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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골목 속으로
1. 숨바꼭질 2. 귀신 나오는 집 3. 첫 만남 4. 장마 5. 창고는 무섭다 6. 천복이 아저씨 7. 주리 8. 햇볕을 쬐고 싶어 9. 연애는 아름다워 10. 투명인간 11. 성에 올라 12. 가을 운동회 13. 공설 이발관 14. 외로운 늑대 15. 크리스마스의 악몽 16. 이해할 수 없는 일 17. 댕댕이 삼촌 18. 눈사람 19. 월남 우표 20. 학교가 싫어 21. 마지막 눈 22. 골목이여, 안녕 작가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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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놀이터가 없던 시절에 아이들은 주로 동네 공터나 골목에 모여 놀았다. 좁다란 골목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도 하고 ‘숨바꼭질’도 하고 ‘우리 집에 왜 왔니’ 놀이도 했다. 남자 아이들이 야구를 하다 이웃집 유리창을 깨는 일은 부지기수였다. 이 책의 작가 김남일은 1960년대 말~70년대 초 수원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 시대의 풍경 속에 요즘 아이들이 얘기로만 들어온, 부모 세대의 어린 시절을 재치 있게 그려냈다.
수원의 한 동네에 사는 창섭이는 초등학교 5학년인데, 작은누나 등쌀에 시달리며 집에서는 소심하게 지내지만, 사실 장난기 많고 호기심도 많은 아이다. 이 작품은 이런 창섭이와 친구들이 엮어 나가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창섭이네 가족과 동네 이웃들의 삶을 잔잔하게 보여 준다. 골목 끝 막다른 집에 새 주인이 이사 온 후 귀신이 나타난다는 소문이 떠돈다. 친구들 앞에서는 서로들 자기가 확인해 보겠다고 하지만, 정작 ‘창섭이네들’ 중 누구도 새 집 근처에 가 보지 못한다. 그러다 새하얗고 창백한 얼굴을 한 귀신은 다름 아닌 이 집 주인의 딸 ‘주리’라는 아이임이 밝혀진다. 창섭이와 동갑인 주리는 몸이 아파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데, 창섭이네들은 종종 이 집에 놀러 가면서 자기들과는 다른 감수성을 지닌 주리와 친해지게 된다. 창섭이는 주리와 친해질수록 몸이 약한 주리가 안타깝기만 하다. 하지만 ‘창섭이네들’의 바람과는 달리 주리는 눈이 내리던 날 앰뷸런스에 실려 간 후 결국 친구들 곁을 떠난다. 열두 살이던 그해 창섭이는 장마로 인해 동네 어른이 죽은 일과 친구 형이자 큰누나의 애인이었던 경성이 형이 월남에 파병되었다가 죽어 돌아온 일, 좋아하던 주리가 죽은 일 등 여러 차례 죽음을 겪으면서 작품 초반 철없고 장난기 많던 꼬마에서 후반으로 갈수록 말수도 줄고, 생각이 많아지는 소년으로 자라난다. 또한 시국사건으로 간첩으로 몰려 도망 다닐 수밖에 없는 친척 아저씨와 이런 아빠로 인해 다른 친척 속에서 자라야만 하는 민세를 지켜보면서 아저씨가 간절히 바라는 ‘민주주의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 창섭이는 궁금해진다. 그리고 절친한 친구 상준이마저 상급학교 진학으로 서울로 가 버리면서 창섭이는 불현듯 ‘언젠가 자기도 이 골목을 떠날 때가 온다’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바로 어른이 된다는 것, 성장하는 것에 대해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것이다. 언젠가 어린 시절을 보낸 이 골목을 떠나게 되더라도, 그래서 슬프더라도 잘 참아낼 수 있으리라 창섭이는 다짐한다. 떠나게 되더라도 이 골목은 ‘영원히 내 골목’이라고 생각하면서. 창섭이가 나중에 어른이 되어도 어린 시절 천진한 마음으로 누비고 다닌 이 골목은 창섭이 가슴 속에 오랫동안 남아 강팍진 삶을 살아가는 내내 오아시스처럼 빛날 것이다. 이 외에도 이 책에는 1960년대 말~70년대 초의 시대적 풍경이 잘 묘사되어 있다. 학교에서 단체로 월남 파병 아저씨에게 편지 쓰던 일, 문희 신성일 주연의 영화를 몰래 보려고 극장에 들어갔다가 월남에서 전사한 군인들의 명복을 빌던 대한 뉘우스를 보고 숙연해지던 일, 반공 포스터를 잘 그려 칭찬받던 일, 크리스마스 날 일어난 대연각 호텔 화재 사건으로 가슴 아파하던 일, 삼촌처럼 친근하게 대해 주던 헌책방 아저씨 등 요즘 아이들에게는 좀 낯설게 다가갈 풍경들이 잘 녹아 있다. 작가는 ‘세월이 흐르면서 (어린 시절을 보낸) 골목은 사라져 버렸지만, 가슴 속에 영원히 남아 있는 골목 속으로 들어가’ 아이들과 ‘마음껏 뛰어놀고’ 싶다고 한다. 그런 어린 시절의 골목 이야기를 아파트 놀이터에서, 컴퓨터 앞에서, TV 앞에서 사는 요즘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다고 한다. 소박하지만 빛나던 엄마 아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아이에게 권해 보면 어떨까? 같이 읽으면 더 없이 좋을 것 같다. |