤 행복하게 웃어보고 싶다면, 정말이지 이 책 가운데 한 편만 읽어보면 된다. '멋진 하루'를 보내는 더없이 좋은 방법을 알 수 있을 테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